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3.연중 제34주간 수요일 묵시15,1-4 루카21,12-19
하느님의 궁극적 승리
-“인내의 승리, 찬미의 승리”-
어제 뒤늦게 읽은 영어 말마디 하나가 깊은 여운으로 남아 위로와 희망, 힘을 줍니다. 묵시록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모든 시간은 하느님의 손안에 있다(All time is in God’s hand)”는 것입니다. 이런 믿음이 있기에 한결같은 인내입니다. 결코 절망할수도 없고 절망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믿음에서 저절로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라는 고백도 나옵니다. 세상 그 누구도 이런 믿음의 사람을 이길 수 없습니다.
‘손(hand)’하니 거의 20년전 미국 미네소타주 성 요한 수도원에 머물 때 어느 노 수도사제와의 따뜻했던 우정이 생각납니다. 이름도 잊었지만 아마 지금쯤은 돌아가셨을 것입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순수한 신부님의 모습에 호감을 느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더니, 손이 차다 웃으며 사양하기에 재차 다음 말을 건네며 악수에 성공했던 일화입니다.
“당신 손은 찹니다. 그러나 당신 마음은 따뜻합니다(Your hand is cold, but your heart is warm)”
말한마디 천량빚 갚는다 했습니다. 이 대화이후 신부님과 급속히 가까워져 짧은 동안이지만 깊은 우정을 나눴습니다. 하느님은 좋으신 분, 하느님 마음은 늘 따뜻할 것입니다. 온유하고 겸손한 예수님 마음이 그대로 하느님 마음을 닮았습니다.
오늘 말씀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바로 ‘하느님의 궁극적 승리(God’s final victory)’입니다. 어제의 메시지, ‘모든 시간은 하느님의 손안에 있다’와 더불어 역시 큰 위로와 희망, 힘을 줍니다. 역시 하느님의 궁극적 승리를 믿는 이들에게는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항구한 인내도 이런 궁극의 승리에 대한 희망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결국 하느님의 승리는 그리스도의 승리, 그리고 믿는 우리의 승리로 이어집니다.
하느님의 궁극적 승리를, 우리의 궁극적 승리를 믿기에 우리는 어떤 역경과 수난중에도 항구할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13일 연중 제33주일 복음이 오늘과 같았고, 오늘 복음의 마지막 핵심 구절에 대한 교황님의 삼종기도후 강론도 잊지 못합니다. “너희는 인내로서 생명을 얻어라(By your perverance you will secure your lives)”에 대한 강론입니다. 좀 길다 싶지만 그대로 인용합니다.
-‘바로 이것이 인내다. 날마다 선을 건축하는 것! 인내는 특히 우리 주변의 현실이 다르게 행동하도록 부추길 때 항구히 선善 안에 머무는 것이다. 그렇다. 인내는 선안에 머무는 것이다. 나의 인내는 어떠한가? 나는 항구한가 또는 매순간 믿음과 정의, 애덕을 살고 있는가? 즉 내가 좋을 때, 잘 나갈 때, 즐겨 원할 때, 나에게 적합하고 도움이 될 때 기도하는 반면 내가 불만족스럽고, 아무도 내게 감사하지 않을 때, 나는 기도하기를 멈추지는 않는가?
단적으로 내 기도는 주변 상황에 의존하는가? 혹은 주님께 항구한 마음에 의존하는가? 예수님께서 우리를 일깨우셨듯이, 우리가 인내한다면, 우리는 삶의 슬프거나 추한 사건들에도, 심지어 우리 주변에서 목격하는 악에도 우리는 두려움을 지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항구히 하느님의 선안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토스트에프스키의 ‘카라마조포의 형제들’이란 소설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들의 죄에 두려워하지 마라. 죄중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 왜냐, 그것은 신적 사랑의 닮음이요, 지상에서 최고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인내는 바로 세상에서 하느님 사랑의 반영이다. 하느님의 사랑은 성실하기에, 그것은 항구하며, 결코 변하지 않는다. 기도에 항구했던 주님의 종, 우리 성모님(사도1,12-14), 우리의 인내를 강화해 주소서.’-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1코린13,4ㄱ). 바로 인내는 그대로 신적 사랑의 반영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닮아갈수록 인내의 사람이 됩니다. 사랑의 인내, 믿음의 인내, 희망의 인내, 겸손의 인내입니다. 참으로 궁극의 승리자이신 하느님께 사랑을, 믿음을, 희망을 둘 때 한결같은 항구한 인내입니다. 이런 인내는 그대로 생명의 구원에로 직결됩니다.
바로 이런 인내를 북돋아 주는 결정적 수행이 하느님의 승리를 노래하는 찬미가입니다. 끊임없이, 한결같이 바치는 이런 하느님 찬미가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하느님의 승리를 앞당겨 살게 합니다. 오늘 제1독서 묵시록은 승리한 이들이 하느님의 종 모세와 어린양의 노래를 부릅니다. 바로 이 찬미가를 우리는 평생 매주 금요일 저녁기도 성무일도때 마다 바칩니다. 그대로 인용합니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 주께서 하시는 일은 크고도 놀랍사오며,
만민의 왕이시여 당신의 길은 바르고 참된 길이니이다.
주여, 당신을 경외하지 않을 자 누구이오며,
당신의 이름을 찬양하지 않을 자 누구오리까?
당신만이 홀로 거룩하시나이다.
당신의 심판이 공정하게 내려졌으니,
모든 민족이 당신 앞에 와 경배하리이다.”(묵시25,3-4)
얼마나 고마운 가톨릭 교회의 공동전례 찬미와 감사 기도인지요!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하느님 찬미의 생활화를 통해 끊임없이 우리의 인내를 붇돋아 주어 영적 승리의 삶을 살게 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