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과 우정友情의 여정 -행복은 관계에 있다-2022.10.26.연중 제30주간 수요일

by PACOMIO posted Oct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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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6.연중 제30주간 수요일                                                             에페6,1-9 루카13,22-30

 

 

주님과 우정友情의 여정

-행복은 관계에 있다-

 

 

어제 교황님 홈페이지의 첫 기사가 흥미롭고 부러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임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화기애애한 우호적인 대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2018년, 2021년, 2022년 무려 세 차례에 걸친 만남이었고, 이번 대화와 토론의 내용들은 피난민과 이주민, 기후위기, 중동문제 등 이었으며, 만남 후엔, 간단한 선물 교환도 있었습니다. 정말 지성인다운 만남과 대화요 이와 비교할 때 작금의 대화가 협치가 사라진 우리의 어지러운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자주 만남을 통해 우정을 깊이 하는 두 분 지도자의 모습이 참 존경스러웠습니다. 관계를 떠나서 혼자서는 못 삽니다. 행복은 관계에 있습니다. 어제는 예수성심자매회 모임이 있었고 만추의 아름다운 계절에 10명이 참석하여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미사 중 화답송 후렴은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는 모든 사람!”이었고, 저는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는 화답송 후렴을 ‘행복하여라, 주님을 한결같이 믿는 모든 사람!’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바로 한결같은 믿음의 행복한 자매님들입니다.”

 

격려했습니다. 요즘 저의 관심사는 “한결같은” 삶입니다. 한결같이, 하루하루 일상생활의 여정에 충실하자는 것입니다. 산티아고 순례 여정 후, 참 많이 사용했던 주제가 “여정”입니다.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끝날 인생 여정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우리 인생을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로 압축하면 어느 시점에 있는지, 또 일년사계一年四季로 압축하면 어느 시점의 계절에 와 있는지 점검해보자 합니다. 강물같이 흐르는 세월이요 언젠가는 끝날 인생여정입니다. 이렇게 내 현재의 시점時點을 확인할 때 환상에서 벗어나 ‘오늘 지금 여기서’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뚜렷이 부각되는 바, “관계의 깊이”입니다. 사람마다 다 다른 관계의 깊이입니다. 주님과의 관계, 너와 나의 관계이며, 참으로 믿는 이들에게 두 관계는 함께 갑니다. 수도원을 찾는 분들에게 가끔 주고받는 문답이 있고, 자주 강론에 인용하며 성찰하곤 합니다.

 

-“여기 수도원이 참 아름다운 천국입니다.”

참 많은 분들이 찾는 수도원이요, 이 질문에 대한 저의 답은 한결같습니다.

“환경이 아름다워 천국이 아니라 관계가 좋아야 천국입니다. 주님과의 관계, 형제들과의 관계입니다. 함께 살아도 주님과 무관無關한 남남의 관계, 너와 나의 무관한 관계라면, 고립단절의 혼자만의 삶이라면 거기가 지옥입니다. 

끊임없이 물어야 할 바, 신뢰와 사랑의 상호 앎의 관계입니다. 날로 깊어지는 주님과 신뢰와 사랑의 상호 우정관계가, 너와 나와 형제로서의 신뢰와 사랑의 상호 우정관계가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래서 오늘 강론 제목은 “주님과 우정의 여정-행복은 관계에 있다-”로 정했습니다. 이런 관계의 관점에서 보면 오늘 말씀의 이해도 확연해집니다. 구원받을 사람이 적지 않겠느냐는 어느 사람의 물음에 주님은 뜬금없이 동문서답식 답을 줍니다만 그대로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우리에게 구원의 길을 제시하는 말씀입니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사람이 그곳으로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내 삶의 자리가 바로 “좁은 문”이며 하루하루 온힘을 다해 통과해야할 각자 고유의 구원의 좁은 문입니다. 바로 관계의 어려움을 상징하는 좁은 문입니다. 좁은 문의 통과에 주님과 신뢰와 사랑의 우정을 한결같이 깊이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주님이 어떤 분인지 화답송 중 다음 시편이 잘 드러냅니다.

 

“주님은 말씀마다 참되시고, 하시는 일마다 진실하시네. 넘어지는 누구라도 주님은 붙드시고, 꺾인 이는 누구라도 일으켜 주시네.”

