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24 부활 제3주간 금요일(인보성체수도회 피정지도 4일째)                                                                                                    사도9,1-20 요한6,52-59


                                                                                                    만남의 여정

                                                                                       -내 삶의 성경의 렉시오 디비나-


요즘 '렉시오 디비나(성독)' 수행이 널리 보급되고 있습니다. 어제 오후 피정 강의 주제 역시 렉시오 디비나였습니다. 저는 항상 세 종류 성경의 렉시오 디비나를 강조합니다. 첫째가 신구약 성경, 둘째가 자연성경, 셋째가 내 삶의 성경입니다. 신구약성경이 하느님과 인간의 무수한 만남으로 이루어졌듯이 내 삶의 성경 역시 무수한 주님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과연 우리 삶의 여정은 만남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남의 신비, 만남의 선물, 만남의 기쁨, 만남의 행복등 만남을 예찬하기로 하면 끝이 없습니다. 무수한 만남이 내 운명을 결정하며 만남들을 통해 내 삶의 꼴도 형성되어 갑니다. 하루하루 죽을 때까지 써가야 할, 완성되지 않은 내 삶의 성경책입니다. 만남중의 만남이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무수한 만남들을 통해 주님을 만나게 되고 삶은 더욱 깊어지고 풍요로워집니다. 


사람의 신비는 바로 한 사람, 한 사람이 고유한 삶의 성경책이라는데 있습니다. 그만의 고유한 역사가 있는 삶의 성경책입니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 없듯이 똑같은 삶의 역사, 삶의 성경도 없습니다. 하여 내 삶의 성경을 소중히 여기는 자는 타인의 삶의 성경도 소중히 여깁니다. 그 삶의 성경을 통해 부단히 하느님의 뜻을 찾습니다. 제 좋아하는 '방문객(정현종)'이란 시를 나눕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아, 정말 사람 하나하나가 하느님의 유일무이한 살아있는 성경이라 생각하면 사람 하나하나 소중히 환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며칠전 신문 컬럼에서 '이름을 불러주세요(이명수)'라는 글을 감동깊게 읽었고 그 일부내용을 나눕니다.


-시민 304명이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는 영상을 봤다. 이름만 부르는데도 10분이 넘게 걸린다. 한명의 이름만이라도 나지막이 불러주시라. 천천히 적어 주시라. 그러면 세월호 지겹다는 얘기 안 나온다. 나일 수도, 내 부모형제일 수도 있는 이들이었다. 하나하나 이름을 적다가 오래 울었다. 304개의 우주가 우리 눈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사라졌다. 그게 세월호 참사다-


그렇습니다. 사람 하나하나가 우주입니다.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고유의 성경책입니다. 저 역시 요즘 하루 한명씩 '남자수도자장상협의회'에서 나온 공문의 명단에 따라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낯선 이름을 적고 기억하며 연미사를 봉헌하는데 아픔을 느낍니다. 오늘 이름은 '최민석'입니다. 모두가 소중한 살아있는 하느님의 성경책이요,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하루하루가 한쪽의 써가야 할 성경책입니다. 


오늘 1독서의 사도행전은 그대로 사도 바오로의 삶의 성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도행전뿐 아니라 바오로 서간 모두가 바오로 삶의 성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님과 만남의 생생한 증언들로 가득한 삶의 성경입니다. 오늘 주님과 바오로의 극적인 만남이 충격적입니다.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 하느냐?“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주님과의 만남으로 인해 사흘동안 앞을 보지 못하였다 하는데 바로 사울의 죽음과 새로운 탄생을 의미합니다. 마침내 주님의 사람, 하나니아스를 만나 눈이 열려 다시 보게 된 사울은 며칠 후 곧바로 여러 회당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라 선포하며 복음의 일꾼으로 활약합니다.


만남은 은총의 선물입니다. 만남중의 만남이 예수님과의 만남, 하느님과의 만남입니다. 주님과의 만남으로 운명이 극적으로 바뀐 사울이듯이 우리 역시 세례성사를 통해 주님을 만났고 지금은 수도생활에 몸담고 있습니다. 주님과의 운명적 만남으로 전혀 다른 차원에서의 삶이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만약 주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까요. 상상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는 우리들입니다. 이런 미사를 통한 생생한 주님과의 만남이 하루하루 의미충만한 삶의 원천이 되고 내 삶의 성경 내용을 풍부하게 해 줍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성체성사의 참된 의미를 확인시켜 주십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살아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


오늘도 우리 모두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의 말씀과 성체를 모심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고 주님으로 말미암아 사는 복된 하루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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