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6.토요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다니7,9-10.13-14 루카9,28ㄴ-36
변모의 여정
-날마다 주님을 닮아가기-
오늘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입니다. 우리도 주님을 닮아 거룩히 변모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주는 참 기분 좋은 축일입니다. 비단 오늘뿐 아니라 매일이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주님의 변모와 더불어 참으로 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변모입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바도 당신과 더불어 당신을 닮은 우리 모두의 변모일 것입니다. 역설적 신비가 날로 주님을 닮아 변모해갈수록 참나의 실현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주님을 닮은 변모의 좋은 본보기가 프란치스코 교황님일 것입니다. 오래전 수도원 고백신부님이 그려 선물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한결같은 모습의 초상화가 제 집무실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캐나다 원주민들과의 치유와 화해를 위해 일주간의 참회의 순례 여정을 마친후 어느 기자의 교황님에 대한 묘사가 참 아름다워 소개합니다.
캐나다에서 교황님의 “몸짓은 그대로 메시지였다(The gesture is message)”는 머릿기사와 오색찬란한 관을 쓴 인디언 대표와 교황님의 얼굴이 아름답기가 아주 비슷해 보였습니다. 인디언들의 전통 의상은 참 화려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교황님이 많이 보여주셨던대로, 우리도 마음을 다해 경청하고 경청하기 위해 우리 이웃에 가까이 다가가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교황님의 여정은 몸짓과 말씀과 연설과 구체적 행위들이 참 조화롭게 섞여 잘 직조(織造)된 것처럼 보였다. 마치 인디언 의상의 형형색색의 줄무늬들의 실들처럼 말이다. 그분의 제스처는 그대로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였다.”
그대로 주님을 닮아 변모된 교황님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주님의 변모 일화는 공관복음에 공통적으로 나옵니다. 흡사 미사장면을 연상케 하는 오늘 복음입니다. 우리 또한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변모하신 주님을 만나 알게 모르게 우리도 변모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예수님은 제자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시는데 섬세하기가 영성심리의 대가처럼 느껴집니다. 당신의 수난 예고에 사랑하는 수제자 베드로를 사탄이라 몰아세웠기 때문에 제자들 역시 몹시 의기소침해 있었을 것입니다.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시고자 총애하는 베드로, 요한, 야고보 세 제자들을 대동하고 산에 오르시어 당신 변모의 모습을 체험케 하셨음이 분명합니다. 이어지는 묘사가 아름답습니다. 은총의 선물처럼, 부활 영광의 당신 모습을 앞당겨 보여 주시면서 당신의 정체를 순간 환히 보여주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의복은 하얗게 번쩍였다. 그리고 두 사람이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모세와 엘리야였다. 영광에 싸여 나타난 그들은 예수님께서 이루실 일, 곧 세상을 떠나실 일을 말하고 있었다.’
아주 귀한 대목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이미 모세와 엘리야는 예수님과 영적으로 소통하시며 멘토 역할을 하셨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율법과 예언자를 대표하는 두분과 에녹은 승천한 구약의 세인물이기도 합니다. 바로 모세와 엘리야 두분이 예수님께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파스카 사건을 미리 알려 주셨음이 분명합니다. 이미 그 아득한 옛날 다니엘이 환시중에 본 사람의 아들이 바로 예수님의 정체입니다.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으리라.”
바로 유구한 전통의 가톨릭 교회의 파스카 예수님을 통해 서서히 실현되고 있는 다니엘의 환시입니다. 베드로와 그 동료들은 잠에 빠졌다가 깨어나 예수님의 영광과 그분과 함께 있는 두분을 보고 허겁지겁 소원을 고백합니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에게,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엉겹결에 말하는 베드로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은총의 선물은 모두가 나눠야 하는 것이지 집착하여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이때 구름 속에서 들려오는 하늘 아버지의 말씀은 당시의 세 제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이제 남은 일은 평범한 일상에서 묵묵히 주님 말씀에 순종하며 사는 일뿐이겠습니다. 제자들은 사건의 본질을 깨닫고 침묵을 지켜, 자기들이 본 것을 그때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런 변모신비체험의 선물은 헤프게 발설할 것이 아니라 마음에 소중히 잘 담아두고 수시로 렉시오 디비나 해야 할 것입니다. 바로 오늘 미사중 감사송이 참 아름답고 은혜로와 참 좋은 묵상감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뽑힌 증인들 앞에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시고, 당신의 모습이 찬란히 빛나게 하시어, 제자들 마음속에서 십자가의 걸림돌을 없애 주셨으며, 머리이신 당신에게서 신비롭게 빛난 그 영광이, 당신 몸인 온 교회 안에도 가득 차리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 주셨나이다.”
이제 다시 십자가의 길 같은 평범한 일상의 계속입니다. 그러나 세 제자들은 물론, 이 거룩한 미사중 역시 주님의 변모를 체험한 우리들은 예전과는 같을 수 없습니다. 이미 주님 부활의 영광을 앞당겨 이 부활의 희망과 기쁨을 살기 때문입니다.
날로 주님을 닮아 변모중인 우리들입니다. 미사전례뿐 아니라 일상의 기도와 말씀, 그리고 교회의 성사와 무수한 사랑의 수행들을 통해 주님을 만남으로 부단히 주님을 닮아 변모되어가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자 기쁨이요 행복입니다.
말그대로 날로 주님을 닮아 변모해가는 변모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무엇보다 날마다의 미사은총이 우리의 변모에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끝으로 그동안 자주 나눴던 “예닮기도”로 강론을 마칩니다. 마음을 다해 끊임없이 바치는 이런 기도 역시 주님을 닮은 우리의 행복한 변모에 참 좋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찬미합니다.
감사합니다.
기뻐합니다.
차고 넘치는 행복이옵니다.
이 행복으로 살아갑니다.
주님,
눈이 열리니 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
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늘 나라 천국이옵니다.
곳곳에서 발견하는
기쁨, 평화, 감사, 행복이옵니다.
살 줄 몰라 불행이요 살 줄 알면 행복임을 깨닫나이다.
끊임없는 찬미와 감사의 삶중에
당신을 만나니
당신은 우리를 위로하시고 치유하시며
기쁨과 평화, 희망과 자유를 선사하시나이다.
주님,
당신은 저의 모두이옵니다.
저의 사랑, 저의 생명, 저의 기쁨, 저의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와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선물의 하루이옵니다.
이제 당신을 닮아
온유와 겸손, 인내의 사람이 되는 것이 제 소망이오니
간절히 청하는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당신께 영광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