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5.14.성 마티아 사도 축일 사도1,15-17.20-26 요한15,9-17
사랑의 학교
-서로 사랑하여라-
"알렐루야, 사도들의 임금이신 우리 주님께, 어서 와 조배 드리세."
오늘은 성 마티아 사도 축일입니다. 사도 축일 공통 성무일도 초대송 후렴으로 하루를 여니 기분이 참 상쾌합니다.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마티아 이름 뜻도 좋습니다. 엊그제 방문했던 포천 수녀원은 왕방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우리 요셉 수도원은 불암산을 배경으로 합니다. 명산대찰名山大刹이라 말마디처럼 명산을 배경으로 한 불교 대 사찰들입니다. 신록으로 빛나는 불암산 배경의 우리 요셉 수도원은 참 자랑스럽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발
뒤로 물러나
묵묵히
바라보고 지켜보는
배경의 품이 되어 살고 싶다
산처럼!”
문득 떠오른 “산처럼!”이라는 짧은 시입니다. 산 배경의 품같이 묵묵히 바라보고 지켜보는 사랑의 어른이 참 그리운 시절입니다. 수도원 배경의 산을 볼 때 마다 산 배경같은 사랑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오늘 기념하는 성 마티아 사도는 물론 나머지 열한 사도 및 교회의 모든 성인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산 배경의 사랑의 품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성 마티아 사도 축일입니다. 스승이신 예수님을 배반하고 떠난 불행한 유다를 대신하여 뽑힌 12사도중 맨 마지막 사도가 성 마티아입니다. 성서에도 별로 등장하지 않는 사도이나 베드로 사도의 추천 내용을 보면 묵묵히 예수님을 따르며 스승 예수님의 사랑을 평생 보고 배웠을 제자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주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지내는 동안 줄곧 우리와 동행한 이들 가운데에서, 곧 요한이 세례를 주던 때부터 시작하여 예수님께서 우리를 떠나 승천하신 날까지 그렇게 한 이들 가운데에서 한 사람이 우리와 함께 예수님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말마디가 문득 생각납니다. 평생 보고 배우며 공부해야 하는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아주 오래전 ‘사랑이 무엇이냐?’는 한 자매의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했던 일도 생각납니다. 사랑도 받고, 보고 배워야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평생 보고 배우며 공부해야 할 사랑이요, 우리는 죽어야 졸업인 사랑의 학교에서 평생 공부해야 할 사랑의 평생학인이요 사랑에는 영원한 초보자 학인임을 깨닫습니다.
아마도 성 마티아 사도 역시 평생 예수님을 따르며 또 동료 제자들을 보며 사랑을 배웠을 것입니다. 특히 배반자 유다 사도 대신 뽑혔기에 자주 유다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주님께 대한 사랑을 새로이 하며 분투의 노력을 다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사랑으로 시작하여 사랑으로 끝납니다. 사랑이란 말마디가 무려 9회 나옵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주님의 계명을 지킬 때 비로소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를 수 있으며, 이 때 주님의 기쁨이 우리 안에 있어 우리의 기쁨도 충만할 것입니다. 사랑의 기쁨, 사랑의 충만입니다. 무지와 허무에 대한 궁극의 처방도 이런 주님의 아가페 사랑뿐임을 깨닫습니다. 답은 주님의 계명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아. 막연한 제멋대로, 제 좋을 대로의 무질서한 감정적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의 기준은 주님의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이란 말씀이 사랑의 교본입니다. 주님의 무사한 사랑을 평생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서로를 자유롭게 하는 사랑, 무집착의 초연한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 존중하고 배려하며 경청하는 사랑, 아가페 순수한 사랑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을 실천하면 너희는 나의 친구가 된다.”
주님 사랑을 배우고 공부하여 서로 사랑 실천에 항구하면 주님의 친구가 될 수 있다 합니다. ‘주님의 친구’라는 호칭은 얼마나 영예로운지요! 서로의 형제 사랑과 주님의 친구로서 우정의 사랑은 함께 감을 봅니다. 날로 깊어가는 주님 사랑의 우정과 더불어 형제 사랑도 깊어진다는 것입니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부단히 열매를 맺으라 당신 제자로 뽑아주신 우리의 신원입니다. 무슨 열매입니까? 사랑의 열매입니다. 언제나 영원히 남아있을 열매가 바로 사랑의 열매입니다. 가을철에 둥글둥글 주렁주렁 무수히 열매 맺는 과일나무들처럼 인생 가을을 맞이하였을 때 우리 사랑의 열매도 이러할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사랑의 열매가 빈약할 때 텅빈 충만이 아닌 텅빈 허무의 삶이 될 것입니다. 흡사 예수님의 마지막 유언처럼 생각되는 사랑의 명령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사랑밖엔 길이, 답이 없습니다. 바로 제 졸저의 책명이 “사랑밖엔 길이 없었네”입니다. 사랑은 삶의 의미이자 존재이유입니다. 허무와 무지에 대한 답도 사랑뿐입니다. 사랑은 분별의 잣대이자 율법의 완성입니다. 사랑의 신비, 사랑의 지혜, 사랑의 분별, 사랑의 관상, 사랑의 순교, 사랑의 성사, 사랑의 수행, 사랑의 기적, 사랑의 치유, 사랑의 사도등 도대체 사랑이 붙지 않는 말마디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 사랑은 우리의 모두임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정의하는 것입니다. 도대체 사랑을 빼놓으면 뭐가 남겠는지요. 오늘 강론에서 사랑이란 말마디를 빼놓으면 뭐가 남겠는지요. 완전 허무일 것입니다. 허무의 어둠을 몰아내는 사랑의 빛입니다.
“주님의 사랑의 평생 전사”
“주님의 사랑의 평생 학인”
바로 우리의 신원입니다. 살아있는 그날까지 계속될 사랑의 영적전투요, 사랑의 학교에서 배우고 실천해야 할 아가페 순수한 사랑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날마다의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한결같은 주님 사랑의 제자로, 친구로, 사도로 살게 하십니다.
"의인에게는 빛이 솟아 오르고, 마음 바른 이에게는 기쁨이 솟나이다."(시편97,11).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