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8.수요일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창세3,9-15.20 에페1,3-6.11-12 루카1,26-38
성모님처럼 관상가가, 신비가가 됩시다
-성모 마리아 예찬-
오늘은 성 요셉과 더불어 한국 교회의 공동 수호자인, 원죄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한국 교회뿐 아니라 남북한 한반도의 공동수호성인 마리아와 요셉이란 사실이 참 마음 든든하게 합니다. 성 마리아와 성 요셉 두분 공동 수호 성인께서 영원히 보호하시고 지켜 주실 한반도 남북한입니다.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은 성서에 분명히 근거하지는 않지만, 이미 5세기경부터 동방교회에서 지내기 시작하였고 7세기에는 널리 확산되었습니다. 서방교회에서는 8세기경부터 지내다가 1708년 교황 클레멘스 11세가 교황교서를 통해 대축일로 격상시킴과 더불어 의무축일로 지냈습니다.
17세기에 이르러 신자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마침내 1854년 12월8일 교황 비오 9세는 교황 무류성에 따라 회칙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에 의해 성모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를 다음과 같이 가톨릭 교회의 믿을 교리로 선포합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는 자기의 잉태 첫 순간에 전능하신 하느님의 특별 은총과 특권으로 말미암아 인류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예견과 공로에 비추어 원죄의 아무 흔적도 받지 않도록 보호되셨다.”
뿌리 깊은 전통의 대축일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 역시 성모 마리아가 얼마나 하느님의 전폭적 신뢰와 사랑의 특은을 받았는지 감동스럽게 전하고 있습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 축복 말씀에 어안이 벙벙해져 인사말 뜻을 곰곰이 생각하는 관상가이자 신비가인 마리아에게 천사는 거듭 축복을 확인해 주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바로 주님의 천사가 마리아에게 주신 위 말씀은 제가 고백성사시 보속을 대신한 처방전 말씀으로 참 많이 써드리는 구절입니다. 이 말씀을 써드렸을 때 “보속補贖이 아니라 보석寶石같은 말씀입니다!” 환호하던 수녀의 음성도 생생합니다. 참 자랑스런 성모 마리아입니다.
영국의 계관시인 워드워즈(1770-1850)는 성모 마리아를 “우리의 더럽혀지지 않은 본성의 유일한 자랑(Our tainted nature’s solitary boast)”이라 불렀으니 그대로 원죄 없이 잉태되었다는 신앙을 고백한 것입니다. 참으로 고맙고 대단한 우리 신앙의 영원한 귀감이, 롤모델이 된 성모 마리아입니다. 오늘 창세기 아담의 실패를 단번에 만회한 하느님의 자랑 마리아입니다.
“너 어디 있느냐?”
창세기중 하느님께서 아담을 찾으셨을 때의 물음은 우리에게도 영원한 화두가 됩니다. 아담은 숨었는데 여러분 같으면 언제 어디서나 이 물음을 듣는 다면 “예, 여기 있습니다!” 깨어 있다가 즉시 뛰쳐 나갈 수 있겠는지요. 오늘 복음 분위기로 볼 때 마리아는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깨어 있어 끝까지 경청하다 결정적 답을 드리니 하느님의 기쁨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을 초월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니 하느님은 얼마나 흡족하셨겠는지요. 저절로 ‘마리아 당신은 하느님의 자랑이듯, 하느님은 마리아 당신의 자랑이어라’는 고백이 나옵니다. 아담과 하와의 실패를 일거에 만회한 마리아의 고백이요, 이런 마리아가 출현하기까지 기다리신 하느님의 한없는 인내와 겸손이 참으로 놀랍고 고맙습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도 일방적으로 일하시지 못합니다. 마리아의 자발적 동의가 있었기에 하느님의 구원 역사도 차질없이 펼쳐질 수 있었으니 마리아가 참으로 고마웠을 것입니다.
마리아가 전적인 순종의 믿음으로 이 결정적 대답을 했을 때 침묵중 조마조마 불안하게 이를 지켜보던 천상과 지상의 모든 존재들이 기뻐 환호했을 것이니 바로 시편 화답송이 이를 대변합니다.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그분이 기적들을 일으키셨네.”
마리아의 순종의 믿음을 통해 구원의 기적을 일으키신 주님을 찬미하면서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들입니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세례성사를 통해 새로 태어난 우리들 역시 감격에 넘쳐 성모 마리아와 함께 에페소 교회 교우들처럼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의 고백을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아버지 하느님께서 찬미받으시기를 빕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의 온갖 영적인 복을 우리에게 내리셨습니다.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시어. 우리가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없는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사랑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으시기로 미리 정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사랑하시는 아드님 안에서 우리에게 베푸신 그 은총의 영광을 찬양하게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그리스도께 희망을 둔 우리가 당신의 영광을 찬앙하는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하여 마리아 성모님과 함께 감격에 넘쳐 매주 월요일 저녁성무일도시 위 찬미가를 바치는 우리 교회의 형제자매들입니다. 그러니 마리아 성모님과 함께 우리의 복된 신원은 새삼 “그리스도께 희망을 둔 은총의 영광을 찬양하는 사람”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성모님과 같은 신망애, 진선미의 참 사람으로 변모시켜 주십니다. 마리아 성모님을 통해 성자 그리스도 예수님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오늘 대축일에 앞서 어제 써놨던 헌시獻詩 기도로 강론을 마칩니다.
-“오소서,
주 하느님!
당신이 되게 하소서
당신의 믿음이
당신의 희망이
당산의 사랑이
당신의 신망애信望愛가 되게 하소서
당신의 진리가
당신의 선이
당신의 아름다움이
당신의 잔선미眞善美가 되게 하소서
당신의 빛이
당신의 생명이 되게 하소서
당신의 순종이
당신의 자유가
당신의 기쁨이
당신의 평화가
당신의 정의가
당신의 행복이
당신의 감사가
당신의 찬미가 되게 하소서
그리고
마침내 당신이 되게 하소서
당신만 남고
나는 온전히 사라지게 하소서
그리하여
하느님이, 당신이 되게 하소서
예수님이
마리아 성모님이
바로 그러하셨나이다
내가
하느님이 될 때
온전한 치유가
온전한 참나의 구원이 이뤄지겠나이다
내 소망
이것 하나뿐이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를 받으소서.”-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