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3.29.사순 제4주간 화요일 에제47,1-9.12 요한5,1-16
주님과의 만남
-예수님은 봄(春)이십니다-
오래전 돌아가신 한 파비엔 수녀님을 잊지 못합니다. 참 아름답게 사시다가 아름답게 돌아가신 분입니다. 수녀님의 특별 유언으로 수녀원 본원에서 장례미사를 집전했던 기억도 선명합니다. 그때 강론에 인용했던 시입니다. 돌아가시기 전 고백성사드린후 선물한 시인데 곧 전화가 왔습니다.
“신부님, 참 시가 좋습니다.”
제가 떠난후 읽어보시고 공감하여 감사의 전화를 주셨던 것입니다. 어제 인용했던 ‘예수님은 봄이다’라는 시와 같은 분위기의 ‘봄 햇살 붓으로’란 시입니다. 요즘 초봄 풍경 분위기에 꼭 맞는 시입니다.
“오, 하느님
바야흐로
그림그리기 시작하셨네
생명의 화판畫板
대지大地위에
부드러운 봄 햇살 붓으로
연한 초록색 물감
슬며시 칠하니
조용히 솟아나는 무수한 생명의 새싹들
오, 하느님
당신의 화판 봄의 대지위에
그림그리기 시작하셨네.”-2007.3.
어제 인용했던 사랑스런 시, ‘예수님은 봄이다’란 시를 다시 감상하고 싶습니다. 역시 어제처럼 오늘 복음 분위기와도 딱 드러맞습니다.
“예수님은 봄이다
봄은 사랑이다
생명이다
봄이 입맞춘 자리마다
환한 꽃들
피어나고
봄의 숨결 닿은 자리마다
푸른 싹
돋아난다
예수님은 봄이다
봄은 사랑이다
생명이다”-1999.3
파스카의 계절, 봄이 되니 하느님과 예수님의 부자父子분이 참 바쁘십니다. 성부 하느님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셨고 성자 예수님은 분주히 만물을 만나 주시니 말입니다. 바야흐로 피어나기 시작한 이런저런 무수한 봄꽃들, 벌써 주님 부활시기가 도래한 느낌입니다.
어제 말씀 분위기와 흡사한 오늘 말씀 분위기입니다. 어제는 이사야 예언자의 하늘 나라의 꿈이 복음의 예수님을 통해 경우라면 오늘은 에제키엘 예언자의 하늘 나라의 꿈이 복음의 예수님을 통해 실현된 경우입니다. 이런 예수님을 만나니 치유의 구원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일곱가지 표징중 세 번째에 해당됩니다. 어제는 두 번째 표징이었고 그 내용 일곱의 표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심
2.백부장을 고치심
3.벳자타의 못에서 앉은뱅이를 고치심
4.오천명을 먹이심
5.물위를 걷는 예수님
6.태어날 때부터 눈먼 소경을 고치심
7.나자로의 부활
예수님을 만날 때 얼마나 신바람 나는 표징의 기적이 일어나는 지요! 그대로 풍요로운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오늘 제1독서 에제키엘의 하늘 나라의 꿈이, 환시가 참 아름답습니다. 주님의 성전에서 솟아오르는 물이 생명의 강을 이루어 천지 사방으로 흘러내리니 모두가 살아납니다.
“이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면, 그 바닷물이 되살아난다. 그래서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이 강가 이쪽저쪽에는 온갖 과일나무가 자라는데, 잎도 시들지 않으며 과일도 끊이지 않고 다달이 새 과일을 내놓는다. 이 물이 성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과일은 양식이 되고 잎은 약이 된다.”
얼마나 은혜로운 하늘 나라의 꿈인지요! 그대로 파스카 예수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창세기 에덴동산에 흐르던 생명의 강을, 또 묵시록에 나오는 희생된 어린양의 천상 어좌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수의 강을, 요한복음의 새로운 성전인 그리스도의 몸, 곧 그분의 옆구리에서 흘러내리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물을 연상케 합니다.
참으로 예언자들이 그 엄혹한 현실을 통과해 갈 수 있었던 비결은 이런 하늘 나라의 꿈 덕분이었음이 분명합니다. 말그대로 지옥地獄같은 환경에서 이런 희망으로 빛나는 꿈의 천국天國을 살았던 예언자들이었습니다. 이처럼 똑같은 불행이라도 맞아들이는 자세에 따라 지옥과 천국으로 갈립니다. 새삼 희망도 훈련訓練이자 능력能力임을 깨닫습니다. 이래서 한결같은 찬미와 감사의 공동전례기도 수행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정말 꿈이, 하늘 나라의 꿈이 있어야 삽니다. 꿈이 없으면 죽습니다.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닙니다. 에제키엘의 꿈이 바야흐로 오늘 복음을 통해 실현되고 있음은 물론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또 작금의 파스카의 계절인 봄을 통해 실현되고 있음을 봅니다. 오늘 복음의 38년 앉은뱅이 병자로 지내던 이의 치유가 참 놀랍습니다. 참으로 간절히 치유를 갈망했던 그를 찾아온 생명의 예수님이셨습니다.
진짜 예수님이 생명의 못, 치유의 벳자타 못임을, 에제키엘의 환시에서처럼 세상으로 흘러 내려 세상을 살리는 생명의 강임을 깨닫습니다. 굳이 밖으로 벳짜타 못을 찾아 나서지 마시기 바랍니다. 바로 언제나 눈만 열리면 바로 우리 곁에 계신 생명과 치유의 벳자타 못, 파스카의 예수님을, 우리를 촉촉이 적시며 흘러가는 생명의 강 예수님을 만날 것입니다. 예수님과 앉은뱅이 병자와의 극적 만남입니다.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
그러자 그 사람은 건강하게 되어 자기 들것을 들고 걸어갑니다. 후에 만났을 때 예수님은 결정적 조언을 주십니다.
“자, 너는 건강하게 되었다. 더 나쁜 일이 너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
영혼과 육신은, 마음과 몸은 하나입니다. 죄로 인해 영혼이, 마음이 병들면 즉시 육신도 병들기 마련입니다. 참으로 영육靈肉의 건강에 죄를 짓지 않는 일이, 또 늘 찬미와 감사, 기쁨과 평화, 신망애信望愛와 진선미眞善美의 삶이, 얼마나 결정적 영약靈藥인지 깨닫습니다.
오늘 치유받은 병자는 참 경솔하고 배은망덕했습니다. 그는 물러가서 유다인들에게 자기를 건강하게 해 준 분은 예수님이라 누설함으로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박해하기 시작하였고 급기야 수난과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다시 죄를 짓지 말라 했는데 이런 어리석음의 죄를 짓는 병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스카의 주님이 늘 함께 하시기에 살만한 세상입니다. 절망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참으로 파스카의 주님을 만날 때 치유의 구원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치유의 구원을 살게 하십니다. 오늘 화답송 후렴이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만군의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네. 야곱의 하느님이 우리의 산성이시네.”(시편46,8).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