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3.금요일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1506-1552) 기념일

이사29,17-24 마태9,27-31

 

 

개안開眼의 여정

-기도와 회개, 믿음-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

주님은 내 생명의 요새, 나 누구를 무서워하랴?”(시편27,1)

 

대림시기 제1주간 독서와 복음의 배치가 참 적절합니다. 이사야의 하늘 나라의 꿈이 복음의 예수님을 통해, 또 이 은혜로운 대림시기를 통해 실현됨을 깨닫게 해줍니다. 아, 꿈이, 희망이 있어야 삽니다. 사람만이 꿈을 꾸고 희망을 갖습니다. 꿈이, 희망이 없으면 살아 있다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영혼이 삭막하고 궁핍한 시절일수록 하느님 꿈은, 하늘 나라 꿈은 필수입니다. 막연한 꿈이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 현실화하는 참꿈입니다. 이런면에서 예수님을 비롯한 이사야 등 헤아릴 수 없는 예언자들, 교회의 성인들은 꿈꾸는 이상주의적 현실주의자들이었습니다. 

 

영적일수록 현실적이라 했습니다. 참으로 꿈의 사람들은 땅의 현실에 아주 깊이 뿌리내린 현실주의자들이었습니다. 오늘 이사야의 꿈의 실현은 얼마나 가슴 벅찬 행복인지요! 말씀의 주제도 ‘대역전大逆轉’입니다. 바야흐로 하느님의 꿈이 실현됨을 장엄하게 선포하는 이사야입니다.

 

“정녕 이제 조금만 있으면, 레바논은 과수원으로 변하고, 과수원은 숲으로 여겨지리라. 그날에는 귀먹은 이들도 책에 적힌 말을 듣고, 눈먼 이들의 눈도 어둠과 암흑을 벗어나 보게 되리라. 겸손한 이들은 주님 안에서 기쁨에 기쁨을 더하고, 사람들 가운데 가장 가난한 이들은 이스라엘의 거룩한 분 안에서 즐거워하리라.”

 

언젠가의 그날의 꿈은 복음의 예수님을 통해 또 대림시기 오늘 실현됩니다. 인간이 물음이라면 하느님은 답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우리가 주님을 만날 때 일어나는 내적변화를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바로 오늘 이사야의 꿈이 복음의 예수님을 통해, 또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그대로 실현됩니다. 복음과 똑같은 파스카의 예수님께서 오늘 당신을 열렬히 찾는 우리를 찾아 만나 주십니다.

 

복음의 눈먼 사람이 상징하는바 바로 하느님을 찾는 우리들입니다. 주목할 바 이들의 눈뜨고자하는 간절한 열망입니다. 개안에 앞서 전제되는 바 간절한 믿음의 표현이 이런 갈망이요 열망입니다. 무지에 눈먼 사람들, 바로 인간에 대한 정의입니다. 참고로 공부하는 마음으로 동방영성에서 말하는 마음의 병에 대해 다시 나누고 싶습니다.

 

참으로 인간에게 근원적 뿌리 깊은 질병이 마음의 병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무지에서 시작되는 마음의 병, 바로 무지의 병입니다. 만병의 근원은 '무지'이고 만병통치약은 '사랑'뿐임을 깨닫습니다. ‘무지ignorance’의 병에 이어 줄줄이 이어지는 마음의 병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느님을 기억하지 못하는 ‘망각forgetfullness’,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짐hardness’, 마음의 ‘눈멈blindness’과 ‘오염contamination’, 그리고 ‘무분별imprudence’입니다. 참으로 하느님과의 만남만으로 치유될 수 있는 근원적 마음의 병들입니다. 

 

그러니 인간의 모든 불행과 비극은 이런 하느님을 모르는 무지의 병에서 시작됨을 봅니다. 하여 평생 하느님을 모름으로 자기도 모르는 채 평생 무지와 허무의 어둠속에서 눈뜬 맹인으로 살다가 참으로 허망하게 죽는 사람도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불가의 탐진치貪瞋癡의 삼독三毒이나 교만, 허영, 위선, 질투 등 모든 부정적 영적 현실은 거의 모두가 인간 무지의 눈멈에서 기인합니다.

 

그래서 무지를 깨우치시고자 부단히 “들어라!”, 귀를 열어 경청할 것을 촉구하시는 주님이요, 부단히 “보라!”, 눈을 열어 제대로 실재를 직시할 것을 촉구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참으로 불치의 근원적 마음의 질병이 바로 무지입니다.

