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여정 -꿈의 순례자들-2023.1.8.주일 주님 공현 대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an 0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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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8.주일 주님 공현 대축일                                            이사60,,1-6 에페3,2.3ㄴ.5-6 마태2,1-12

 

 

 

순례 여정

-꿈의 순례자들-

 

 

 

“참 기쁨이 넘치는 그곳 내 주님 계신 곳,

 내 모든 근심 슬픔을 다 위로하여 주시네.

 약속한 땅이여 오 아름다운 대지여,

 영원히 머무를 젖과 꿀이 흐르는 그 곳

 이 빵을 먹는 자는 그 복지 얻으리,

 아 영원한 생명의 빵은 내 주의 몸이라.”

 

하느님 계신 곳 본향집이 그리울 때 마다 애창하는 성가 177장입니다. 

 

“허다한 도시중에 제일 큰 도시 너홀로 뛰어난다 베들레헴이여

 구원의 임금님이 하늘로부터 네게서 사람되어 태어나셨네.”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 아침성무일도시 은혜롭고 아름다운 찬미가였습니다. 방금전 부른 다음 복음전 화답송 시편 후렴은 얼마나 흥겨웠는지요!

 

"하느님, 만백성이 당신께 조배하리이다."(시편72,11)

 

뮤지컬 영화, ‘영웅’에서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영화배우 나문희에 대한 인터뷰 기사와 영원한 현역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삶에 감동했습니다. 1941년생이니 우리나이로 83세, 방송인으로 데뷔한지 만61년이니 참 대단합니다.

 

-“배우로서 중요한 건 평소 삶이요 일상의 감각이다. 제대로 살아야 한다. 그게 연기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사는 게 힘들잖아요. 나이 들수록 웃음이 있는 역할이 중요해요.”

“이렇게 힘들어도 좋아하는 연기라면 다음 생에도?”

“아우, 싫어요. 사는 거 자체가 힘든데 왜 또 태어나요.”

명랑한 할머니 배우에게서 듣는 이 말보다 더 큰 공감과 위로가 또 있을까.-

 

공감이 가는 일부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배우의 약력을 일별해 봤더니 참 치열한, 가열찬 아름다운 제자리에서의 제대로의 삶이였음을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종교를 봤더니 열심한 불자로 법명은 칠보화라 하지만 웬지 천주교 교우같은 느낌을 주는 배우입니다. 이런 삶이라면 말그대로 성공적 순례 여정의 삶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그 멀리서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찾아나선 ‘꿈의 순례자들’인 동방 박사들을 생각하면 저는 산티아고 순례 여정이 생각납니다. 이미 9년전 2014년 안식년때의 순례여정이었지만 아마 죽을 때까지 내적 순례여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날마다 새벽 강론쓰기를 마친후 4시부터 4:30분 아침성무일도 시작전까지 묵주기도를 바치며 수도원 경내를 걸을 때는 그대로 산티아고 순례 여정의 계속임을 실감합니다.

 

산티아고 순례중 가장 행복하고 설렜던 시간이 언제인지 아십니까? 새벽마다 일어나 강론쓰고 미사드린후 아침 일찍 이마에 헤드랜턴을 하고 순례 여정을 떠날 때의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에 주님의 집을 향해 떠나는 ‘떠남의 기쁨’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날마다 ‘꿈의 순례자’되어 영원한 꿈을 상징하는 산티아고를 향해 도반과 함께 떠날 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주님의 집에 가자 할 제, 나는 몹시 기뻤노라.”(시편122,1)

 

도보 순례 여정중 가장 많이 끊임없이 기도로 바쳤던 시편 성구 노래였습니다. 지금도 뚜렷이 각인된 순례 여정의 네 요소, 1.목적지, 2.이정표, 3.도반, 4.기도입니다. 또 그동안 참 많이도 인용했던 늘 새롭게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는 진리가 있습니다. 

 

내 삶의 순례 여정을 일일일생 하루로 압축하면 어느 시점에, 또 일년사계로 압축하면 어느 계절의 시점에 위치해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한 번 자신의 현재 삶의 시점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삶의 거품이나 환상은 사라질 것이며 오늘 지금 여기서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살게 해 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동방박사들의 순례 여정은 그대로 우리의 인생 순례 여정을 상징합니다. 이들이 길을 잃지 않고 끝까지 꿈의 목적지, 베들레헴에 도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주 예수님을 뵈올 베들레헴 ‘꿈의 목적지’가 분명했기 때문이요 살아 있는 이정표와도 같은 ‘별의 인도’에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객관적인 고정불변의 자명한 주님의 별, 진리의 별이 아니라, 깨어 간절히 주님을 찾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살아 있는 이정표인 주님의 별입니다. 예수님 탄생하신 베들레헴 지근 거리에 있던 예루살렘 사람들 그 누구도 이 주님의 별, 진리의 별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먼 타지에서 온 이방의 동방박사들의 방문에 안절부절 못하는, 혼비백산 허둥대는 모습들을 보세요.

