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20.토요일 성 베르나르도 아빠스 학자(1090-1153) 기념일 

에제43,1-7ㄷ 마태23,1-12

 

 

하느님 중심의 사랑의 삶

-진실, 겸손, 섬김-

 

 

오늘 강론 제목은 “하느님 중심의 사랑의 삶”으로 정했습니다. 초창기부터 수도사제로서 만33년 동안 살면서, 강론시 참 많이 주제로 이용한 ‘하느님 중심의 삶’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 결코 비상한 삶이 아닙니다. 한마디로 사랑 중심의 삶을 뜻합니다.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요 판단의 잣대입니다. 

 

좌파냐 우파냐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 상식이 문제입니다. 사랑의 상식입니다. 좌우, 진보와 보수 막론하고 사랑의 상식을 지녀야 함은 기본인데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니 참으로 개탄스런 혼란한 사회 현실입니다. 

 

저에겐 일기쓰듯 하는 강론입니다. 어제 며칠전 찍은 영정사진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영정사진을 볼 때 마다, 사부 성 베네딕도의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는 말씀을 늘 생각하며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 이제는 죽음도 멀리 있지 않구나” 하는 자각이 듭니다. 

 

죽음을 날마다 환히 둘 때 본연의 하느님 중심의 사랑의 삶을, 즉 진실과 겸손, 섬김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오늘 강론 제목입니다. 사랑의 진실, 사랑의 겸손, 사랑의 섬김, 모두 사랑으로 수렴되는 하느님 중심의 삶입니다.

 

어제는 참 각별한 날이었습니다. 요셉 수도원에서 34년 사는 동안, 아니 수도생활 40년 동안 수도원에 있으면서, 저녁기도에 불참하고 금요강론 못하기는 처음입니다. 오후 뜻밖의 폭우와 더불어 비를 함빡 젖고 많은 선물을 들고 방문했던, 열정의 사랑이 넘쳤던 귀한 손님때문이었습니다. 

 

면담 고백성사를 드리고 형제의 도움으로 자동차를 불러 보내드리니 6시10분, 그리하여 저녁기도, 금요강론을 할 수 없었지만 마음은 참으로 홀가분하고 후련했습니다. 사랑의 잣대로 할 때 너무나 자연스럽고 올바른 행위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하느님 중심의 삶의 잣대로 볼 때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귀한 진리를 배웁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꾸중을 듣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바로 우리의 반면교사 역할을 합니다. 이들의 예를 들면서 실제로 주님이 목표하는 바는 교회내의 지도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상입니다. 사실 오늘 복음과는 다른 좋은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사이들도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하느님 중심의 사랑의 삶의 잣대로 볼 때 이들은 세가지 점에서 실격입니다.

 

첫째, 진실입니다. 

사랑의 진실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진실하지 못했고 말은 옳고 많으나 실행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예수님은 이들의 말은 실천하되 행실은 본받지 말라 하십니다. 하느님 중심의 사랑의 삶은 본질적인, 내적 삶인데 이들에게는 이것이 없습니다. 하느님을 의식한 삶이 아니라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허영의 껍데기 삶입니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들이 하는 일이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입니다. 

 

성구갑을 넓게 만들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이고, 잔칫집에서는 윗자리를,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장터에서는 인사받기를, 사람들에게 스승이라 불리기를 좋아합니다. 참으로 유치해 보이지만 자기 중심의 허영의 삶의 절정을 보여 주는데 이들은 전혀 자기를 모릅니다. 부끄러워 할 줄도 하느님을 두려워 할줄도 모릅니다. 한마디로 똑똑한 바보로 오늘날도 이런 사람들은 많습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을 떠나면 누구나 있을 수 있는 이런 외부 지향적 자기도취의 허영심 많은 바보같은 삶입니다.

 

둘째, 겸손입니다.

사랑의 겸손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일 때 저절로 따라오는 사랑의 겸손입니다. 다음 말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삶의 중심에 하느님을, 그리스도 예수님을 두고 모두가 평등한 형제로 살라는 것입니다. 그대로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이요 이대로 살면 하느님 중심의 겸손한 삶입니다.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이 세상 누구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늘에 계신 그분뿐이시다. 너희는 선생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선생님은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

 

참으로 통쾌하고 상쾌하고 유쾌한, 답답한 마음을 확뚫어주는 우상타파의 선언같은 말씀입니다. 이렇게 우리 삶의 중심에 하느님을, 그리스도 예수님을 모시고 살아야 참으로 자유롭고 진실하고, 그리고 겸손한 삶입니다. 도대체 이런 중심을 하느님이나 그리스도 예수님 아닌 그 누구로 대체할 수 있겠습니까! 

