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은 삶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마라-2022.5.26.목요일 성 필립보 네리 사제(1515-1595) 기념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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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5.26.목요일 성 필립보 네리 사제(1515-1595) 기념일 

사도18,1-8 요한16,16-20

 

 

한결같은 삶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마라-

 

 

모든 것은 지납니다. 사계절의 변화가 참 신비롭습니다. 봄꽃들 한창이었던 자리에는 초록빛 잎들로 가득합니다. 흰 버찌꽃 가득했던 자리에는 빨간 열매들 가득하더니 이젠 초록빛 잎들로 가득합니다. 가을 단풍들 때까지는 늘 푸른 잎들이겠습니다.

 

“잠시

 왔다 가는

 

 꽃(花)도

 열매(實)도 아닌

 

 늘 푸른 배경의

 믿음의 잎(葉)들로 살고 싶다”

 

산책중 되뇌인 말입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한결같이 늘 푸른 배경의 희망의 잎들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아주 예전에 써놨던 “봄(觀)”이란 시도 생각납니다.

 

“전체를 보는 것이다

 삶은 흐른다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기다리는 것이다

 아버지의 뜻을 헤아리는 것이다

 

 가을의 황홀과 겨울의 적요

 기쁨과 슬픔

 빛과 어둠

 아름다움과 추함

 강함과 약함

 

 함께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랑하는 것이다.”-1998.11.4.

 

성인들의 특징이 한결같은 삶, 일희일비하지 않는 삶입니다. 늘 푸른 배경의 희망의 잎들로 살았던 성인입니다. 오늘은 ‘로마의 사도’로 불렸던, 기쁨중에 복음을 살았던 참으로 당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성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일입니다. 알고보니 정말 대단한 성인이었습니다.

 

성인은 오라토리오회를 설립하여 ‘오직 애덕만을 규칙’으로 삼아 함께 동고동락하는 공동체를 지향했고, 고위 성직을 내리려는 교황의 뜻도 완곡히 사양하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다가 1595년 5월 25일 만 80세, 모인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십자가로 강복한 후 선종합니다. 선종시 “성인이 돌아가셨다” 사람들은 외쳤고 사후 27년, 1622년 교황 그레고리오 15세에 성인품에 오릅니다. 

 

오라토리오회 회원이자 현대의 저명한 영성학자인 루이 부이에는 “그처럼 큰 자연적 은총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신비적 체험을 일상의 상식과 잘 결합시킨 성인은 거의 없다.” 말하며 성인을 기립니다. 성인이 남긴 어록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1.기쁨 없는 덕은 참된 덕이 아니다.

2.육신을 돌보는데 지나치게 마음을 쓰지 마라. 교만하지 마라. 자주 기도하라.

3.기쁨의 정신은 그리스도인의 완성에 이르게 하지만 우울한 정신은 그렇지 못하다.

4.인색한 사람은 덕성에 있어 결코 진보할 수 없다.

5.하느님을 등지는 사람은 아주 쉽게 육욕에 빠진다.

6.자기를 내세우지 마라.

7.지나치게 신심에 빠지지 마라. 조금씩 시작하여 꾸준히 하라.

8.마치 페스트를 경계하듯이 거짓말하는 것을 경계하라.

9.유혹을 받게 되면 곧바로 주님께 매달려라.

10.게으름을 경계하라. 게으름은 악습의 온상이다.

11.사람들이 너에게 거두어간 영광은 하느님께서 반드시 되돌려 주신다.

 

성인의 체험이 녹아든 잠언과 같은 말씀들입니다. 얼마나 한결같이 충실했던 성인인지, 사제품도 애덕활동에 전념하다 주위의 강권에 의해 나이 40쯤에 받았던 참 본질적 삶에 충실했던 사목자이자 애덕의 사도이고 사회사목의 선구자이자 깊은 영성가였던 필립보 네리 성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주님은 일희일비하지 마라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울며 애통해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삶은 과정입니다. 삶은 흐름입니다. 빛과 어둠, 기쁨과 슬픔은 우리 삶의 리듬입니다. 커다란 위안은 모두가 주님 안에서 펼쳐지는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삶의 단면만 볼 것이 아니라 널리, 멀리, 높게, 깊이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이래야 현재의 고통이나 슬픔에 빠지지도 않고, 기쁨이나 행복에 집착하지도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주님 안에서 한결같이 늘 푸른 배경의 잎들로 잔잔한 기쁨과 평화중에 살 수 있습니다. 

 

필립보 네리 성인이 그러했고 오늘 사도행전의 바오가 바로 그러합니다. 참으로 잡초雜草같이 강한 생활력을 지닌 바오로에 견주면 제 수도생활은 때로 온실溫室속의 화초花草같은 삶같아 부끄러운 생각도 듭니다. 언제 어디서나 주님 안에서 최선을 다했던 주님의 사도 바오로입니다. 

 

‘바오로가 그들을 찾아갔는데, 마침 생업이 같아 그들과 함께 지내며 일을 하였다. 천막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생업이었다.’

 

바오로는 천막을 만드는 생업에 힘쓰며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라고 증언하면서 말씀 전파에만 전념합니다. 사람들이 반대하여 모독하는 말을 퍼붓자 자신의 옷의 먼지를 털고 다음 같은 말을 남기면 훌훌 떠나는 자유인 바오로 사도입니다. 

 

“여러분의 멸망은 여러분의 책임입니다. 나에게는 잘못이 없습니다. 이제부터 나는 다른 민족들에게로 갑니다.

 

얼마나 가볍고 홀가분해 보이는 모습인지요! 보통 갈수록 안팎으로 무거워지는 우리의 삶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이어 회당장 크리스포스는 온 집안과 함께 주님을 믿게 되었고, 바오로의 설교를 들은 많은 코린토 사람들은 주님을 믿고 세례를 받습니다. 

 

앞서 아테네에서의 실패와 코린토에서의 성공이 참 좋은 대조를 이룹니다. 이렇게 전체를 볼 때 일희일비하지 않고 한결같이 최선을 다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모범이, 지칠줄 모른 선교열정의 모범이 사도 바오로입니다. 성 필립보 성인의 말씀이 또 생각납니다.

 

“젊은이들이여, 그대들은 축복받은 자들이다. 인생이 그대들에게 미소짓고 있으며, 황홀한 미래가 여러분 앞에 펼쳐져 있지 않는가! 무엇보다도 여러분이 축복받은 것은 앞으로 선행을 행할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쁘게 지내라. 그러나 죄를 짓지 마라.”

 

참으로 늘 푸른 배경의 하느님께 희망을 두었기에 이런 희망찬 낙관적 인생관일 것입니다. 비단 젊은이만 아니라 믿는 모든 이들에게 주는 말씀같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을 닮아 늘 푸른 배경의 희망으로 빛나는 한결같은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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