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6.연중 제34주간 토요일 묵시22,1-7 루카21,34-36
“늘 깨어 있어라!”
-깨어 있음, 천상의 꿈, 깨어 있기 훈련-
오늘의 연중시기 끝은 내일의 대림시기 시작입니다. 끝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어제 설치해 놓은 대림초 화관이 벌써 마음을 대림의 기쁨으로 설레게 합니다. 연중시기를 끝맺으며 대림시기를 열어 주는 결정적 말씀 주제는 “늘 깨어 있어라!”입니다. 끊임없는 기도도 영성생활도 깨어 있음을 궁극의 목표로 합니다. 참으로 깨어 있을 때 살아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대림을 앞둔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 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
그날은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 닥칠 것이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어느 말마디 하나 생략할 수 없어 복음을 통째로 전부 인용했습니다. 언젠가의 그날은 죽음일 수도, 사고일수도, 병일수도, 재난의 불행일수도, 종말일 수도 있습니다. 유비무환입니다. 그러니 그날의 불행에 대비하여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깨어 사는 것입니다. 깨어 기도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하루하루 날마다 참으로 깨어 환상이 걷힌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살아 있다 하나,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며 뿌리 없이 표류하며 생각 없는 삶, 의식 없는 삶, 영혼 없는 삶, 피상적인 삶, 죽어 있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깨어 있는 삶입니다. 깨어 살 때 참으로 살아 있는 존엄한 품위의 삶이 됩니다.
깨어 있음은 기도입니다.
깨어 있음은 침묵입니다.
깨어 있음은 기다림입니다.
깨어 있음은 희망입니다.
깨어 있음은 기쁨입니다.
깨어 있음은 사랑입니다.
깨어 있음은 순종입니다.
깨어 있음은 봉헌입니다.
깨어 있음은 겸손입니다.
깨어 있음은 순수입니다.
깨어 있음은 주님의 현존입니다.
깨어 있음은 지혜입니다.
깨어 있음은 생명입니다.
깨어 있음은 빛입니다.
깨어 있음은 힘입니다.
깨어 있음은 평화입니다.
깨어 있음은 은총입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깨어 있음의 은혜입니다. 흡사 깨어 있음 예찬같습니다. 깨어 있음은 모두라는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깨어 있을 수 있습니까? 답은 하나 꿈입니다. 희망입니다. 비전입니다. 셋같지만 실은 하나입니다. 꿈중의 꿈, 희망중의 희망, 비전중의 비전이 하느님 나라, 새 예루살렘의 꿈이자 희망이자 비전입니다. 이렇게 새 예루살렘 천상의 꿈이, 희망이, 비전이 깨어 있음의 원천입니다.
오늘 묵시록의 새 예루살렘의 천상 비전은, 꿈은 얼마나 아름답고 황홀한지요! 창세기 잃었던 낙원을 되찾은 것입니다. 바로 이런 꿈을 앞당겨 살 때 참으로 살아 있는 삶, 깨어 있는 삶입니다. 사도 요한이 체험한 제1독서 묵시록 많은 부분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그 천사는 수정처럼 빛나는 생명수의 강을 나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 강은 하느님과 어린양의 어좌에서 나와, 도성의 거리 한 가운데를 흐르고 있었습니다. 강 이쪽 저쪽에는 열두 번 열매를 내는 생명나무가 다달이 열매를 내놓습니다.
그 도성 안에는 하느님과 어린양의 어좌가 있어, 그분의 종들이 그분을 섬기며 그분의 얼굴을 뵈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마에는 그분의 이름이 새겨져 있을 것입니다. 다시는 밤이 없고 등불도 햇빛도 필요 없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그들의 빛이 되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영원무궁토록 다스릴 것입니다.”
바로 성인들의 미래요, 우리 믿는 이들의 궁극의 미래입니다. 이런 아름답고 영원한 천상의 꿈, 희망, 비전이 생생할수록 깨어 있는 삶입니다. 깨어 있는 삶이 이런 천상의 꿈을 앞당겨 실현하며 살게 합니다. 바로 이에 결정적 도움이 되는 우리 공동체가 매일 평생 끊임없이 함께 바치는 시편 성무일도와 미사 공동전례 기도입니다.
“늘 깨어 있어라!”
구체적으로 끊임없이 기도하는 영적훈련을 필요로 합니다. 깨어 있음의 훈련에 끊임없이, 한결같이, 간절히, 항구히 바치는 기도보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이런 기도는 감정도 기분도 마음도 아니라 끊임없는 훈련입니다. 끊임없는 기도, 끊임없는 회개의 훈련을 통해 비로소 성취되는 열정과 순수의 깨어있는 삶이요, 새 예루살렘을 앞당겨 사는 삶입니다.
깨어 있음의 구체적 영적 기도 훈련을 소개합니다. 이 관상기도는 제가 40년 수도생활 하는 동안 늘 해온 기도입니다. 다시 오늘부터 심기일전 하여 새롭게 충실히 수행하려 합니다. 바로 오늘 미사중 화답송 후렴 성구를 기도말로 하여, 즉 만트라로 삼아 수시로 마음과 몸을 고요히 한후 호흡에 맞춰 다음 만트라를 속으로 반복하는 것입니다.
“마라나타! 오소서, 주 예수님!”(1코린16,22ㄴ과 묵시22,20ㄷ).
'마라나타', 아람어로 우리 말로 번역하면 '오소서, 주 예수님'입니다. 마-라-나-타, 들숨 “마”, 날숨 “라”, 들숨 “나”, 날숨 “타”, 끊임없이 반복하여 바치는 아주 단순한 기도입니다. 이와 더불어 들숨 “오소서”, 날숨 “주 예수님!” 끊임없이 호흡에 맞춰 일정한 장소,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훈련하는 것입니다. 수시로 언제 어디서나 늘 할 수 있는 참 좋은 깨어 있음의 기도 훈련입니다. 이 기도는 기도의 영성대가 지금은 타계했지만 영국 출신의 베네딕도회 수도사제 존 메인 신부가 강력히 추천하는 기도입니다. 순전히 하느님 현존 안에 깨어 있기 위한 기도입니다.
영성생활은 한곁같은 훈련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기도 훈련입니다. 생생한 새 예루살렘의 천상 꿈이, 희망이, 비전이 깨어 있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源泉입니다. 주님의 매일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천상 꿈을 새로이 하며 늘 깨어 기도하는 삶을 살게 합니다.
“너희는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21,36).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