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9.수요일 성탄 팔일 축제내 제5일 1요한2,3-11 루카2,22-35
정주의 사랑, 정주의 수행, 정주의 축복
-한결같은 삶-
며칠전 사랑하는 도반, “빛(Lumen)” 수녀로부터 뜻밖의 친필 성탄 카드 받고 기뻤습니다.
-“공경하옵는 프란치스코 신부님, 주님의 오심을 축하드려요. 강생의 신비가 어찌 아니 기쁘겠습니까? 나의 공덕과 관계없이 사랑이며 자비인 것을!! 근래 저는 분도 계간지 겨울호에 나온 신부님 글을 읽었습니다. 한결같으신 우리 신부님! 신부님이 계셔서 하느님도 흐뭇해 하실 것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노수도자의 삶, 잘 즐기시길 빌며. Sr Lumen”-
제 가장 선호하고 소망하는 삶이 한결같은 정주의 삶입니다. 계속되는 코로나 감염병 시대가 더욱 관상의 깊이, 삶의 깊이를 추구하는 정주의 영성을 찾게 합니다. 정주의 사랑, 정주의 수행, 정주의 축복입니다. 한결같은 정주의 삶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정주의 시메온 예언자를 묵상하며 저와 연관되어 즉시 떠오른 강론 제목입니다.
나이 70을 훌쩍 넘었지만 노老수도자란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습니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익어가는 것이지요. 하루하루가 영원이요, 정신은 열정은 여전히 하느님을 닮아 영원한 청춘이란 생각입니다.
-“밖으로는 산
천년만년 임기다리는 산
안으로는 강
천년만년 임향해 흐르는 강”-
밖으로는 산, 안으로은 강을 살아가는 정주의 수도자들입니다. 산山과 강江의 영성이 바로 정주의 영성이요 다음 제 좌우명시가 이를 분명히 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언제나 그 자리에
불암산이 되어 가슴 활짝 열고
모두를 반가이 환대歡待하며 살았습니다.
있음자체만으로
넉넉하고 편안한 산의 품으로
바라보고 지켜보는 사랑만으로
행복한 산이 되어 살았습니다.
이제 오랜 연륜과 더불어
내적으로는 장대長大한
하느님의 살아있는 산맥山脈이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끊임없이 하느님 바다를 향해 흐르는
사랑의 강이 되어 살았습니다.
때로는 좁은 폭으로 또 넓은 폭으로
때로는 완만하게 또 격류로 흐르기도 하면서
결코 끊어지지 않고
계속 하느님 사랑의 강이 되어 살았습니다.”-
바로 여기 수도원에서 33년동안 ‘산과 강’의 정주의 영성을 살아가는 제가 그러하고, 오늘 복음의 정주의 예언자 예루살렘 성전의 시메온이 그러합니다. 다음 시메온에 대한 묘사가 참 아름답습니다. 일편단심一片丹心 주님께 대한 신망애信望愛의 결정체가 정주 영성입니다. 정주의 축복을 상징하는 듯, 성령께서 늘 시메온 위에 머물러 계셨습니다.
‘그런데 예루살렘에는 시메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 주셨다.’
주님을 기다리는 희망이 있어 한결같은 기쁨의 정주입니다. 마침내 오매불망 기다리던 주님이신 아기 예수님을 만나 두 팔에 받아 안고 감격에 벅차 찬미가를 부르는 시메온입니다. 말 그대로 정주 축복의 절정입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 수도자들은 장구한 세월 하루하루를 마치며 끝기도 말미에 시메온과 함께 이 아름다운 찬미가를 바친후 복된 죽음과도 같은 잠자리에 듭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요,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영광의 빛이신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정주의 축복을 능가하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인고忍苦의 세월이 지나 때가 되자 성령의 은총으로 사랑의 눈이 활짝 열려 아기 예수님을 만나 가슴에 안고 환대하며 기뻐하는 시메온입니다. 흡사 인동초忍冬草와 같은 정주의 삶을 살았던 시메온이요, 더불어 생각나는 고 김대중 토마스 모어 전 대통령입니다.
오늘 제1독서 요한1서의 내용은 순전히 시메온에 대한 주석처럼 생각됩니다. 사랑의 계명 준수를 역설하는 사랑의 사도 요한입니다. 그대로 정주의 사랑과 직결됩니다.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 사랑이 완성됩니다. 그분 안에 머무른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도 그리스도께서 살아가신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야 합니다. 어둠이 지나고 이미 참빛이 비치고 있습니다. 사랑의 빛, 그리스도의 빛입니다. 그러니 빛 속에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있는 자입니다.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 머무르고 그에게는 걸림돌이 없습니다.”
진리의 빛, 생명의 빛, 사랑의 빛이신 그리스도 예수님과 함께 빛 속에 정주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하루하루 한결같이 제 삶의 자리에서 삶의 중심인 주님 안에 깊이 믿음의 뿌리를 내리며 내적 정주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님께서 주시는 사랑의 계명은 단 하나입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15,12)
주님은 우리 모두 한결같은 정주의 사랑, 정주의 수행, 정주의 축복으로 당신을 닮아 사랑의 대가大家, 사랑의 달인達人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바로 이것이 정주 영성의 궁극 목표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