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배웁시다 -위로와 격려, 치유의 봄비같은 하느님-2022.3.13.사순 제2주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r 1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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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3.13.사순 제2주일                                     창세15,5-12,17-18 필리3,17-4,1 루카9,28ㄴ-36

 

 

 

하느님을 배웁시다

-위로와 격려, 치유의 봄비같은 하느님-

 

 

 

새벽 잠깨어 수도원 ‘자비의 집’ 숙소 문을 열고 나오니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봄비가 참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삭막하고 메마른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봄비가 마치 위로와 치유의 하느님 은총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래 전 써놨던 시가 반갑게 떠올랐습니다.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봄비!

하늘 은총

내 딸아이 하나 있다면

이름은

무조건 봄비로 하겠다”-2005.4.

 

참으로 충고와 조언보다는 위로와 격려가, 치유가 절실한 시절입니다. 모두가 고단하고 지쳐있으며 마음이 갈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의 하느님입니다. 다음 마태복음처럼 어느 한편의 일방적인 하느님이 아니라 모두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대자대비大慈大悲하신 하느님입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바로 메마른 온누리를 차별없이 적시는 봄비같은 참으로 보고 배워야 할 자비하신 하느님입니다. 자비하신 하느님의 면모는 오늘 주님의 변모 체험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이 또한 예수님과 그 제자들은 물론 오늘 우리에게도 봄비같은 하느님 체험입니다. 어제 오늘 복음에 기반한 사순 제1저녁기도 세 후렴들도 봄비처럼 우리 마음을 촉촉이 적셨습니다.

 

1.“예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을 따로 데리시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시어 그들이 보는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도다.”

2.“주님의 얼굴은 해와 같이 빛나고 옷은 눈과 같이 부셨도다.”

3.“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서 예루살렘에서 성취될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도다.”

 

그대로 오늘 복음의 주요 내용에 대한 소개입니다. 흔히 영성생활을 수덕신비생활로 정의합니다. 금욕과 절제, 극기의 수덕修德생활(ascetic life)의 기반위에 자리한 신비神祕생활(mystic life)이라는 것입니다. 신비생활에 앞선 철저한 수덕생활입니다. 불교의 삼학三學인 계정혜戒定慧 순서와도 일치합니다. 뿌리없이는 꽃이 없는 이치와, 또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이 없이는 부활의 영광이 없는 이치와 똑같습니다. 

 

사순 제1주일 복음은 광야에서 악마에게 유혹을 이겨내시는 예수님의 수덕생활 측면이 강조되었다면, 오늘 사순 제2주일 복음은 수덕생활에 잠시 지친 예수님과 제자들에 대한 하느님 위로의 선물, 변모 신비체험입니다. 부활의 영광이라는 신비 관상 체험을 앞당겨 체험케 하심으로 예수님과 제자들을 용기백배하게 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바로 이런 체험은 제1독서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의 하느님 체험과 흡사합니다. 하느님은 이런저런 일로 지쳐있는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셔서 계약을 맺으심으로 아브라함의 영육을 새롭게 하십니다. 다음과 같은 일련의 하느님 신비 관상 체험은 광야 여정중의 아브라함에게는 신선한 활력소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늘을 쳐다보아라. 네가 셀 수 있거든 저 별들을 세어 보아라.--- 나는 주님이다. 이 땅을 너에게 주어 차지하게 하려고, 너를 칼데아의 우르에서 이끌어 낸 이다.---나는 이집트 강에서 큰 강 곧 유프라테스강까지 이르는 이 땅을 너의 후손에게 준다.”

