2021.12.2.대림 제2주간 목요일 이사26,1-6 마태7,21.24-27
주님 반석 위의 인생 집
-주님 말씀을 실행하는 슬기로운 삶-
삶은 선택입니다.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여정입니다. 바꿀수 없는 타고난 것들도 많지만 날마다 선택할 수 있는 것들도 무궁무진합니다. 하루하루의 선물이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고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하루하루 늘 새로운 선택으로 늘 새롭게 시작하는 하루를 살아야 하겠습니다.
영성생활의 최대 적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지난 주일 교황님께서 잘 지적하셨습니다. 강론중 일부를 인용합니다. 참으로 영적 승리를 위한 좋은 삶의 선택이 이래서 필요한 것입니다.
“무관심 즉 냉담(apathy)은 영성생활에서나 신자들의 삶에서 참으로 큰 적이다. 그것은 일종의 나태함으로 우리를 슬픔에 빠지게 하며, 무엇인가 하려는 열정과 의욕을 빼앗는다. 그런 나태함은 기쁨을 탈취하고 영혼을 냉담에 빠지게 하는 부정적 정신으로 기쁨은 사라지고 우울과 슬픔이 시작된다. 잠언은 말한다. ‘온갖 깨어 있음으로 네 마음을 지켜라. 마음 안에 생명의 샘이 있다’(잠언4,23). 네 마음을 지켜라. 그것은 깨어 있음을 뜻한다. 깨어 있어 네 마음을 지켜라.”
이래서 깨어 있는 삶의 선택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어제 면담고백성사중 만난 교구 젊은 사제가 생각납니다. 수도자들 성무일도에 참석하면서 그동안 하느님을 많이 잊고 지냈음을 깨달았다 합니다. 하느님을 잊을 때 어김없이 찾아오는 마음의 냉담함입니다. 그러니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의 어리석은 인생 집이 아니라 반석盤石 위에 인생집을 짓는 깨어 있는 삶, 슬기로운 삶, 말씀을 실행하는 삶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참된 제자의 삶입니다. 너무나 자명한 올바른 선택입니다. 주님의 말씀이 참 엄중합니다.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물론 “주님, 주님!” 고백이나 기도는 좋습니다. 그러나 고백만으로는 기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반드시 실행이 따라야, 실행이 받쳐줘야 합니다. 100% 하느님 손에 달린 듯이 기도하고 100% 내 손에 달린 듯이 실행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어지는 말씀은 마태복음 5장부터 시작된 산상설교의 결론이자 우리의 올바른 선택과 실천을 촉구합니다. 슬기로운 삶과 어리석은 삶이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과연 여러분은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는지요.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들이쳤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반석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지 않는 자는 모두 자기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휘몰아치자 무너져 버렸다.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너무나 대조적인 실감나는 설명입니다. 정말 내적으로 무너지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내적으로 무너지지 않기 위한 분투의 노력이 날마다 쓰는 제 강론입니다. 대부분 외적의 침입으로 망한 것이 아니라 내적 분열로 스스로 무너져 내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무리 작은 나라나 공동체도 반석 위에 지어진 튼튼한 공동체의 집이라면 결코 무너지지 않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삶이나 공동체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진리입니다.
이래서 베네딕도 수도회의 정주의 서원이, 정주의 영성이, 정주의 삶이 빛나는 것입니다. 기본에 충실한 본질적 깊이의 삶이, 바로 주님 반석 위에 인생집을 짓는 평생 삶의 약속이 정주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주님 반석 위에 정주의 삶은 분도회 수도자들은 물론 믿는 모두가 선택해야 할 삶임을 깨닫습니다.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도 정주의 축복을 뜻합니다.
“한결같은 심성을 지닌 그들에게 주님께서 평화를, 평화를 베푸시니 그들이 당신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길이길이 주님을 신뢰하여라. 주 하느님은 영원한 반석이시다.”
참으로 주님을 신뢰하고 사랑하는 이들은 주님 말씀을 사랑하고 실행하는 일에 전력을 기울입니다. 바로 이런 삶자체가 주님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일이고 이건 우리의 평생 일이 됩니다. 정주서원의 삶이 밖에서 보면 우보천리 어리석어 보이지만 얼마나 확실하고 슬기로운 삶인지 깨닫게 됩니다.
바로 정주의 표상이자 제 평생 도반이 언제나 거기 그 자리의 여기 요셉수도원 배경의 불암산입니다. 예전에 써놓고 흡족해 했던 ‘산은 나이도 먹지 않는가 보다’ 라는 자작시입니다.
“산은 나이도 먹지 않는가 보다
아무리 세월 흘러
나이들어도
봄마다 신록의 생명
가득한 산
꿈꾸는 산
산은 나이도 먹지 않는가 보다
세월도 비켜가나 보다
늘 봐도 늘 새롭고 좋고 놀라운 산이다”-2006.5
참으로 주님의 말씀 실행에 항구할 때 이런 주님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산같은 정주의 삶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하루하루 살아있는 그날까지 한결같은 말씀 실행의 수행자가 되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비단 분도회 수도자뿐 아니라 참된 주님의 제자직을 선택한 삶이라면 반드시 따라야 할 정주의 삶이자 영성입니다.
혼자가 아닌 더불어 선택의 여정입니다. 전우애戰友愛와 학우애學友愛, 그리고 형제애兄弟愛가 창조적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주님 반석 위의 정주의 삶은 온전해 집니다. 이런 면에서 믿는 이들의 부부공동체 역시 서로는 전우이자 학우가 되고 형제가 됩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서로 영적 도반道伴이 되어 전우애와 학우애와 형제애가 조화되고 균형잡힌 교회공동체 삶을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바로 이를 노래한 제 좌우명 자작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중 한연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주님의 집인 수도원에서
주님의 전사로, 주님의 학인으로, 주님의 형제로 살았습니다.
끊임없이 이기적이 나와 싸우는 주님의 전사로
끊임없이 말씀을 배우고 실행하는 주님의 학인으로
끊임없이 수도가정에서 사랑을 실행하며 주님의 형제로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를 받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