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歸家)의 여정-2015.5.12. 부활 제6주간 화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1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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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5.12. 부활 제6주간 화요일                                                                                                                 사도16,22-34 요한16,5-11


                                                                                                       귀가(歸家)의 여정


우리 믿는 이들의 삶은 '죽음에로의 여정'이 아니라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의 여정'입니다. 제가 자주 드는 예가 일일일생, 인생사계입니다. 일생을 하루로, 일년사계로 압축할 때 현재 어느 지점에 와 있겠느냐 하는 물음입니다. 점차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 시간이 가까워 왔음을 실감합니다. 하여 사막교부들은 물론이고 성 베네딕도는 동료 수도승들에게 '날마다 죽음을 눈 앞에 환히 두고 살라' 말했습니다. 귀가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늘 의식하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요한복음의 고별사에서 예수님은 귀가 시간이 임박했음을 느끼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이제 나는 나를 보내신 분께 간다.“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분명해 진 우리 인생여정입니다. 예수님처럼 우리 역시 아버지께로부터 와서 아버지께로 가는 귀가의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천상병 시인의 아름다운 '귀천'이란 시도 바로 죽음은 아버지의 집으로 귀가임을 말해 줍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바로 이렇게 하늘이신 하느님이 우리의 유일한 삶의 목적지가 될 때 방황하지 않습니다. 요즘 제 관심사도 남은 귀가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수 있게 하는데 있습니다. 평균수명을 80세 초반이라면 이제 남은 시간은 15년 안팎입니다. 서품 금경축까지의 90세까지도 생각합니다만 욕심일 것입니다.


남은 시간을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남은 귀가 시간을 어떻게 보람있게 지낼까 요즘 골똘히 생각 중입니다. 며칠전에는 점차 아버지의 집에 가까워진다는 느낌에 언뜻 홀가분하면서도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치 하루의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내 방에 들어와 잠자리에 들 때처럼 말입니다. 죽음이 있어 삶이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생각이 마음을 초연하게 겸손하게 합니다. 환상의 거품을 거둬내고 감사와 기쁨으로 오늘 지금 여기 삶의 자리에 올인하게 합니다. 다음 예수님의 말씀이 귀가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에겐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내가 떠나는 것이 너희에게는 이롭다. 내가 떠나지 않으면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지 않으신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너희에게 보내겠다.“


약속대로 예수님은 아버지의 집으로 귀가하신후 보호자 성령을 보내주셔서 늘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귀가 여정중에도 이미 여기서 하늘나라를 살게 하시고, 생사를 넘어 영원한 생명의 구원을 살게 하십니다. 더욱 열렬히 하느님을 찬미하게 합니다. 사도행전의 박해중에도 치열한 순교적 삶을 사는 바오로와 실라스의 삶이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심한 매질을 당한 후 발에 차꼬가 채워져 가장 깊은 감방에 갇혀 있지만 찬미하는 이들의 영혼을 가둘 수는 없었습니다. 사도행전의 바오로와 실라스가 하느님 찬미의 위력을 잘 보여줍니다.


'자정 무렵에 바오로와 실라스는 하느님께 찬미가를 부르며 기도하고 다른 수인들은 거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나 감옥의 기초가 뒤흔들렸다. 그리고 즉시 문들이 모두 열리고 사슬이 풀렸다.‘


말그대로 '찬미의 기적'입니다. 우리를 내적으로 묶고 있는 온갖 사슬을 풀어 자유롭게 하는 찬미의 위력입니다. 우리가 매일, 평생, 끊임없이 바치는 '하느님 찬미'의 성무일도보다 귀가의 여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 알든 모르든 무수한 하느님 찬미의 기적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복된 '귀가의 여정'은 바로 '찬미의 여정'이자 '기적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제자들의 찬미의 기적에 충격을 받은 간수와 제자들의 주고 받은 문답이 우리의 믿음을 새롭게 합니다. 


"두 분 선생님, 제가 구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주 예수님을 믿으십시오. 그러면 그대와 그대의 집안이 구원을 받을 것이오.“


늘 예수님과의 믿음을 새롭게 함으로 예수님과의 우정을 깊이할 때 즐거운 귀가 여정이 될 것입니다. '주님의 집에 가자할 때 나는 몹시 기뻣노라' 라는 시편을 노래하면서 기쁨 가득한 귀가의 여정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귀가의 기쁨을 앞당겨 체험케 하심으로 하루하루 충실한 귀가의 여정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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