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천국의 삶 -꿈꾸라, 사랑하라, 선포하라-2022.7.3.연중 제14주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ul 03, 202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2.7.3.연중 제14주일                                           이사66,10-14ㄷ 갈라6,14-18 루카10,1-12.17-20

 

 

지상에서 천국의 삶

-꿈꾸라, 사랑하라, 선포하라-

 

 

“그리스도의 평화가 너희 마음을 다스리게 하여라.

 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가운데에 풍성히 머무르게 하여라.”(콜로3,15.16)

 

성인답게 살고 있습니까? 지상에서 천국의 삶을 살고 있습니까? 이런 성인답게 살고 싶은, 지상에서 천국의 삶을 살고 싶은 깨끗한 욕심, 청정욕은 얼마든 좋습니다. 하느님께서도 기뻐하십니다. 각자 고유의 참나의 성인이 되라고, 지상에서 천국의 삶을 살라고 불림받은 우리들입니다. 

 

저는 요즘 이런분들을 만났습니다. 먼저 우리 교황 프란치스코입니다. 어제 읽은 인터뷰 기사를 일부 인용합니다. 기자는 교황이란 명칭을 부르지 않고 그냥 프란치스라 불렀습니다.

 

-“프란치스, 당신은 보통 우리 시대의 세가지 악을 자기도취narcissism, 허무감despondency, 염세주의pessimism로 묘사한다. 이들과 우리는 어떻게 싸울 수 있나?”

 

나는 빛나는 미소로 가득한 얼굴의 교황에게 물었다.

 

“실제로 이 셋과 싸우는데 도움이 되는 게 하나있으니 유머 감각이다. 나는 40년 이상을 날마다 해온 기도가 성 토마스 모어의 다음과 같이 시작하는 아름다운 기도이다. ‘오, 주님, 저에게 어느 것이든 잘 소화하게 해 주십시오. 저에게 유머 감각을 주십시오. 저에게 웃음을 일으킬 수 있는 은총을 허락해 주십시오.’ 유머 감각은 모든 것을 조망할 수 있게 배치하며, 우리에게 너무나 좋고, 비관하거나 비탄하는 정신에는 최고의 처방이다.”-

 

바쁘거나 힘들기로 하면 프란치스코 교황님보다 더한 분 없을 것이나, 제가 볼 때 지상에서 천국을 살고 계신 살아 있는 성인입니다. 어제부터 배열매 봉지싸는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일하는 어머니들이 흡사 하늘에 별들을 다는 주님의 전사처럼 느껴져 예전에 느꼈던 생각이 떠올라 소감을 시로 적었습니다.

 

“하늘에 별들을 다는구나

사다리 부지런히 오르내리며

배나무 가지 배열매들 마다

하얀 봉지를 쌀 때 마다

하늘에 떠오르는 사랑의 하얀 별들이다.

 

낮에도 환히 떠오른 사랑의 하얀 별들

하늘에 별들을 다는 어머니들이다.

몸은 고단해도

얼굴은, 눈은 별처럼 빛나는

배봉지를 싸는 ‘주님의 전사’인 어머니들이다.”

 

자매보다 빛나는 명칭인 ‘어머니’라 부릅니다. 배봉지를 싸며 하늘에 하얀 별들을 다는 어머니들 역시 저는 과감하게, 주저함 없이 지상에서 천국을 사는 성녀들이라 부릅니다. 우리 모두 성인이 되라고, 지상에서 천국을 살라고 불림을 받고 있습니다. 죽어서 성인이 아니라, 죽어서 천국이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 살아서 성인으로, 천국을 사는 것입니다. 그 방법을 나누고 싶습니다.

 

첫째, “꿈꾸라!”입니다.

꿈이, 희망이, 비전이 있어야 삽니다. 예언자나 성인들은 예외없이 꿈의 사람, 희망의 사람, 비전의 사람이었습니다. 희망있는 곳이 천국이요, 희망없는 곳이 지옥입니다. 꿈이라 다 참꿈이 아니며 희망이라 다 참희망이 아니며 비전이라 다 참비전이 아닙니다. 

 

궁극의 꿈이나 희망은, 비전은 예나 이제나 한결같이 하느님이요 하늘나라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사야서 끝부분으로 예루살렘의 구원이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은 우리 궁극의 꿈과 희망 비전을 상징합니다.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선사되는 주님의 고마운 말씀입니다.

 

“예루살렘을 사랑하는 이들아, 모두 그와 함께 기뻐하고 그를 두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그 위로의 품에서, 젖을 빨아 배부르리라. 너희가 그 영광스러운 가슴에서, 젖을 먹어 흡족해 하리라. 

 

보라, 내가 예루살렘에, 평화를 강물처럼 끌어들이리라. 너희는 젖을 빨고 팔에 안겨 다니며, 무릎위에서 귀염을 받으리라. 어머니가 제 자식을 위로하듯, 내가 너희를 위로하리라. 너희가 예루살렘에서 위로를 받으리라. 너희 마음은 기뻐하고, 너희 뼈마디들은 새 풀처럼 싱싱해지리라.”