 

참으로 우리를 살게 하는 진짜 힘은 이런 하느님 신비 관상 체험입니다.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봄비같은 위로와 격려, 치유의 하느님 은총의 체험입니다. 이래서 깨어 있는 절제와 금욕의 수덕생활에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입니다. 오늘 아브라함이 주님과 계약을 맺으면서 나눈 대화를 통해 평소 얼마나 주님과 깊은 친교 관계의 기도생활에 충실했던 아브라함인지 깨닫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변모체험 역시 기도중에 선물처럼 주어진 신비 관상 체험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최측근인 세 애제자인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가 주님의 은총으로 예수님의 변모를, 예수님의 부활의 영광을 앞당겨 체험하면서 내적으로 새로워졌을 것이며 앞으로의 광야 여정에도 큰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 역시 매일 미사를 통한 이런 주님의 봄비 같은 신비 관상 체험은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다음 결론 같은 말마디가 우리에게는 좋은 깨달음이 됩니다. 다음 하느님 말씀은 산상 신비 변모 체험에 집착하는 베드로에게는 천둥같은 경각심을 주는 가르침이였을 것입니다.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이제 평범한 광여 여정의 일상에서 주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순종하며 우보천리 한결같은 자세로 살라는, 십자가의 길을 가라는 말씀입니다. 구약의 예언자들은 물론 베네딕도 규칙의 맨 앞에 나오는 말마디도 “들어라!”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경청의 들음입니다. 경청을 위한 침묵이요, 겸손한 경청에 이은 순종입니다. 참으로 평생 주님의 학인답게 말씀을 경청하고 실행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다음 제2독서 바오로의 말씀이 현대인의 타락한 실상을 보여주며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합니다.

 

“내가 이미 여러분에게 자주 말하였고 지금도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데,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끝은 멸망입니다. 그들은 자기네 배를 하느님으로, 자기네 수치를 영광으로 삼으며 이 세상 것만 생각합니다.”

 

어제 읽었던 주님의 충실했던 제자 두분, 50년전 7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던 이들의 영적 스승이었던 장공 김재준 목사와 함석헌 선생에 관한 김경재 목사의 인터뷰 내용을 나누고 싶습니다.

 

-“김재준은 북간도에서 은진중학교 교사를 할 때도 끼니를 걱정해야 할 처지이면서 월급 70환중 최소한의 금액인 22환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가난한 학생들을 돕는 데 썼다고 한다.”

 

“선생님은 80이 넘은 고령에도 10가지 생활 좌우명을 책상앞에 놓고 자기를 성찰하는 자세로 살았다.

1.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2.대인 관계에서 의리와 약속을 지킨다.

3.최저 생활비 이외에는 소유하지 않는다.

4.버린 물건, 버려진 인간에게서 쓸모를 찾는다.

5.그리스도의 교훈을 기준으로 “예”와 “아니오”를 똑똑하게 말한다. 그 다음에 생기는 일은 하느님께 맡긴다.

6.평생 학도로서 지낸다.

7.시작한 일은 좀처럼 중단하지 않는다.

8.사건 처리에는 건설적, 민주적 질서를 밟는다.

9.산하山河와 모든 생명을 존중하여 다룬다,

10.모든 피조물을 사랑으로 배려한다.

 

함석헌과 김재준은 정치권력에 대한 야심이 없고, 지성이 맑고, 역사를 꿰뚫어 보는 안목이 투철했기에 장준하, 안병무, 문익환이 이들 스승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이들은 두 스승을 아버지처럼 모셨다. 그들이 스승을 모신 것에 비하면 우리는 개같은 삶을 살고 있다.”-

 

이 영원한 비주류의 두 스승뿐 아니라 세 제자들 역시 70년대 시대의 스승이자 사표師表였고, 지금은 세상을 다 떠났지만, 저 또한 20대 청년시절 이분들로부터 유익한 가르침과 감화를 참 많이 받았습니다. 참으로 평범한 일상의 한결같은 수덕생활이 얼마나 소중한지 배웁니다. 이런 수덕생활의 실천에 꽃처럼 피어나는 선물같은 신비관상체험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신비 관상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주님을 닮은 모습으로 변모시켜주십니다. 제2독서 바오로 사도를 통한 주님의 다음 주옥같은 말씀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우리는 하늘의 시민입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구세주로 오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고대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만물을 당신께 복종시키실 수도 있는 그 권능으로, 우리의 비천한 몸을 당신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형제 여러분, 나의 기쁨이며 화관인 여러분, 이렇게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으십시오. 사랑하는 여러분!”(필리3,20-4,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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