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2.연중 제18주간 화요일 예레30,1-2.12-15.18-22 마태14,22-26
더불어(together), 인생 항해(航海) 여정
-“주님과 함께”-
산티아고 순례 여정후 참 많이 사용한 강론 주제가 “여정(旅程)”입니다. 인생 광야 여정도 그 하나입니다. 오늘 심한 파도에 시달리며 항해 중인 제자들이 탄 배를 향해 물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의 장면을 묵상하던중 떠오른 주제는 “인생 항해 여정”입니다. 흡사 세상 바다에서 목적지를 향해 항해하는 공동체의 배들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전히 인생 항해 여정중에 있는 다양한 공동체들입니다. 요셉수도공체란 배도 설립이후 만 35년 동안 세상 바다를 항해중에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우여곡절의 사연도 많았고 파선의 위기도 겪었지만 감사하게도 잘 항해중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요즘 얼마나 많은 공동체의 사람들이 조난을 당하거나 파선되어 생존의 위기를 겪으며 구조 요청을 하고 있는지요! 수도원에 살아도 너무 절박하게 와닿는 인생 항해중 다양한 시련과 고통,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제자매들입니다.
인생 항해 여정중 잠시 주님 안에서 머물러 휴식을 취하며 힘을 얻고자 수도원 피정집을 찾는 형제자매들이 남긴 메시지를 보면서 새삼 수도원의 존재이유를 확인하게 됩니다. 밖에 나가 선교가 아니라 찾아 오는 손님들의 환대를 통한 존재론적 선교가 우리 베네딕도회 요셉 정주수도원의 특징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좋은 피정의 집이 있다니, 좋아 죽을 지경입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모든 수사님들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세요.”
“힘들 때 주님 안에서 저처럼 용기와 힘과 지혜를 평화를 얻을수 있기를 바랍니다. 2박3일 동안 행복한 시간이었고 기도와 노동과 삶의 모습으로 주님을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신 수사님들 모습 감명깊었고,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다시 올 땐 온 가족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해봤습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진정한 겸손과 바위같은 믿음 구합니다. 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소서.”-
바로 수도원 십자로 중안 예수성심상아래 바위판에 있는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는 성구와 더불어 심신이 지친 형제자매들을 가슴 활짝 열며 환대하는 예수님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서 인생 항해중 파도에 시달리며 위기를 겪고 있던 제자들이 물위를 걸으시는 예수님을 보고 겁에 질려 “유령이다!” 소리쳤을 때 주님의 격려 말씀에 근거한 성구입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오늘 복음의 핵심 구절이요 평생 인생 항해중인 우리 모두가 마음에 담고 지내야 할 화두같은 말씀입니다. 바로 이 말씀중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는 성구를 뽑아낸 것입니다. “나다(I AM)”, 바로 모세에게 계시된 하느님 이름입니다. 물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은 바로 이런 하느님과 같은 분이라는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성경에 365회 나옵니다. 두려움에 포위되어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일년 365일 날마다 위로하시며 격려하시는 주님이십니다.
“나는 너희와 함께 있다(I AM with you)!”
“나는 너희를 위해 있다(I AM for you)!”
이런 주님이심을 상기하며 힘을 내라는 것입니다. 우리를 위해 우리와 함께 있는 주님이심은 마태복음 마지막 말씀에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ㄴ).
미사중 영성체전 빵 나눔 전 “주님의 평화가 항상 여러분과 함께!”라는 평화의 축복은 얼마나 은혜로운지요! 이어지는 수제자 베드로와 예수님이 주고 받는 대화와 장면이 우리에겐 참 유익한 가르침이 됩니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오너라.”
배에서 내려 물위를 걸어 예수님께 걸어가던 베드로는 순간 거센 바람에 파도를 보자 주님을 바라보는 눈길을 잃고 물속에 빠져 듭니다. 새삼 인생 항해중 늘 주님께 시선을, 눈길을 두지 않으면 두려움의 세상 바다에 빠져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주님을 향한 신망애(信望愛)의 눈길을 잃어 세상 바다에 빠져 허우적 대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주님 향한 눈길을, 삶의 방향을 잃으면 십중팔구 ‘일상의 늪’에 빠질것입니다. 바로 이에 대한 안전망(安全罔)과 같은 것이 공동체의 일과표입니다. 평범한 일과표에 깨어 충실하면서 본연의 책임을 다할 때 계속 안전한 인생항해가 될 것입니다.
애당초 타고난 믿음은 없습니다. 계속 “기도와 삶”중에 성장해야할 믿음의 여정중인 우리들입니다. 바로 베드로의 믿음의 이를 입증합니다. 겉잡을 수 없이 물속에 빠져 들기 시작하자 절박한 구원 요청의 기도입니다.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그런후 그들이 배에 오르자 바람이 그칩니다. 바로 오늘 항해중 파도에 시달리며 위기를 겪던 공동체의 배는 우리 믿는 이들의 공동체를 상징합니다. 주님을 선장(船長)으로, 우리 삶의 중심에 모실 때, 참으로 안전하고 평화로운 인생 항해 여정일 것입니다.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고백과 더불어 배안에 있던 제자들의 믿음도 한층 깊어졌을 것입니다. 이어 겐네사렛 땅에 이르러서도 주님의 치유활동은 계속됩니다. 그분의 옷에 손을 댄 사람마다 치유의 구원을 받습니다. 바로 이런 똑같은 주님을 우리 삶의 중심에 모심으로 치유의 구원을 받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유비무환입니다. 믿음의 경우는 더욱 그러합니다. 바로 예수님이 그 좋은 본보기입니다. 오늘 물위를 걸으신 기적은 바로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후에 일어난 기적입니다. 공통적 특징은 “사랑의 기적”이라는 것입니다.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후 예수님은 신속히 외딴곳으로 물러나시니, 바로 이점이 배울점입니다.
흥분한 오천명의 광신적 분위기를 간파하셨음이 분명합니다. 공성이불거(功成而弗居), 공을 이루면 거기 머물지 않는다는 노자의 말씀처럼, 즉시 아버지와의 깊은 친교의 기도를 위해 외딴곳을 찾는 예수님이십니다.
바로 여기 외딴곳에서 깊은 기도중에 인생 항해중 곤경에 처한 제자들의 모습을 알아채시고 즉시 개입하여 살려 내시는 주님에게서 우리는 주님의 아버지와의 일치중에 살았던 기도의 비결을, 또 기도와 함께 가는 믿음임을 다시 배우게 됩니다. 두려움에 대한 유일한 처방 역시 믿음뿐입니다.
유바무환(有備無患), 평소 한결같이 바치는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가 얼마나 우리 믿음에 절대적인지 깨닫게 됩니다. 오늘 제1독서 예레미야에서 예고된 지도자이자 통치자가 바로 예수님이심을 깨닫습니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그들의 지도자가 되고, 그들 가운데에서 그들의 통치자가 나오리라. 내가 그를 가까이 오도록 하여 나에게 다가 오게 하리라. 그러지 않으면 누가 감히 나에게 오겠느냐? 주님의 말씀이다. 너희는 내 백성이 되고, 나는 너희 하느님이 되리라.”(예레30,21-22)
바로 우리의 중재자이자 구원자이신 예수님을 통해 실현된 예레미야의 예언입니다. 우리 삶의 여정은 인생 광야 여정임과 동시에 인생 항해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늘 우리와 함께 계신 주님과 사랑과 신뢰의 우정을 날로 깊게 해 주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