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말씀 -예수 그리스도-2021.12.27.월요일 성 요한 사도 복음 사가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Dec 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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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7.월요일 성 요한 사도 복음 사가 축일                                          1요한1,1-4 요한20,2-8

 

 

생명의 말씀

-예수 그리스도-

 

 

12월25일은 예수님 성탄일, 12월26일은 성 스테파노 순교자의 영적탄일, 그리고 오늘은 성 요한 복음 사가 축일입니다. 하느님의 섭리겠지만 흡사 두 성인의 배치가 예수님께 가까이 있는 순서처럼 느껴집니다. 

 

오늘은 성 요한 사도 복음 사가 축일입니다. 베드로와 야고보와 더불어 요한은 ‘특별히 예수님께 가까웠던(especially close to Jesus)’ 최측근 그룹에 한분입니다. 요한과 그의 형제 야고보는 '천둥의 아들들'이란 별명을 얻었습니다. 요한은 전통적으로 요한복음의 저자로 또 사랑의 사도로 간주됩니다. 전통은 이분이 사도들중 순교하지 않은 유일한 분으로 여깁니다.

 

또 오늘은 우리 수도원의 이요한 수사와 정요한 청원자, 잠시 머물고 있는 동방가톨릭 교회의 김요한 부제, 그리고 며칠전 조카와 함께 수도원을 방문하여 사진 촬영도 한 제 집안 최고 어른인 100세 성철 요한 사촌 형님(1922년생)의 영명축일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일화도 생각납니다. 어느 분이 세 아들을 두었는데 세례명을 베드로, 야고보, 요한으로 정해줬다 하며 사유인즉 베드로는 믿음을, 야고보는 희망을, 요한은 사랑의 대명사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란 참 기발하고 공감이 가는 일화였습니다.

 

예수님께 특별히 ‘가까웠던(close)’ 분이란, 영어 말마디를 보는 순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지적한 하느님의 세 특징이 생각났습니다. 가까움(closeness), 부드러움(tenderness), 연민(compassion)입니다. 예수님 최측근의 세제자들중 특히 사랑의 사도 요한은 주님을 닮아 이 세 특징을 더욱 지녔다 생각이 됩니다. 참으로 주님께 가까워질수록 주님을 닮아 온유와 연민의 사람이 될 것이며 바로 사도 요한이 그 좋은 증거입니다. 

 

얼마전 무려 4차례 나눴던 자작 기도시에 모세와 성 요한 사도를 추가하여 나누고 싶습니다. 마침내 이제 남은 생애 동안 하루하루 날마다 마지막 소원으로 바칠 기도가 마련된 것 같습니다. 요즘 날마다 자주 바쳐도, 아무리 마셔도 질리지 않는 샘솟는 맑은 생명수처럼 늘 새롭습니다. 하느님과 일치를 갈망하는 소원의 기도로 믿는 이들 누구나의 근원적 갈망을 표현한 기도입니다. 바로 이런 갈망으로 미사를 봉헌하고 주님의 성체를 모심으로 일치를 체험하는 우리들입니다.

 

“나

하느님이 되고 싶다

모세처럼

하느님과 대면하여 대화 나누고 싶다

 

오소서,

주 하느님!

당신이 되게 하소서

 

당신의 믿음이

당신의 희망이

당신의 사랑이

당신의 신망애信望愛가 되게 하소서

 

당신의 진리가

당신의 선善이

당신의 아름다움이

당신의 진선미眞善美가 되게 하소서

 

당신의 말씀이

당신의 빛이

당신의 영靈이

당신의 품이

당신의 길이

당신의 종이

당신의 벗이

당신의 배경背景이

당신의 생명이

당신의 신비가 되게 하소서

 

당신의 침묵이

당신의 경청敬聽이

당신의 순종이

당신의 환대가

당신의 온유가

당신의 겸손이

당신의 미풍微風이

당신의 미소微笑가

당신의 섬김이 되게 하소서

 

당신의 친절이

당신의 연민이

당신의 치유가

당신의 지혜가

당신의 인내가

당신의 자유가

당신의 기쁨이

당신의 평화가

 