 

무지에 눈멀면, 하느님과의 만남 빼놓고는 백약이 무효입니다. 이래서 하느님과의 만남을 위한 끊임없는 기도가, 끊임없는 회개가 절대적입니다. 바로 기도와 회개를 통해 주님을 만나게 되고 주님과 깊어지는 관계와 더불어 믿음도 증대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놀라운 것은 두 맹인의 갈망이자 열망입니다. 이런 주님을 찾는 갈망이 열망이 바로 성소입니다. 아무리 세월 흘러 나이들어도 이런 영적 갈망과 열망은 늘 생생해야 합니다. 갈망의 영적 불이 꺼지면 영성생활은 끝입니다.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육적 욕망만 남은 동물로의 전락이 그를 기다립니다.  

 

이런 갈망의 믿음이 있어야 주님을 만나고 주님의 응답을 받습니다. 바로 이런 맹인의 심정으로 자비송을 바치며 미사를 시작한 우리들입니다. 참으로 두 맹인의 간절한 자비송이요 우리가 마지막으로 바칠 겸손한 갈망의 기도도 이 기도 하나뿐입니다. 참으로 집요하게 주님의 자비를 청하는 두 맹인입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간절히 찾고 청할 때 주님을 만나고 주님의 응답을 받습니다. 주님을 찾고 만나고 싶은 열망이 없으면 주님을 만날 길은 요원합니다. 마음의 소원이 간절할수록 청원도 단순명료합니다. 눈이 열려 제대로 보는 것보다 중요한 일을 없습니다. 무지에 눈먼 우리가 청할 유일한 소원입니다.

 

“내가 그런일을 할 수 있다고 너희는 믿느냐?”

“예, 주님!”

 

그대로 맹인의 믿음이 집약된 “예, 주님!”이란 말마디요, 이에 감격, 감동하신 주님의 즉각적 응답입니다. 주님을 감동케하는 우리의 믿음이요, 바로 이런 믿음이 눈뜸에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

 

두 맹인은 눈이 열렸고 주님은 헛된 인기와 흥미의 초점이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함구할 것을 명하시지만 그들은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두루 퍼뜨리니 말그대로 복음 선포자들이 됩니다. 

 

오늘은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기념일입니다. 역시 주님을 만남으로 눈이 활짝 열린 성인은 복음 선포의 사도가 됩니다. 만 46세 중국 선교를 꿈꾸며 병사하기 까지 참으로 치열한, 가열찬 삶을 살았던, 이냐시오 로욜라와 예수회를 창립했던 성인입니다. 사도 바오로에 버금가는 위대한 선교사로 불린 성인은 수많은 위험과 역경을 딛고 상상할 수 없는 거리와 지역을 여행했고, 개종시킨 교우들 수만해도 10만에 이를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리하여 성인은 인도의 사도, 일본의 사도로 불립니다. 

 

사후 얼마 지나지 않은 1622년 3월 12일 교황 그레고리오 15세에 의해 같은 예수회의 로욜라의 이냐시오와 함께 시성되었고, 1927년 교황 비오 11세는 그를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와 함께 가톨릭 선교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했습니다. 참으로 개안의 여정에 항구했던 성인이요 무지의 눈먼 사람들을 눈뜨게 하고자 마지막까지 참으로 치열하게 선교활동을 했던 열정의 사도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입니다. 

 

개안의 여정입니다. 한 번 눈이 열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무지의 병이 깊기에 평생 개안의 여정에 항구해야 합니다. 날마다 주님을 만나 계속 눈이 열려야 합니다. 육안은 날로 어두워져가도 영안은, 심안은, 혜안은 날로 밝아질 때 비로소 무지로부터의 해방이요 참된 내적자유입니다. 이래서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를 통한 주님과의 만남을, 믿음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마음의 눈이 열렸을 때 다음과 같은 감격의 고백기도입니다.

 

“주님, 눈이 열리니 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

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늘 나라 천국이옵니다.

곳곳에서 발견하는 기쁨, 평화. 감사, 행복이옵니다.

살 줄 몰라 불행이요 살 줄 알면 행복임을 깨닫나이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무지의 눈을 열어 주시어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하늘나라 천국을 살게 하시며 개안의 여정에 항구할 수 있는 힘도 주십니다.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살며, 주님의 아름다움 바라보고, 그분의 성전 우리러보는 것이라네.”(시편27,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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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1.12.03 10:04
    "사랑하는 주님, 매일 주시는 말씀의 은혜를 통해 저희가
    매일 주님을 기억하고
    기도와 회개의 삶으로
    세상 유혹의 생활속에서
    주님 믿음의 끈을 항상 두껍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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