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5.23.부활 제6주간 월요일 사도16,11-15 요한16,5-11
선교활동의 본질적 요소
-성령과 환대-
참 아름답고 겸손하고 매력적입니다. 끊임없는 위로와 힘을 주니 참 감사합니다. 숨겨져 있으며 할 일을 다합니다. 바로 보호자 성령과 환대의 사람이 그러합니다. 선교활동의 본질적 두 요소가 성령과 환대입니다. 참으로 향기롭고 겸손한 성령이요 환대의 사람들입니다.
“사람은 떠나도 향기는 남는다
바람처럼 왔다가
향기만 남기고 떠나신 분
몇 년만에 고백성사차 방문하셔서
잠시 겨우 한 시간 머무는 동안도
민첩한 손놀림으로
빨간실로 행주 둥글게 뜨개질 하여
선물로 남기고 가신 분
은은한 향기
꽃처럼 남기고 조용히 떠나신 분
사람은 떠나도 향기는 남는다”-2007.5.
15년전 써놨던 시가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지금도 향기로 남아있는 정말 아름답고 겸손한 분입니다. 어제 세상에 숨겨져 살다가 5월이 되자 나타난 옛 초등학교 6학년때 제자들, 당시는 13살이었는데 이제는 환갑에 육박한 58세 노년에 접어든 순수한 제자들 몇이 스승의 날은 지났지만 선물 가득 안고 찾아와 동심童心 가득한 빛나는 얼굴로 동요童謠들을 불러 줬습니다. 성령의 선물같은 제자들은 떠났어도 지금도 은은한 향기로 남아있습니다.
“지나가다 멈추었다
향기맡고 뒤돌아 발견한 꽃
하늘 향기
아카시아꽃 그윽한 향기
당신 겸손의 향기
당신 존재의 향기
당신 추억의 향기
당신 사랑의 향기로 삽니다”-1998.5
아까시아꽃이, 자귀꽃이, 장미꽃이, 찔레꽃이 바로 그러합니다. 향기맡고 뒤돌아 보고 발견하는, 이런 꽃같은 주님을 닮은 사람이 바로 성령의 사람, 환대의 사람입니다. 그러니 성령에 감사하고 성령을 사랑하십시오. 환대에 감사하고 환대를 사랑하십시오. 성령이 얼마나 고마운지는 성령에 관한 많은 성가들을 통하여 잘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오늘 복음은 보호자 성령이, 제1독서 사도행전은 환대의 사람, 리디아가 주인공입니다. 선교활동의 본질적 두 요소가 보호자 성령이요 환대의 사람임을 입증합니다. 온갖 시련과 고난을 백절불굴의 믿음으로 이겨내고 영적 승리의 삶을 살게 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주는 분이 숨어계시며 활동하시는 성령입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예수님이 바로 성령입니다.
“내가 아버지에게서 너희에게로 보낼 보호자, 곧 아버지에게서 나오시는 진리의 영이 오시면, 그분께서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 그리고 너희도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으므로 나를 증언할 것이다.”
이런 증언의 삶을 살 수 있는 것도 순전히 성령의 은총입니다. 사람들이 제자들을 회당에서 내쫓김의 박해를 당해도 건재할 수 있음도 성령의 은총입니다. 마음의 고질병인 무지無知에 대한 답도 진리의 영, 성령뿐입니다.
“게다가 너희를 죽이는 자마다 하느님께 봉사한다고 생각할 때가 온다. 그들은 나도 아버지도 나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한 짓을 할 것이다.”
아버지도 예수님도 성령도, 즉 삼위일체 하느님을 모르기에 이런 무지한 폭력입니다. 사람이라고 다 똑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성령에 닫혀 있는 무지의 사람들이 예나 이제나 문제입니다. 광야 여정중 급기야 이념에 중독된 극단주의자가 되기도 하고 잔인하고 사나운 괴물이, 폐인이, 광인이 되기도 합니다.
참으로 선교활동에 본질적인, 한결같은 도움을 주는 성령입니다. 제가 이렇게 평생, 매일 흐르는 “강”처럼 강론을 써서 마침내 강론의 “바다”를 이룬 것도 순전히 성령의 힘이자 은총입니다. 가톨릭 교리서의 성령에 대한 설명입니다.
“하느님을 계시해 주시는 성령께서는 하느님의 살아 계신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알려 주시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말씀하시지 않으신다.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드러내시는’ 진리의 성령께서는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으신다’. 참으로 하느님다운 ‘숨김’이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 그분을 아는 것은 성령께서 그들 안에 계시기 때문이다.”(교리서687항)
참 겸손하고 멋지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성령입니다. 참으로 ‘성령의 사람’이 이러합니다. 어제 갑자기 눈에 띈 참으로 하찮은 개망초꽃들이 참 예뻤고 다음같은 시를 썼는데 성령의 은총이라 믿습니다.
“꽃은
다 예쁘다
사람도
다 예쁘다
주님은
다 예뻐하신다”
제1독서 환대의 사람, 티아티라시 출신의 자색 옷감 장수로 하느님을 섬기는 리디아 역시 얼마나 아름답고 향기로운지요! 바오로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도록 하느님께서 그의 마음을 열어 주시니 바로 성령의 은총이요, 이어 온 집안과 함께 세례를 받으니 이 또한 성령의 은총입니다. 성령의 은총은, “저를 주님의 신자로 여기시면 저의 집에 오셔서 지내십시오.” 말하는 리디아의 바오로 일행에 대한 자발적 기쁨의 환대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이어 영문 주석도 소개합니다.
‘리디아의 환대와 보호자 성령은 공통적인 어떤 점을 지닌다. 교회의 삶과 일에서 그들 각자의 역할은 본질적이나, 배후에 숨겨져 있을뿐 “표면에 나서지 않음”으로 특징지어 진다. 그러니 성령과 환대, 그들은 결코 교회의 정신과 기억에서 결코 사라져선 안된다.’
‘표면에 나서지 않음(self-effacement)’이란 말마디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느님다운 겸손의 표현입니다. 바로 성령과 환대를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겸손입니다. 주님의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당신을 닮은 겸손하고 향기로운 성령의 사람, 환대의 사람으로 살게 하십니다.
"주님은 당신 백성을 좋아하시고, 가난한 이들을 구원하여 높이신다."(시편149,4).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