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18.연중 제20주간 목요일                                                       에제36,23-28 마태22,34-40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늘 나라를 삽시다

-초대받은 손님들이 되어-

 

 

 

"착한 목자 주님을 닮게 하소서."

 

날마다 예수성심상 앞을 지날 때 마다 바치는 화살기도입니다. 매일 일기처럼 쓰는 강론이며 때로는 참회록懺悔錄같은 회개의 고백같은 강론입니다. 강론을 쓰며 주님 안에서 위로와 치유를 받고 자신을 추스르며 바로 잡는 시간입니다. 어제는 “착한 목자 영성-사제는 사업가(businessman)가 아닌 목자(shephred)다-”라는 주제의 강론이었는데, 오늘 강론을 쓰면서 이대로의 어제 하루의 삶이었음을 깨닫습니다.

 

2014년 안식년때 산티아고 순례 여정을 가졌던 이후는 오전 1시 전후로 일어나 강론을 쓰는 것이 완전히 습관화되었습니다. 어제는 오전 12:30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힘들게 온힘을 다해 강론을 쓴 후, 하느님 은총에 우선 감사하지만, 독수리 타법에 많은 시간 참 힘들게 쓴 강론인데, 때로 이것뿐이 안되나 자괴감自愧感, 좌절감挫折感에 잠시 빠질때도 많습니다. 꿈속에 강론을 완성해 놓고 좋아하다 꿈깨어 허전한 마음에 다시 강론 쓰기도 부지기수입니다.

 

오늘은 “하늘 나라를 삽시다-초대 받은 손님들”인데, 어제 저는 지인의 초대를 받아 하루를 지내고 오후 늦게 저녁기도 전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여 휴대폰 공간이 찼다하여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지우며 무수한 자연 풍경의 사진들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했습니다. 가장 좋아하여 매일 산책시 찍은 사진은 주로 세 장면이었습니다. 

 

수도원 정문에서 주차장까지 난 1.하늘길, 수도원 십자로 중앙 불암산 배경의 2.예수성심상, 그리고 불암산 배경의 단아한 수도원 3.성전, 셋이었습니다. 이 세 장면은 제 영혼 깊이 각인되어 하느님 중심의 삶으로 이끄는 하느님 은총의 선물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대로 하늘길을 통과해 주님을 뵈옵고 주님의 집에 머무는 삶을 상징합니다.

 

어제는 오전에 코로나 이후 처음 지인의 배려로 고맙게도 아파트내 사우나 목욕탕 안에서 편안한 휴식시간을 가졌고, 오후에 만난 형제로부터 점심식사후 기탄없이 솔직하게 쏟아내는 말을 수시간 경청했습니다. 코로나 이전 약 4년전 일인 데 저에 대해 얼마나 서운했던지 그때의 일을 다 토로했습니다. 들으면서 노년의 가난과 병고가 얼마나 심각한 사회문제인지 깨닫습니다. 물론 소수의 부자들과 고액 연봉자들이나 고액의 연금을 받는 분들에게는 여유있는 노년이겠지만, 대부분 가난한 이들은 병든 노구老軀를 끌고 70대 넘어서도 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 형제가 마음에 담아놨던 어렵고 힘든 사정을 쏟아 놓고 싶어 참으로 모처럼 수도원을 방문했는데, 점심식사후 그런 시간을 기대했는데, 가도록 했다는 것이었고, 그 서운함이, 한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참으로 노년의 어려움은 마땅히 사정을 털어 놓을 대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책보다는 우선 자기 말을 경청할 대상을 찾은 것입니다. 이래서 사제는 경청하는 착한 목자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어제는 결국 착한 목자의 사목 방문차 외출이 된 셈입니다. 어제 형제의 말을 장시간 들으며 깊이 공감하면서 많이 자신의 부족을 뉘우쳤고 부끄러웠습니다. 당시 이런 사정을 눈치챘다면 아낌없이 시간을 내어 들었을 것입니다. 늦었지만 마음 깊이 사과했습니다. 솔직하게 심정을 토로한 형제가 고마웠습니다. 생각해보니 하늘 나라 잔치에 초대되어 착한 목자가 되어 형제의 진심을 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귀원후에는 정말 몸이 불편하고 피곤했습니다. 밤12시 반에 일어나 계속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원장에게 사정을 메시지로 전한후 저녁기도, 끝기도만 참석하고 저녁식사는 생략하고 쉬다가 끝기도후 8시 넘어 즉시 잠자리에 들었다 잠깨니 8.18일 오전 1시, 일어나 강론을 씁니다. 바로 오전 고요한 밤시간은 주님의 하늘 나라 잔치에 손님으로 초대받아 지내는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참으로 믿는 이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고해가 아니라 축제입니다. 하늘 나라 축제입니다. 고해苦海인생을 축제祝祭인생으로 바꿔주는 주님의 은총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가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하늘 나라 잔치에 초대받은 손님이 되어 축복을 받는 미사시간입니다. 미사시간뿐 아니라 우리의 전 삶이 그러합니다. 참으로 하늘 나라 잔치에 초대 받은 손님답게 믿음으로 깨어 기쁘고 당당하게 오늘 지금 여기를 살아야 합니다. 

