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력의 지혜 -모든 덕행의 어머니-2022.4.29.금요일 시에나의 가타리나 동정 학자(1347-1380) 기념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pr 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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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4.29.금요일 시에나의 가타리나 동정 학자(1347-1380) 기념일

사도5,34-42 요한6,1-15

 

 

 

분별력의 지혜

-모든 덕행의 어머니-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

 주님은 내 생명의 요새. 나 누구를 무서워하랴?”(시편27,1)

 

화답송 시편을 들으니 힘이 납니다. 참으로 이런 주님을 모시고 주님과 함께 살 때 선사되는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오늘 새벽 휴게실에 들어서서 책 열람대를 보니 처음 보는 책 제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노년의 향기” 

책 제목이 좋아 한 번 펼쳐 봤습니다. 70대 후반의 정하돈 노수녀님이 쓴 책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덕행의 어머니라는 분별력의 지혜를 지닐 때 주책없는 노년이 아닌 참으로 “향기로운 노년”의 삶을 형유享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엊그제 점심식사후 집무실에서 잠시 휴식하려하자 갑작스럽게 백발의 노자매님이 웃으며 들어왔습니다. 작은 호두과자 한박스와 친히 집필한 ‘세 분의 어머니’란 신앙고백서 책 3권을 선물로 받고 무려 한 시간 대화를 나눴습니다. 1945년 경기 이천에서 9남매의 맏이로 태어난 권병애 루시아 자매인데 참으로 평생 가족의 생계를 위해 분투 노력한 훌륭한 신앙인이었습니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참으로 노년의 향기를 지닌 겸손하고 부드러우며 분별력의 지혜를 지닌 분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전개된 대화 나눔이었습니다. 책 제목인 “세 분의 어머니”는 친정 어머니와 시어머니, 그리고 마리아 성모 어머니를 지칭합니다. 진정성 가득한 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저의 가정을 지켜주십시오! 간절히 기도하고 나면 위안이 되고 힘을 주시는 내 버팀목이셨던 마리아 어머니셨다.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성모님을 내 안에 모시고 살았음을 새롭게 느끼며 어머니께 감사드리며 오늘도 기도한다. 이 세상을 떠나 당신 곁으로 갈 수 있는 은총을 주시고 지켜주세요. 사랑하올 어머니, 마리아 성모님!”

 

새삼 이런 분별력의 지혜 역시 기도의 열매이자 참 좋은 주님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오늘은 14세기 이태리 출신의 위대한 신비가이자 교회 학자인 시에나의 가타리나 성녀 기념일입니다. 25남매중 24번째로 태어나 16세에 도미니꼬 3회원이 되어 예수님과 같은 나이 만33세 선종할 때까지 참으로 눈부신 업적을 남긴 성녀였고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분별력의 지혜였습니다. 참으로 타다 꺼져버린 삶이 아니라, 33세 100% 완전 연소燃燒시킨 삶이었습니다. 

 

그리하여 1939년 교황 비오 12세는 시에나의 가타리나를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함께 이탈리아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하였고, 이어 1970년 성 바오로 6세는 성녀를 교회학자로, 그리고 1999년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시에나의 가타리나와 누르시아의 성 베네딕도, 성 메토디오와 성 치릴로 형제, 스웨덴의 성녀 비르짓타, 십자가의 성녀 테레사 베네딕타, 에디트 슈타인 여섯을 유럽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합니다.

 

분별력의 지혜하면 우리의 사부 성 베네딕도를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 그레고리오 대 교황은 그의 ‘베네딕도 전기’에서 ‘그분은 수도승들을 위한 규칙서를 탁월한 분별력과 명쾌한 문체로 저술하셨다’라고 고백합니다. ‘아빠스를 세움에 대하여’라는 64장에 나오는 내용을 일부 인용합니다.

 

“자기의 명령에 있어서는 용의주도하고 깊이 생각할 것이다. 그 명령이 하느님께 관계되는 일이든 세속에 관계되는 일이든 분별있고 절도있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모든 덕행들의 어머니인 분별력의 다른 증언들을 거울삼아, 모든 것을 절도있게 하여 강한 사람은 갈구하는 바를 행하게 하고, 약한 사람을 물러나지 않게 할 것이다.”

 

비단 각계 각층의 지도자들뿐 아니라 믿는 이들 모두에게 참으로 필요한,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이 모든 덕의 어머니인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참으로 ‘마음의 길눈’ 밝아야, 분별력이 좋아야 불필요한 고생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 말씀의 이해도 확연해 집니다. 복음의 예수님은 물론이고 사도행전의 온 백성의 존경을 한몸에 받은 율법학자 가말리엘 바리사이는 말그대로 분별력의 지혜의 대가임을 깨닫습니다.

 

공성이불거(功成而弗居), ‘공을 이루면 그 자리에 머물지 마라’는 노자 회고판에 나오는 말마디를 연상케 하는 오늘 복음 후반부 예수님의 지혜로운 처신입니다. 5천명을 먹이신 기적후,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라고 말하며 사람들이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아시고, 예수님은 참으로 기민하게 그 자리를 떠나 혼자서 산으로, 하느님곁 본래의 제자리로 떠나십니다. 

 

참으로 분별력의 지혜로 잘 살다가 잘 떠날 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떠나야 할 제 때에 떠나지 못하고 방황하는, 또 짐이 되는 삶이라면 참 민망하고 답답하고 안타까울 것입니다. 분별력의 지혜는 때를 아는 지혜이기도 합니다. 자연을 통해 계시되는 하느님의 때가 참 놀랍고 반갑고 고맙습니다. 22년전 이 때나 오늘 지금 이때나 피어나기 시작한 파스카의 봄꽃들이요, 요셉상 옆 연산홍도 그대로입니다. 그때 썼던 시가 생각납니다.

 

“말없이 고요해도

가슴은 타오르는 불이다

요셉상옆

붉게 타오르는 연산홍꽃들!”-2005.4.30

 

참으로 잘 살다가 잘 떠나는 죽음이 될 수 있도록 주님의 자비 은총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 율법학자 가말리엘의 분별력의 지혜가 상황을 압도하며 순식간에 혼란한 상황을 말끔히 정리해 버립니다.

 

“이제 내가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저 사람들 일에 관여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저들의 계획이나 활동이 사람에게서 나왔으면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에게서 나왔으면 여러분이 저들을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 자칫하면 여러분이 하느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말리엘의 올바른 분별력의 지혜로 다시 자유로워진 사도들은 그분의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욕을 당할 수 있는 자격을 받았다고 기뻐하며, 날마다 성전에서, 또 이집저집에서 끊임없이 가르치면서 예수님은 메시아라고 선포하니 참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복음의 분위기입니다. 한 사람, 가말리엘의 분별력 지혜의 위력이 얼마나 지대한지 깨닫습니다. 

 

참으로 겸손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참 좋은 주님의 선물이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회개한 우리 모두에게 겸손과 더불어 분별력의 지혜를 선물하십니다. 아마도 주님 주시는 최고의 선물은 다음 화답송 시편 말씀처럼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사는 축복일 것입니다.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 평생, 주님의 집에 살며,

주님의 아름다움 바라보고, 그분의 성전 우러러보는 것이라네.”(시편37,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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