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목자 영성 -사제는 사업가(businessman)가 아닌 목자(shephred)다-2022.8.17.연중 제20주간 수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ug 17, 202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2.8.17.연중 제20주간 수요일                                                       에제34,1-11 마태22,34-40

 

 

 

착한 목자 영성

-사제는 사업가(businessman)가 아닌 목자(shephred)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파아란 풀밭에 이 몸 누여 주시고,

 고이 쉬라 물터로 나를 끌어 주시니,

 내 영혼 싱싱하게 생기 돋아라.”(시편23,1-3ㄱ)

 

착한 목자 영성은 비단 교회의 사제뿐 아니라, 신자들은 물론 모든 각계 각층의 지도자들, 대통령 모두에게 해당되겠습니다. 참으로 사랑과 지혜, 온유와 겸손을 겸비한 착한 목자같은 지도자들이 목마르게 그리운 시절입니다. 멀리 갈 것 없이 나부터 이렇게 사는 것입니다.

 

예전 장상인 아빠스님으로부터 원장 재직시 받은 조언을 잊지 못합니다. 장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목자로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규칙서에도 강조되는바, 우선적인 것이 아빠스의 목자로써의 자질입니다.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어제 소개해 드린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을 통해서 착한 목자의 모범을 만납니다. 마르타의 집 청소담당 자매의 증언입니다.

 

-“저는 여기 온 지 얼마 안 되었어요.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일하면서 교황님을 매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요. 정말이예요. 그분은 결코 혼자 있는 걸 원하시지 않는 듯해요. 어느날 아침, 우리 청소팀은 청소도구를 가득 싣고 엘리베이터에 모두 탓죠.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어요. 

 

우리 앞에 누가 있었는지 아시겠어요? 네, 바로 교황님! 본능적으로 우린 그분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하여 내리려고 하는 찰나에, ‘아녜요. 아닙니다. 그냥 있으세요. 우리 좀 당겨서요. 자 됐어요!’ 교황님과 우리는 모두 목적지에 다가갈 수 있었지요. 제겐 꿈같기도 하였고, 사건 그 자체였어요.”-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의 인터뷰 기사중 감동적인 부분을 나눕니다. “교황님께서 저를 임명하실 때 ‘교황청에 아시아인 장관이 한 사람밖에 없어 새로운 사람을 찾았다. 그러던 중에 유 주교님의 이름이 떠올랐을 때, ’아, 찾았다!‘라며 기뻐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유추기경은 교황청을 거닐면서 보이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자신을 ‘돈 라자로’라 소개한다. 직책이나 신분의 높낮이 없이 그저 한 사람의 신부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형제로서 사람들을 만나고 친교를 나누고자 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교황청에서 돈 라자로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물론 후에 유추기경이 ‘성직자부 장관’임을 알고 깜짝 놀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런 착한 목자의 모습을 보고 감동하여 배우게 되니, 이렇듯 보고 배우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저에게 가장 큰 스승은 여기 수도공동체입니다.”(2021.7.20.), 무려 1년전 집무실 게시판에 써붙인 글이 지금도 그대로 있습니다. 공동체 형제 하나하나에게 좋은 점을 보고 배우니 공동체는 제 스승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에서 우리는 참 많이 보고 배우며 깨닫습니다. 이 또한 하늘 나라의 비유입니다. 이처럼 착한 목자 영성으로 살 때 실현되는 하늘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아, 그렇습니다. 이렇게 살 때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실현되는 하늘 나라입니다. 아니 이런 이들의 삶자체가 하늘 나라입니다. 

 

오늘 복음과는 대조적으로 제1독서 에제키엘서에서 주님의 이스라엘의 고약한 목자들에 대한 개탄이 흡사 하느님의 육성을 듣는 듯 합니다.

 

“그러므로 목자들아, 주님의 말을 들어라. 내 생명을 걸고 말한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나의 양떼는 목자가 없어서 약탈당하고, 나의 양떼는 온갖 들짐승의 먹이가 되었는데. 나의 목자들은 내 양떼를 찾아보지도 않았다. 목자들은 내 양 떼를 먹이지 않고 자기들만 먹었다. 그러므로 목자들아, 주님의 말을 들어라.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나 이제 그 목자들을 대적하겠다.”