 

바로 이런 주님을 신뢰하고 사랑하여 닮아갈 때 우리 또한 참되고 진실하고 자비로운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 나오는 이들은 이런 주님과의 관계에서 실패했음을 봅니다. 구원의 좁은 문은 이미 닫혔고 사람들은 밖에서 부르짖습니다. 그대로 우리의 모습은 아닐지 회개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주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수없이 문을 두드립니다만 이들에게 들려오는 답은 하나입니다.

“너희가 어디서 온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환상을 깨는 말씀입니다. 지금까지 삶의 여정이 주님과 무관한 나 혼자만의 일방적 짝사랑 관계였던 것입니다. 평생을 주님과 함께 살았는데 주님은 “나를 모른다” 하니 주님의 말씀을 경청敬聽하지 않고 자기 식대로 살았음이 분명합니다. 다시 이들은 주님과의 친분관계를 나열합니다만 주님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너희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모두 내게서 물러가라, 불의를 일삼는 자들아!”

 

생각 없이, 자기 욕심대로 주님과는 무관한 일방적 이기적 혼자만의 정의롭지 못한 삶이었던 것입니다.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모든 예언자들, 그리고 동쪽과 서쪽, 북쪽과 남쪽 등 세상 곳곳에서 충실하게 주님을 섬기며 주님과 깊은 관계 중에 좁은 문들을 잘 통과하며 살았던 이들은 하느님 나라의 구원의 잔칫상에 자리 잡는 데 이들은 탈락입니다. 

 

우리는 참 복되고 고맙게도 이 거룩한 미사축제를 통해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을 미리 맛보고 있습니다. 참으로 주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해야 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참된 회개를 통해 주님과 깊은 만남의 일치를 체험하시기 바랍니다. 

 

주님을 알고, 또 주님이 나를 안다면, 이런 상호간의 신뢰와 사랑의 앎보다 더 행복에 결정적인 것은 없습니다. 나는 주님을 사랑하고 알뿐 아니라, 주님께서도 나를 사랑하시고 알아주시는데 세상 무엇이 부럽겠는지요! 오늘 복음의 마지막 말씀이 정신 번쩍 나게 합니다. 방심은 금물입니다.

 

“보라, 지금은 꼴찌지만 첫째가 되는 이들이 있고, 지금은 첫째지만 꼴찌가 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과거의 삶이 아니라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남은 동안 끝까지 첫째로 사는 것입니다. 과거 아무리 첫째로 살았다 해도 지금 앞으로 꼴찌의 삶을 살면 무엇 합니까? 좁은 문 통과는 끝나지 않았고, 영적전쟁도 죽어야 끝납니다. 

 

살아있는 그날까지 주님과 날로 깊어가는 신뢰와 사랑의 여정 중에 영적 첫째의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하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삶입니다. 이래야 마지막 좁은 문인 죽음도 잘 맞이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갑작스러운 선종의 죽음이 아니라 평상시 일상의 삶, 모두가 죽음 준비인 것입니다. 

 

주님과의 관계와 더불어 이웃과의 관계입니다. 제1독서 에페소서는 어제 부부관계에 말했고, 오늘은 당시 가족 내에서 자녀와 부모의 관계, 종과 주인의 관계에 대해 귀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자녀들은 주님 안에서 부모에게 순종하고 부모든 자녀들을 성나게 하지 말고 주님의 훈련과 훈계로 기르라 합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앞서 주님과의 관계 중에 자신을 성찰하는 일이 우선임을 깨닫습니다.

 

종들은 그리스도께 순종하듯이, 그리스도를 섬기는 것처럼 기쁘게 주인을 섬기라 하시고 주인도 종을 이와 같이 대해 주라하십니다. 즉 그리스도를 섬기듯 종도 기쁘게 섬기는 마음으로 대하라는 것입니다. 마지막 결론 말씀을 통해 주님 앞에는 모두가 귀한 존재들임을 깨닫게 됩니다.

 

“종들의 주님이시며 주인의 주님이신 분께서 하늘에 계시고, 또 그분께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아두시오.”

 

주님께는 주인과 종의 구별은 있어도 차별은 없는 모두가 귀한 주님의 자녀들입니다. 존재론적 평등의 관계입니다. 참으로 주님과의 한결같이 깊어지는 신뢰와 사랑의 관계가 모든 인간관계의 바탕임을 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과는 물론 형제들과의 우정을 날로 깊이 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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