당신의 정의가

당신의 위로가

당신의 은총이 

당신의 선물이

당신의 자랑이

당신의 행복이

당신의 찬미가

당신의 감사가

당신의 영광이

당신의 천국이

당신의 모두가 되게 하소서

 

그리고

마침내 당신이 되게 하소서

당신만 남고

나는 온전히 사라지게 하소서

그리하여

하느님이, 당신이 되게 하소서

 

예수님이

마리아 성모님이

성요셉이

성모세가

성요한이

바로 그러하였나이다

 

내가

하느님이 될 때

전인적 치유가

온전한 참나의 구원이 이뤄지겠나이다

 

내 소원

이것 하나뿐이옵니다.

오 주 하느님!

당신만을 사랑하나이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를 받으시옵소서.”-아멘.

 

2021.12.8. 원죄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마리아 대축일에 하느님께 드린 헌시

 

오늘 독서와 복음의 주인공인 사랑의 성 요한, 참 매력적인 사도입니다. 위 기도시 그대로 성취한 은총의 사도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사도 요한의 주님 체험에 대한 생생한 증언입니다. 요한은 결코 영지주의자가 아닌 전존재로 주님과 사랑으로 일치되어 살았던 사랑의 신비가이자 시인이었습니다. 요한이 체험한 생명의 말씀이신 주님께 대한 고백이 물흐르듯 아름다운 생명의 시같습니다.

 

“처음부터 있어 온 것, 

우리가 들은 것, 

우리 눈으로 본 것,

우리가 살펴보고 

우리 손으로 만져본 것,

이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 말하고자 합니다.

 

그 생명이 나타나셨습니다.

우리가 그 생명을 보고 증언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그 영원한 생명을 선포합니다.

 

영원한 생명은 아버지와 함께 계시다가

우리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선포합니다.”(1요한1,1-3ㄱ)

 

우리의 근원적 목마름과 배고픔에 대한 답은 생명의 말씀이자 영원한 생명이신 그리스도 예수님과의 일치뿐입니다. 주님을 가까이 모심으로 우리는 아버지와 그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친교에 참여함으로 충만한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님이야 말로 생명의 말씀, 영원한 생명, 충만한 기쁨으로 우리의 근원적 갈망을 충족시켜 주실 분입니다. 바로 이런 주님을 모시는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오늘 복음 장면은 수제자 베드로와 애제자 요한의 '사랑의 경주'처럼 느껴집니다. 쏜살같이 수제자 베드로보다 앞서 달리다 빈무덤에 도착한 요한은 수제자 베드로를 앞세우고 뒤따라 빈무덤에 들어가니 그 겸손한 예의와 사랑이 참 아름답습니다. 무례하거나 불손한 모습이 전혀 감지되지 않는 사랑의 성 요한 사도의 인품이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복음의 마지막 장면이 극적이며 절정입니다.

 

‘예수님의 얼굴을 쌌던 수건은 아마포와 함께 놓여 있지 않고 따로 한 곳에 개켜져 있었다. 그제야 무덤에 먼저 다다른 다른 제자도 들어갔다. 그리고 보고 믿었다.’

 

전광석화電光石火, 사랑의 눈이 열리자 빈무덤의 상황에서 예수님의 부활을 직감한 사도 요한입니다. 얼굴을 쌌던 수건은 이제 부활하여 지복직관(至福直觀;Visio beatifica), 하느님과 대면하고 계실 예수님께는 이제 필요없이 된 것입니다. 흡사 하느님과 대면하여 대화를 나누고자 만남의 천막에 들어갈 때 얼굴의 너울을 벗었던 모세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이런 상황을 바오로 사도가 실감나게 묘사합니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어렴풋이 보지만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 것입니다.

내가 지금은 부분적으로 알지만

그때에는 하느님께서 나를 온전히 아시듯, 나도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계속 됩니다.

그 가운데에서 으뜸은 사랑입니다.”(1코린13,12-13)

 

바로 이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당신과 일치되어 영원한 생명을, 충만한 기쁨을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새삼 우리 삶의 여정은 날로 주님을 닮아가는 ‘사랑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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