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정화 -날마다의 삼중三重 성전 정화-2022.11.9.수요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Nov 0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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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9.수요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에제47,1-2.8-9.12 요한2,13-22

 

 

성전 정화

-날마다의 삼중三重 성전 정화-

 

 

오늘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324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라테라노 대성전을 지어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 대성전은 로마에 있는 최초의 바실리카 양식의 대성전으로 ‘모든 성당의 어머니요 으뜸’으로 불리면서 현재의 베드로 대성전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거의 천년 동안 역대 교황이 거주하던, 교회의 행정 중심지였습니다. 

 

세계의 각 지역 교회는 오늘 로마의 모교회와 일치되어 있음을 드러내고자 오늘 대성전 봉헌 축일을 지냅니다. 믿는 이들의 일치의 가시적 중심이 바로 성전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그리스도 예수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성전을 사랑합니다. 고향집을 찾듯이 주님의 집인 성전을 찾습니다.

 

저희 요셉수도원의 가시적 중심 역시 수도원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성전입니다. 저는 물론 우리 수도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곳이 성전이요 수도원 정문에서 성전입구까지 곧장 난 메테세콰이어 가로수 길을 저는 ‘하늘길’이라 칭하며 거의 매일 사진에 담습니다. 

 

아마 1987년 3월19일 수도원 개원후 만35년동안 날마다 24시간 개방된 성전은 여기 수도원 성전 하나뿐일 것입니다. 참으로 많은 이들이 영혼의 고향집을 찾듯이, 끊임없이 힐링센터를 찾듯이 주님의 평화를 찾아 매일 미사가 거행되는 수도원 성전을 찾습니다. 기도의 집, 평화의 집으로 불리는 성전이기도 합니다. 

 

예수님 역시 얼마나 하느님의 집 성전을 사랑하시는지, 파스카 축제를 앞둔 오늘 복음의 격렬한 성전정화 활동을 통해 여실히 드러납니다. 오늘 복음 서두의 묘사를 통해 예루살렘 성전이 얼마나 난잡하고 속화되었는지 눈에 선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전에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자들과 환전꾼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끈으로 채찍을 만드시어 양과 소와 함께 그들을 모두 성전에서 쫓아내셨다. 또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시고 탁자들을 엎어 버리셨다.’

 

성전속화에 대한 열화와 같은 분노의 표출과 더불어 성전을 정화하시는 주님이십니다. 비둘기를 파는 가난한 자들에게는 좀 부드럽게 대하십니다.

 

“이것들을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세상의 마지막 보루와 같은, 세상을 성화聖化해야할 세상의 중심인 성전이 타락하여 속화俗化되면 더 이상 어디서 희망을 찾을 수 있겠는지요! 그러니 무엇보다 우선적인 것이, 아니 날마다 이뤄져야 할 성전정화입니다. 

 

제자들은 주님의 성전정화의 열정을 통해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이 저를 집어 삼킬 것입니다.’라는 성경말씀을 연상했다 합니다. 하느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이 성전정화활동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 것입니다. 이어지는 예수님의 화두같은 말씀에 동문서답같은 대화가 전개됩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이 성전을 마흔여섯해나 걸려 지었는데, 당신이 사흘안에 세우겠다는 말이오?”

 

당시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뒤에야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임을 깨달아 알고 믿게 되었지만 후대의 우리는 당시의 제자들보다 더 잘 압니다. 

 

이제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전은 물론 비가시적 성전인 주님의 몸인 공동체와 더불어 우리 하나하나가 주님의 성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대로 이 거룩한 성전에서 거행하는 미사가 우리 모두 삼중적三重的 성전에 속한 신분임을 깨닫게 합니다. 가톨릭 교리서가 이를 명쾌하게 정리합니다.

 

-“영과 진리 안에서”(요한4,24) 드리는 신약의 예배는 어느 한 특정 장소에만 매이지 않는다. 온땅은 거룩하며, 사람의 자녀들에게 맡겨졌다. 신자들이 한 장소에 모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영적 집”으로 세워지도록 “살아 있는 돌”(1베드2,5)이 되는 것이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은 생수가 솟아 나오는 영적 성전이다. 성령으로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된 우리는 “살아 계신 하느님의 성전”(2코린6,16)이다.-(교리서1179)

 

그리스도의 몸은 바로 생수가 솟아나오는 영적 성전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에제키엘의 꿈같은 예언이 그대로 이 거룩한 성전에서 거행되는 미사를 통해 실현되고 있음을 봅니다. 여기서 강은 은총의 강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이 강가 이쪽저쪽에는 과일나무가 자라는데, 잎도 시들지 않으며 과일도 끊이지 않고 다달이 새 과일을 내놓는다. 이 물이 성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과일은 양식이 되고 잎은 약이 된다.”

 

실낙원失樂園이 복낙원復樂園으로 변화되는 놀라는 미사은총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에제키엘의 꿈은 그대로 하느님의 꿈이며 마침내 파스카의 예수님을 통해 실현됨을 봅니다. 바로 신약성경의 마지막 묵시록에서 이를 황홀하게 묘사합니다.

 

“그 천사는 또 수정처럼 빛나는 생명수의 강을 나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 강은 하느님과 어린양의 어좌에서 나와 도성의 거리 한 가운데를 흐르고 있습니다.”(묵시22,1-2ㄱ)

 

바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한 은총의 강이 이를 앞당겨 맛보게 합니다. 참으로 은혜롭게도 삼중적 성전 현실을 살게 된 우리들입니다. 가시적 건물의 성전, 비가시적 그리스도의 몸인 성전, 그리고 나의 성전입니다. 바오로의 말씀이 우리 하나하나가 주님의 성전임을 웅변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하느님의 성전이며 하느님의 성령께서 자기 안에 계시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만일 누구든지 하느님의 성전을 파괴하면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을 멸망시키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성전은 거룩하며 여러분 자신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이기 때문입니다.”(1코린3,16-17)

 

바로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을 통해 정화되고 성화되는 건물 성전에 주님의 성전인 교회 공동체요 각자 성전인 우리들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지상에서 나그네이며 이방인인 우리 신앙인 모두가 하루하루 날마다 본향집인 천상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에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아름다운 감사송 일부를 나눔으로 강론을 끝맺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기도하는 집에 자비로이 머무르시며, 끊임없이 은총을 내려 주시어, 저희가 성령의 성전이 되고, 거룩한 생활로 주님 영광의 빛을 드러내게 하시나이다. 또 눈에 보이는 이 집으로 교회를 드러내시고, 그리스도의 배필인 교회가 나날이 거룩해져, 무수한 자녀들과 함께 기뻐하며, 하늘 영광에 참여하게 하시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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