 

한마디로 대체 불가능합니다. 이런 하느님 중심이, 그리스도 중심이 실종되면 교만과 탐욕의 무지의 바보가 됩니다. 무지와 허무의 어둠의 늪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모습을 비춰줄 수 있는 중심 거울인 하느님이, 그리스도 예수님이 없기에 회개도 자기를 아는 겸손도 지혜도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인간 모두의 가능성입니다.

 

셋째, 섬김입니다.

역시 사랑의 섬김입니다. 저는 봉사라는 말보다는 섬김이라는 순수한 우리 말을 좋아합니다. 학원이란 말보다도 역시 순수한 우리말 배움터란 말을 좋아합니다. 사부 성 베네딕도는 자기 수도공동체를 “주님을 섬기는 배움터”로 정의합니다. 평생 주님을 섬기는 법을 배워야 하는 수도공동생활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주님을 섬김과 겸손의 삶을 강조합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역시 역설적 영적 진리를 보여줍니다. 섬기는 이가 가장 높은 사람이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이는 저절로 높아질 것이라 합니다. 날로 고령화시대로 접어드는 사회요 교회와 수도원입니다. 참으로 연로하고 약하고 병든 이들을 돌보려면 교회나 수도원 장상의 섬김의 역할은 날로 바쁘고 중요해질수뿐이 없습니다. 말그대로 섬김의 직무, 섬김의 권위, 섬김의 리더쉽이란 복음적 삶의 실천이 될 수뿐이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마 공동체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장상이고, 세계에서 가장 바쁜 분이 온 인류의 심부름꾼, 섬김의 프란치스코 교황님일 것입니다.

 

예전 고 이형우 시몬 베드로 아빠스님의 문장 표어는 “서로 섬기라”였고, 아빠스 취임시 “공동체의 심부름꾼” 역할을 잘 하겠다는 말씀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비단 장상뿐 아니라 우리는 우리 수도형제들의 소임상 책임을 다하는 사랑의 섬김 활동을 통해서 감동받기도 합니다. 

 

오늘로서 에제키엘서는 끝나지만 내용은 아주 기막히게 좋습니다. 성전을 떠났던 주님의 영광이 회개로 깨끗해진 백성들이 모인 주님의 집에 들어오는 장면이고, 주님의 집은 주님의 영광으로 가득 찬 장면에 이어 들려오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대로 진실과 겸손, 섬김의 삶에 충실한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으로 받아 들여도 무방합니다.

 

“사람의 아들아, 이곳은 내 어좌의 자리, 내 발바닥이 놓이는 자리다. 내가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영원힌 살 곳이다.”

 

진실과 겸손, 섬김으로 깨끗해진 우리 삶의 성전을 거처로 삼아 영원히 사시겠다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바로 오늘 성인 축일 초대송 후렴, "당신 성인들 안에서 찬란히 빛나시는 주님"이란 말마디와 일치합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의 전형적 모범이 오늘 기념하는 마지막 교부로 불리는 시토회의 클레르보 수도원의 성 베르나드도 아빠스 학자입니다. 그 병약한 몸으로 63년 동안 살면서 이룬 업적을 생각하면 정말 불가사의입니다. 

 

이 성인뿐 아니라 많은 교회학자 성인들이 인터넷도, 컴퓨터도 없는 그 불편하고 힘든 시대에 어떻게 친필로써 그 많은 대작을 썼는지 불가사의요, 참으로 얼마나 한눈 팔지 않고 주님 섬김의 삶에 전념했는지 감탄하게 됩니다. 이런 거인巨人같은 성인들이나 옛 신자들에 비하면 오늘날 신자들은 참 왜소矮小하고 천박淺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도에 붙는 칭호를 소개합니다. 세기의 위인, 세기의 골키퍼, 세기의 화해자, 교황의 조언자, 세기의 설교자, 신앙의 옹호자, 분열의 치료자, 수도원의 개혁자, 성서학자. 신학자와 더불어, “꿀처럼 단 박사(Mellifluous Doctor of the Church)” 로 불려진 수도성인입니다.

 

클레르보는 '빛의 골짜기'라는 뜻이라 하니 수도원을 환히 비췄던 성인의 섬김의 성덕임을 깨닫습니다. 성인의 일생은 성모님께 대한 깊은 신심에 의한 것이었고 성인의 설교와 저서들은 마리아 신학의 기초가 됩니다. 성인은 언제나 “베르나르도야, 너 무엇하러 여기 왔느냐(Ac quid venisti)?”는 글씨를 앞에 놓고 분투의 노력을 다해 살았다 합니다. 

 

성인의 문장은 꿀벌통이고 양봉업자의 수호성인입니다. 참으로 교회와 온 인류에 주신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같은 진실과 겸손, 섬김의 모범 성 베르나르도 아빠스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하느님 중심의 진실과 겸손, 섬김의 사람으로 변모시켜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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