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여정 -둥근 사랑, 둥근 마음, 둥근 삶-2022.3.12.사순 제1주간 토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r 1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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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3.12.사순 제1주간 토요일                                                              신명26,16-19 마태5,43-48

 

 

 

사랑의 여정

-둥근 사랑, 둥근 마음, 둥근 삶-

 

 

 

근래 제 강론들중 ‘여정’이란 제목이 참 많습니다. 반복되는 똑같은 제목도 많습니다. 삶의 대부분이 완성을 향해가는 여정같습니다. 완성을 향한 삶의 여정일뿐 완성은 없고 삶의 여정중에 대부분 세상을 떠날 것입니다. 

 

심지어 나라의 독립도 예외없이 여정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1910년 한일합방후 1945년 연합국의 승리로 일제의 압제로부터 해방된지 무려 77년이 지나 선진국에 들어섰지만 명실상부한 독립국가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도 일제 식민지 시대의 잔재는 청산되지 않고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왜 초중고에서 근대사, 현대사에 대한 국사 교육이 부재한지 참 답답합니다.

 

그러니 의식있는 사람들이라면 깨어 내외적으로 독립운동하는 마음으로 공부도 치열히 하고 심신도 단련하며 운동화끈을 바짝 조여야 할 때입니다. 오늘 강론 제목은 “사랑의 여정-둥근 사랑, 둥근 마음, 둥근 삶-”입니다. “둥근 삶, 둥근 마음”은 이미 15년전 제 졸저의 책명이기도 합니다. 가을철 둥글게 익어가는 열매와 더불어 고 성철 큰스님의 말씀에서 얻은 통찰입니다.

 

성철 큰스님은 “나는 모나게 살았으니 너희는 그렇게 살지 마라”며 수십명 되는 제자들의 법명엔 예외없이 둥글 “원圓”자를 넣었다 합니다. 대표적 제자가 연세대 철학과 출신의 원택 스님일 것입니다. 가을 둥글게 익은 원숙圓熟한 열매들과 성철 큰스님의 말씀에 착안하여 24년전 가을철에 써놓은 “원숙圓熟”이란 시입니다.

 

“가을 열매는 태양의 자식들

호박, 배, 사과 등 태양을 닮아 

둥글둥글 환하다

 

사람도 

사랑으로 익어 열매되면 

얼굴도 마음도 글도 말도 행동도 사랑도 삶도

하느님 닮아

둥근 성체 닮아

둥글둥글 환하다.”-1998.9.10

 

둥근 태양아래 둥글둥글 황금빛 찬란하게 익어가는 배열매들을 보고 깨달은 원숙이란 말마디입니다. 일년사계 겨울, 봄, 여름, 가을의 고난의 여정을 통해 익어간 원숙의 열매임을, 결코 값싼 결실의 열매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이런 가을 둥근 열매를 닮은 사람들은 결코 “무골호인(無骨好人:줏대가 없이 두루뭉술하고 순하여 남의 비위를 잘 맞추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혜와 사랑으로 성장 성숙한 참사람들인 하느님의 자녀들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 모두에게 평생숙제를 부여하십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절정이자 결론같은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바로 이 말씀이 우리 모두에게 부과된 평생숙제요 그래서 사랑의 여정이라 하는 것입니다. 성인으로 추앙받았던 고 함마슐트 유엔 사무총장은 다음 같이 썼습니다. 

 