 

그대로 오늘날 본분에서 이탈한 목자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참으로 공동체를 책임지고 있는 모든 분들이 명심해야 할 말씀입니다. 이제 착한목자영성이 보편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복음에서 제시되는 착한 목자상은 얼마나 감동적인지요!

 

포도원은 세상을, 포도원에 고용된 이들은 하느님의 백성을, 선한 포도원 주인은 하느님이자 예수님을 상징합니다. 착한목자 예수님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는 착한목자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하느님의 눈엔 세상 모든 사람들이 고용된 당신의 백성이요 성소자들입니다. 

 

일한 시간이나 노동량에 상관없이 아침 일찍 온 사람이나 끝무렵에 온 사람이나 모두에게 똑같은 하루 한 데나리온 일당을 지급합니다. 사람마다 다 고유의 사정이 있기에 불림받은 시간이 동일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주인은 예외없이 똑같은 일당을 지급하니 흡사 요즘 회자되고 있는 '안전 그물망'과도 같은 기본소득제의 실현처럼 생각됩니다. 모두에게 최저 생계비를 지급함으로 모두가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 기본적 인간 품위를 누리며 일하며 살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언젠가는 실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하느님의 계산법입니다. 산술적 공정과 정의의 잣대가 아닌 사랑의 잣대입니다. 각자 불린 자들은 남과 비교할 것 없이, 하느님 은총의 사랑을 자신의 이기적 잣대로 잼이 없이, 아니 오히려 하느님의 자비를 크게 깊이 깨닫고 배우며 자기 본분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면 될 뿐입니다. 이런면에서 맨 먼저 불림 받아 고용된 자들은 일견 합리적이고 타당해 보입니다만 하느님의 자비를, 자신의 분수를 너무 몰랐습니다.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 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 군요.”

 

일견 맞는 것 같지만 감사가 전무합니다. 다른 이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할 시간, 하루종일 일할 수 있었음에 감사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늦게라도 일자리를 찾아 적은 시간동안이라도 부지런히 최선을 다해 일한 이들에게도 이들의 내적 처지를 헤아린다면 시간의 양에 관계없이 그대로 일당을 지불함이 자비로운 주인의 마음입니다. 착한목자 주님은 이런 주인처럼 너그럽고 자비로우시며 지혜롭고 깊으신 분입니다. 이어지는 주인의 답변은 우리에게는 깊이 새겨야 할 말씀입니다.

 

“친구여, 내가 당신에게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오. 당신은 나와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당신 품삯이나 받아서 돌아가시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도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바로 하느님의 자비를 헤아리지 못한 무지無知에, 제 분수를 모르는 월권越權의 우리들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이래서 꼴찌가 첫째가 되고 첫째가 꼴지도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초심을 잃어 한결같지 못했을 때 첫째가 꼴찌가 될 수 있고, 늘 초심의 자세로 살 때 꼴찌가 첫째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꼴찌가 첫째가 되고 첫째가 꼴지 될 것이다.”(마태20,16)

 

바로 오늘 지금 여기에서 우리의 내적현실을 점검케하는 말씀입니다. 아무리 세월 흘러 나이들어도 여전히 내적으로 무너짐 없이, 불림받았을 때 내 본연의 첫째의 초심의 삶에 항구하시기 바랍니다. 누구와 비교할 것 없이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이 내 책임을 다하며 사는 것입니다. 조용히 속삭이며 한결같이 깨어 반짝이며 맑게 흐르는 시냇물처럼, 하루하루 깨어 반짝이며 평범한 섬김의 일상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바로 주님의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제 한평생, 모든 날에, 

 은총과 자애만이 나를 따르니리,

 저는 오래오래, 주님 집에 사오리다.”(시편23,6). 아멘.

                                                                                                                                                                                                                                                                                                                   

 

 


Articles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