 

바로 제1독서 이사야서에서 예루살렘이 가리키는 바, 복음의 동방박사들이요 오늘 순례 여정중의 우리들입니다. 참으로 간절히 주님을 찾을 때 나타나는 살아 있는 이정표, 우리를 인도하는 주님 진리의 별입니다.

 

“예루살렘아,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자 보라,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

 

또 주목할 바 동방박사들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도반들과 ‘더불어의 여정’이었다는 것입니다. 혼자라면 그 먼 이방에서 끝까지 순례 여정에 충실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참으로 이들 꿈의 순례자들인 동방박사들은 함께 깨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주님을, 주님의 별을 찾았을 것이며, 은총의 선물처럼 나타난 별의 인도에 따라 순례여정에 한결같이 충실했을 것입니다. 

 

구원의 진리는 주님을 찾는 모든 꿈의 순례자들에게 활짝 열려 있습니다. 과거의 모든 세대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신비가 이방의 동방박사들은 물론 오늘의 우리에게 계시됨을 바오로 사도가 명쾌하게 밝힙니다.

 

“곧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하느님만을 찾는, 꿈의 순례여정에 충실한 교회내의 꿈의 순례자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축복입니다. 오늘 복음의 동방박사들은 산전수전, 온갖 고난의 순례 여정후 마침내 별의 인도에 따라 꿈의 목적지 베들레헴에 도착하여 성모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 예수님을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흠숭의 ‘경敬’이 사라진 개탄스런 오늘의 현실입니다. 무릎 꿇고 기도중에 신학했다는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이 생각납니다. 참으로 회복해야할 경배敬拜, 경애敬愛, 공경恭敬, 경천敬天, 경청敬聽, 경건敬虔이란 아름다운 삶의 자세들입니다.

 

이들 동방박사들이 얼마나 깨어 한결같이 기도에 충실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이들은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립니다. 참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동방박사들의 순례여정이 우리에게도 용기백배하게 합니다. 

 

과연 오늘 여러분은 오늘 무슨 예물을 아기 예수님께 바치시겠는 지요. 황금과 유향과 몰약보다 더 좋은 하느님 향한 믿음, 희망, 사랑을 바치면 충분합니다. 그러면 주님은 우리에게 더 큰 축복의 믿음, 희망, 사랑의 보물로 되갚아 주실 것입니다. 복음 마지막 대목이 의미심장합니다.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

 

이들 동방박사들은 새삼 기도의 사람들임을 깨닫게 됩니다. 꿈에 주님의 지시를 받았다니 끊임없는 기도중에 주님과 친교를 나누며 주님과 함께 했던 삶임이 분명합니다. 주님을 만나고 자기 고장에 돌아간 동방박사들의 삶은 예전과는 정말 달랐을 것이며, 이제는 자기 삶의 자리에서 외적 순례 여정이 아닌 내적 순례 여정의 ‘정주定住의 삶’이었을 것입니다. 

 

끝은 늘 새로운 시작이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매일매일이 좋은 날입니다. 우리는 꿈의 순례자로 “매일” 순례 여정중 주님을 만나 힘을 얻고 주님 진리의 별의 인도따라 또 새롭게 순례 여정에 오릅니다. 어찌보면 하루하루가 순례여정을 압축합니다. 매일 찾던 주님을 매일 만나고 또 영원한 도반인 주님과 더불어 형제 도반들과 다시 새롭게 내적 순례여정에 오르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의 집에 귀가할 그날까지, 살아 있는 그날까지, 죽는 그날까지 계속될 꿈의 순례 여정에 꿈의 순례자들인 복된 우리들입니다. 바로 날마다의 살아 있는 이정표와도 같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의 평생 순례 여정에 결정적 도움을 줍니다.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 아침성무일도시 참 흥겹고 아름다웠던 즈카르야 후렴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오늘 그리스도께서 요르단강에서 죄를 씻어 주시니, 

 교회는 천상 신랑과 결합하였도다. 

 박사들이 예물을 가지고 임금님의 혼인잔치에 달려오고,

 물이 술로 변하여, 잔치 손님들이 기뻐하였도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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