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의 여정 -겸손은 은총이자 선택이요 훈련이다-2022.10.29.연중 제30주간 토요일

by PACOMIO posted Oct 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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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9.연중 제30주간 토요일                                                    필리1,18ㄴ-26 루카14,1.7-11

 

 

겸손의 여정

-겸손은 은총이자 선택이요 훈련이다-

 

 

모든 덕의 어머니가 겸손입니다. 무지한 자가 교만한 사람이요, 지혜로운 자가 겸손한 사람입니다. 진정 자기를 아는 겸손한 자가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겸손한 자들은 저절로 호감이 가고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참 아름다움과 매력도 겸손에 있습니다. 참 사랑도 겸손한 사랑입니다. 겸손이야 말로 영성의 잣대입니다.

 

만추의 아름다움이 흡사 겸손한 노년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초연한 아름다움, 겸손한 아름다움입니다. 어제 70대 사촌 형제들을 만나면서 지닌 느낌입니다. 예전과는 다른 만추의 겸손을 느끼게 하는 편안하고 넉넉한 분위기였습니다. 인생은 날로 겸손해지는 ‘겸손의 여정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세월 흘러 나이 들어 갈수록 주님을 닮아 날로 겸손해지고 온유해지고, 넉넉해지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싶었습니다. 이런 이들이 진정 어른일 것입니다. 좋은 산은 ‘높은 산’이 아니라 ‘깊은 산’이라 합니다. 진정 좋은 삶은 날로 깊어지는 겸손한 삶임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는 겸손입니다. ‘낮은 자리에 앉으라’, ‘끝자리에 앉으라’, 결국은 ‘겸손하라’는 주님의 권고입니다. 우선 겸손을 좋아해야 합니다. 겸손을 사랑해야 합니다. 이때 겸손의 은총을 입습니다. 겸손 역시 은총이요 선택이요 훈련임을 깨닫습니다. 의식적으로 겸손을 선택하고 부단히 훈련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들이 진정 지혜로운 이들입니다. 

 

겸손의 훈련과 더불어 무지로부터의 해방되어 지혜로운 삶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겸손이 바로 지혜와 사랑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부단히 겸손의 선택과 훈련에 충실하다보면 겸손도 습관화되고 제2천성이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앉아라.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진정 자기를 아는 겸손하고 지혜로운 이들은, 겸손을 사랑하는 이들은 애당초 윗자리를 피하고 끝자리를 선택할 것입니다. 이런 겸손한 자들은 저절로 높아질 것이니 이는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사막교부들의 언행록에서 겸손에 대한 일화가 유익하다 싶어 몇 편을 나눕니다. 

 

1.안토니오 압바는 말했다. “나는 적이 세상 곳곳에 설치한 덫들을 보았고, 속으로 탄식했다. ‘무엇으로 이들을 통과할 수 있겠는가? 그때 한소리가 들려왔다, 겸손!”

 

2.테오도라 암마는 말했다. “금욕도, 밤샘기도도, 어떤 종류의 고행도 아닌 오직 겸손만이 나를 구원한다.” 악령들을 물리친 은수자가 악령들에게 물었다. “무엇이 너희를 달아나게 했느냐? 단식?” “아니다, 우리도 먹거나 마시지 않는다.” “밤샘기도?”, “아니다, 우리도 잠을 자지 않는다.” “세상으로부터 떠남?”, “아니다, 우리도 사막에서 산다.” 악령들은 말했다. “오직 겸손을 제외한 어떤 것도 우리를 이길 수 없다. 너는 겸손이 어떻게 악령을 퇴치할 수 있는지 보지 않았는가?”

 

3.테오바이드의 요한 압바는 말했다. “무엇보다 수도승은 겸손을 획득해야 한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첫째 계명이다. 행복하여라, 영으로 가난한 이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5,3)

 

4,카리온 압바가 말했다. “나는 내 아들 자카리아스보다 더 많이 노고를 다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의 겸손과 침묵의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

 

5.언젠가 악마가 칼을 들고 마카리우스 압바 발을 베려했다. 그러나 그의 겸손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자 말했다. “네가 가진 모든 것을 나도 가졌다. 네가 우리로부터 구별되는 것은 다만 겸손뿐이다. 겸손으로 너는 우리보다 더 좋은 것을 얻은 것이다.”

 

6. 한 형제가 티테오스 압바에게 말했다. “어느 길이 겸손으로 이끄는가?” 장로는 대답했다. “겸손의 길은 이것이다. 자기 절제, 기도, 자신을 모든 피조물보다 못하게 생각하는 것” 

 

7.오르 압바는 말했다. “수도승의 금관은 겸손이다.”

 

사막수도승들이 궁극으로 목표한 바도 겸손이요 참된 수도승은 물론 모든 성인들이 겸손했습니다. 참으로 겸손과 함께 가는 진실, 지혜, 사랑임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제1독서 필립비서에서 겸손의 절정에 있는 바오로 사도를 만납니다. 공동번역을 인용합니다.

 

“나의 간절한 기대와 희망은 내가 무슨 일에나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고 늘 그러했듯이 지금도 큰 용기를 가지고 살든지 죽든지 나의 생활을 통틀어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죽는 것도 나에게는 이득이 됩니다.”(필립1,20-21)

 

살든지 죽든지 주님의 영광을 위한, 주님 중심의 삶에 날로 깊어질수록 저절로 주님을 닮아 겸손한 삶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니 우리 삶은 겸손의 여정입니다. 날로 주님과 가까워질수록, 주님을 닮아갈수록 겸손과 지혜, 사랑의 삶임을 깨닫게 됩니다. 

 

만추의 아름다움이 바로 만추의 겸손한 노년을 맞이하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바로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주님을 닮아 겸손한 삶을 살게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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