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3.주님 공현 대축일 후 월요일 1요한3,22-4,6 마태4,12-17.23-25
새해 2022년 소원
-“어둠속의 빛”-
잠깨어 일어나 문밖을 나서면 맨먼저 눈들어 밤하늘의 별들을 봅니다. 언제나 거기 그 자리, 밤의 어둠을 밝히는 북두칠성과 북극성입니다. 마침 아침 성무일도시 마음에 와 닿은 아름다운 찬미가입니다.
“우리는 빛나는분 찾아왔노라, 한없이 영원하고 아득높으신
하늘도 카오스도 있기그전에, 맨먼저 계시었던 분이시로다.”
세상 어둠속 빛이신 주님이십니다. 제 새해 2022년 소원이 어둠 속의 빛처럼 빛납니다. 1982년 수도원에 입회했으니 올해로 만40년입니다. “새해 2022년 소원”, 오늘 강론 제목이자 새해 제 기도문 제목이기도 합니다.
“나
하느님이 되고 싶다
모세처럼
하느님과 대면하여 대화 나누고 싶다
오소서
주 예수님!
당신이 되게 하소서
당신의 믿음이
당신의 희망이
당신의 사랑이
당신의 신망애信望愛가 되게 하소서
당신의 진리가
당신의 선이
당신의 아름다움이
당신의 진선미眞善美가 되게 하소서.”
그대로 어둠 속의 빛인 예수님이 되게 해달라는 기도입니다. 어제 읽은 어둠 속의 빛처럼 아름답게 느껴진 인터뷰 기사를 소개합니다.
-부모님의 러브 스토리도 낭만적이지만, 교수님의 결혼은 더 드라마틱할 것 같은데요?
“만나자마자 이 사람이라는 느낌이 와서 그날 바로 결혼하자고 했어요. 결혼만은 이것저것 재지 않고 직진하고 싶었어요. 내 아내도 일주일만에 오케이했어요”
-어떻게 만나자마자 ‘이사람이다’라는 느낌이 왔나요?
“나도 몰라요. 그냥 ‘안무티히, 쇠네 젤레’라는 느낌이 왔어요.”
나는 그 순간 내 귀에 들리는 그 달콤한 독일어 형용사에 뭉클해졌다. ‘안무티히(anmutig), 쇠네 젤레(schone Seele)’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영혼’이라는 의미의 독일어다. 누군가를 처음 보는 순간 그의 가장 순수하게 빛나는 어떤 본질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 아닐까.
-결혼식은요?
“주머니에 만오천원이 있길래, 그걸로 14케이 반지 하나 만들어 끼워주고, 성당가서 나 혼자 주례도 서고 서약도 하고, 우리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어요.”
-일반적인 결혼식은 전혀 안하셨어요?
“나중에 어쩔 수 없이 했죠. 너무 가난해서 유학비 마련하려고. 그날 모인 축의금으로 유학생활을 시작했지요. 하하”
참 유쾌한 인터뷰기사였습니다. 참으로 자랑스런 천주교 신자임이, 흡사 세상 어둠 속의 빛처럼 살아 가고 있는 분임이 분명합니다. 새삼 ‘사랑은 아무나 하나’, ‘결혼은 아무나 하나’라는 말마디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예수님이 세상 어둠 속의 큰 빛입니다. 오늘 복음 장면에서 예수님은 그대로 세상의 중심이자 세상의 빛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오늘 복음 장면에서, 또 세상에서 예수님이 없는 세상을! 아마도 캄캄한 어둠일 것입니다. 새삼 예수님께서 세상의 중심이자 의미요 빛임을 깨닫습니다. 요한이 잡히시자 바톤 터치하듯 등장한 예수님을 통해 이사야 예언자를 통한 하느님의 소원은 그대로 이루어집니다.
“즈불룬 땅과 답탈리 땅
바다로 가는 길, 요르단 건너편
이민족들의 갈릴래아,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빛이 떠올랐다.”(마태4,15-16;이사8,23ㄴ-9,1))
참 아름다운 구원의 시詩같습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날에도 그대로 큰 울림을 주는 현실성을 지닌 살아있는 말씀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무지한 인간의 본질은 그대로 인 듯, 그래서 갈수록 죄도 많아지고 병도 많아지는 세상같습니다.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사람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세상에 큰 빛으로 오신 주 예수님이십니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예나 이제나 영원한 화두같은 말씀입니다. 끊임없이 회개하여 예수님처럼 하늘 나라를 살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 자체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어둠속의 빛, 하늘 나라입니다. 이어 펼쳐지는 내용은 흡사 무지의 어둠을 밝히는 말씀의 빛이신 예수님을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온 갈릴래아를 두루 다니시며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백성 가운데에서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주셨다.’
무지의 짙은 어둠을 밝히는 빛이신 예수님이십니다. 인간의 근원적 무지의 병.무지의 죄, 무지의 악에 대한, 또 허무와 무의미, 절망에 대한 처방은 단 하나 주 예수님뿐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끊임없는 회개로 하늘 나라의 실현이신 어둠속의 빛이신 예수님을 만나 닮아갈 때 비로소 치유의 구원에 참삶이 시작입니다. 그러니 제 “새해 2022년 소원”의 기도문은 절실할 수 뿐이 없습니다. 어떻게 세상 속의 빛으로 살 수 있을까요? 바로 그 구체적 처방을 사도 요한이 줍니다.
“자녀 여러분,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 그분의 계명은 이렇습니다. 그분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분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고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
주님을 믿고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지킬 때 주님과 상호내주 일치의 사랑이요 비로소 무지의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살 수 있습니다. 문득 어느 분이 세 아들에게 지어 주었다는 ‘밝힘’, ‘한길’, ‘누리’라는 순수한 한글 이름도 생각납니다. 새해 첫날 수도형제들의 신년하례新年賀禮후 원장 수사의 선창 “서로”에 이어 술잔을 들고 한데 모은 후, “사랑합시다!”라고 화답할 때의 장면도 눈에 선합니다.
참으로 주님의 계명대로 서로 사랑할 때 하늘 나라의 실현이요 세상 무지의 어둠을 밝히는 빛의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주님을 반사하는 사랑의 빛, 세상의 빛으로, 또 은총과 진리가 충만한 영광의 존재로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우리는 주님의 영광을 보았네. 아버지의 외아드님,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분의 영광을 보았네.”(요한1,14).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