 

복음의 어리석은 이들은 주님의 하늘 나라 초대 잔치에 이런 저런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했습니다. 분별의 지혜가 없어 결정적 선택의 기회를 놓친 것입니다. '삶은 선물이냐 짐이냐?', 자주 자문하는 질문입니다. 참으로 하늘 나라 초대에 응답해 하늘 나라를 선택한 이들에게는 삶은 선물이 됩니다. '삶은 은총의 선물이자 평생과제다', 이 또한 제가 간직하고 지내는 화두같은 말씀입니다. 참으로 주님의 하늘 나라 잔치의 초대 은총에 응답하여 최선의 분투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평생과제라는 것입니다.

 

한 두 번의 초대가 아니라 죽는 그날까지, 살아 있는 그날까지 하루하루 날마다 초대에 응답해 늘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분투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코 하늘 나라 잔치를 사는 데에 값싼 은총은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서 혼인 예복을 입지 않아 잔치에서 쫓겨난 이가 바로 부르심의 은총에 전혀 노력을 하지 않았던 이를 상징합니다. 신망애信望愛의 예복을, 진선미眞善美의 예복을 갖춰 입지 못했던 것입니다. 평상시 삶을 반영하는 예복이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삶보다 더 좋은 하늘 나라 잔치 예복은 없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미사 참석때의 의복은 단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또한 내면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모두에게 열린 구원의 문, 하늘 나라 잔치이지만 제대로 삶의 예복을 갖춰입은 선택된 이들을 적다는 것입니다. 새삼 경각심警覺心에 분발심奮發心을 지니게 하는 말씀입니다. 하늘 나라는 은총의 선물이자 동시에 우리의 선택과 노력에 달렸습니다. 넘어지는 게 죄가 아니라, 절망으로 일어나지 않는 게 죄입니다.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영적 탄력 좋은 삶입니다. 바로 이런 삶이 제가 가장 많이 강조하는 파스카의 삶입니다.  

 

그러니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오늘 지금 여기서 다시 새롭게 하늘 나라를 사는 것입니다. 예언자 에제키엘의 은혜로운 말씀이 그대로 실현되는 일상에서의 하늘 나라 잔치이며, 결정적으로 실현되는 하늘 나라 미사 잔치입니다. 주님은 다음 은혜로운 주님 말씀 그대로 이루어 주십니다.

 

“너희에게 정결한 물을 뿌려, 너희를 정결하게 하겠다. 너희의 모든 부정과 모든 우상에게서 너희를 정결하게 하겠다. 너희에게 새 마음을 주고 너희 안에 새 영을 넣어 주겠다. 너희 몸에서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 주겠다. 나는 또 너희 안에 내 영을 넣어 주어, 너희가 나의 규정들을 따르고, 나의 법규들을 준수하여 지키게 하겠다. 너희는 나의 백성이 되고 나는 너희의 하느님이 될 것이다.”(에제36,25-27,28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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