“여러분들의 책임은 실로 놀랍습니다. 여러분들은 하느님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느님을 닮을 책임! 그런데 여러분들은 하느님을 위한 책임을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 놀랍고 자랑스런 자부심이자 긍지입니다. 오늘 신명기 모세의 명령이나 주님의 복음 말씀은 하느님께 선택된,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가 지닌 놀라운 책임을 보여줍니다. 바로 이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삶의 거룩함holiness은 온전함wholeness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외에 같은 두 맥락의 말씀도 기억할 것입니다. 하늘 아버지처럼 거룩해야 한다, 자비로워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완전함perfection”은 “온전함wholeness”을 뜻하며 “거룩함holiness”과 영어 발음이 똑같습니다. 완전한, 온전한 둥근 삶이 바로 거룩한 사람이라는 것이며 참으로 사랑으로 둥글게 잘 성장 성숙할 때 거룩한 삶, 완전한, 온전한 삶이라는 것입니다. 제1독서 신명기 모세를 통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오늘 주 너희 하느님께서 이 규정과 법규들을 실천하라고 너희에게 명령하신다. 그러므로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여 그것들을 명심하여 실천해야 한다.”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강조점은 “오늘”입니다. 어제 읽은 1922년 출생의 연세대 신학교수 였던 100세 풍류신학자 유동식 어른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말마디로 시작하는 서시序詩의 시인 윤동주와 연희전문때 급우였던 분입니다.

 

“100세신데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나?”

-육체로 태어나게 해준 생일을 감사한다. 두 번째는 세례를 받고 새사람으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한다. 이제는 이 세상을 떠나서 하늘나라에서 살게 해주시니 감사한다. 죽음은 바로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죽음은 나에게는 생일이다.-

 

“교수님, 마지막으로 후학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지요.”

-오늘을 기쁘게 충실히 살아라.-

 

모세처럼 문제도 답도 오늘입니다. 하느님은 물론 믿는 모든 이들에게는 언제나 영원한 오늘입니다. 오늘을 참으로 후회없이 잘 사는 것입니다. 오늘이 바로 미래입니다. 오늘 사는대로 내일도 살고 또 사는대로 죽습니다. 어떻게 하루하루 날마다 오늘을 어떻게 새롭게 충실히 사느냐가 문제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주시는 6개 대당명제중 마지막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주신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바로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참 어려운 사랑의 숙제입니다. 원수와 박해자 미워하면 내가 먼저 다칩니다. 참으로 차별이 없는 공평무사, 대자대비하신 아가페 하느님의 사랑으로 이웃 모두를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이래서 평생숙제의 사랑의 여정중인 우리들입니다. 감정적인 성적 에로스 사랑, 친구간 우정의 필로스 사랑이 아니라 원수도 잘 되기를 바라는 인간에 대한 보편적 연민의 아가페 사랑입니다. 하느님 은총의 깨달음 없이는 불가능한 사랑입니다. 

 

사람 안에는 정도의 차이일뿐 무지의 악에 기인한 잔인성, 폭력성, 공격성, 보복성이 있습니다. 참으로 이런 무지의 악을 정화, 성화하기 위해 부단한 기도를 통한 부단한 회개를 권하는 것입니다. 무지에 대한 답은 회개뿐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내눈에 원수요 박해자지 상대방은 그 나름대로의 사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궁극으로는 자기도 모르는 무지의 악에 기인한 원수짓이요 박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끝없는 인내의 사랑과 기도로 무지의 악을 무력화無力化시키라는 것입니다. 악과 싸우다가는 이기지도 못할 뿐 아니라 악을 닮아 악마가 되기 십중팔구입니다.

 

이런 면에서 정의실현이란 미명하에 정치적 보복으로 보복의 악순환을 초래하는 일이 얼마나 치졸하고 짧은 위험한 악마의 짓인지 깨닫습니다. 사실 조선조 500년의 역사를 보면 보복의 악순환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래선 결코 보복의 악순환이란 악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바로 이런 보복의 악순환을 단斷! 끊어버리는 원수 사랑, 박해자를 위한 기도입니다. 이건 무기력한 무저항이 아니라 적극적 사랑의 저항이라 함이 옳습니다. 

 

주님은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사랑의 여정에 충실함으로 거룩하고 온전한 둥근 사랑, 둥근 마음, 둥근 삶으로 성장 성숙시켜 주실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궁극의 소망이자 희망입니다.

 

“행복하여라, 온전한 길을 걷는 이들,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이들! 

행복하여라, 그분의 법을 따르는 이들, 마음을 다하여 그분을 찾는 이들!”(시편119,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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