 

얼마나 고무적이고 위로와 힘이 되는지요! 이런 예루살렘의 꿈을, 희망을, 비전을 고스란히 앞당겨 체험하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도대체 미사전례가 아니라면 어디서 예루살렘 하느님 나라의 체험을 할 수 있겠는지요.

 

둘째, “사랑하라!”입니다.

무엇보다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리스도 예수님이 예루살렘입니다. 하늘나라 꿈의 실현이 바로 우리가 이 거룩한 미사중 모시어 하나되는 그리스도 예수님입니다. 우리의 사부 성 베네딕도 역시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을 첫째로 강조하셨습니다.

 

“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성규4,21)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안에서 원수들을 위해 기도하라.”(성규4,72)

“그리스도보다 더 아무것도 낫게 여기지 말 것이니, 그분은 우리를 다 함께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실 것이다.”(성규72,11-12)

 

무엇보다 지상에서 그리스도를 사랑하며 빛나는 성인으로 사신 분이 바로 오늘 제2독서 갈라티아서의 사도 바오로입니다. 그리스도와 하나된 바오로 역시 새 예루살렘 꿈의 실현입니다.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어떠한 것도 자랑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말미암아, 내쪽에서 보면 세상이 십자가에 못박혔고, 세상쪽에서 보면 내가 십자가에 목박혔습니다. 사실 할례를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새 창조만이 중요할 따름입니다. 하느님의 백성인 여러분에게 평화와 자비가 내리기를 빕니다. 앞으로는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마십시오. 나는 예수님의 낙인을 내몸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하나되어 사는 우리들 역시 바오로처럼 하느님께 속한 새 창조물인 예루살렘입니다. 하늘나라 꿈의 실현인 새 예루살렘이신 그리스도와 하나되어 새 창조물이 되어 살 때 우리 삶의 자리가 하늘나라 예루살렘입니다. 잘 들여다 보면 우리 역시 각자 나름대로 예수님의 낙인을 몸에 지니고 살아갑니다. 그러니 한결같이 열렬히 하늘의 예루살렘, 그리스도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시간 생 창조물로 새롭게 태어나는 우리들입니다.

 

셋째, “선포하라!”입니다.

“꿈꾸라”, 1/3일뿐이라 불완전합니다. 이에 더하여 “사랑하라!”실천하면 2/3가 되고, 마침내 “선포하라!”가 추가되면 3/3 완전한 하느님 나라, 예루살렘의 실현입니다. 지상에서 천국의 삶을 사는 성인들이 됩니다. 

 

선교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자 존재이유입니다. 꿈꾸고 사랑하는 관상만으로는 반쪽입니다. 안으로는 관상의 제자, 밖으로는 복음선포의 사도로, 선교사로 사는 것입니다. 복음선포의 사명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이래서 제자들을 파견하신 똑같은 주님께서 날마다 우리 삶의 자리로 파견하십니다. 각자 삶의 자리가 복음 선포의 장이 됩니다.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 청할 것 없이 우리 하나하나 주님의 일꾼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돈주머니도 여행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말라.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 병자들을 고쳐주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여라.”

 

우리의 현재 실상을 비춰주는 거울같은 복음입니다. 이렇게 최소한의 소유로 평화를 선사하며 이리떼 세상에서 자유롭게 ‘존재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주님이자 스승이요 도반인 그리스도님과 함께 하는 충만한 삶인데 무엇이 아쉽고 두렵겠는지요. 다음 말씀이 우리에게는 결정적 구원의 말씀입니다. 용기백배하여 백절불굴의 정신으로 복음 선포의 삶을 살게 합니다.

 

“보라, 내가 너희에게 뱀과 전갈을 밟고 원수의 모든 힘을 억누르는 권한을 주었다. 이제 아무것도 너희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복음중의 복음입니다. 예나 이제나 똑같이 살아 계신 주님이십니다. 옛 제자들은 물론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복음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 이름이 하늘에 기록되어 있는, 하느님께 속한 새 창조물입니다. 바로 하늘에 기록된 우리 이름을 새롭게 확인하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지상에서 천국의 삶을, 성인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된 우리들입니다. 그러니 주님의 다음 당부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1.궁극의 꿈이자 희망인 하늘나라 예루살렘을 꿈꾸며 앞당겨 사십시오.

2.새 예루살렘의 실현이 파스카의 그리스도 예수님을 한결같이, 열렬히 사랑하십시오.

3.내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 나라의 복음 선포의 일꾼으로 살아가십시오.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리스도를 꿈구며, 그리스도를 사랑하며, 그리스도를 전하는, 그리스도와 하나된 삶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내가 사는 것은 내안에 계신 그리스도가 사는 것"이란 고백이 저절로 나옵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 

'행복하여라, 주님께 바라는 사람!“(시편34,9). 아멘.

 

 

 

 

 

 

 

 

 

 


Articles

2 3 4 5 6 7 8 9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