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는 은총의 선물이자 평생 과제이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딸), 내 마음에 드는 아들(딸)이다”-2023.1.9.월요일 주님 세례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an 0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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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9.월요일 주님 세례 축일                                                    이사42,1-4,6-7 마태3,13-17

 

 

 

세례는 은총의 선물이자 평생 과제이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딸), 내 마음에 드는 아들(딸)이다”-

 

 

 

“하느님이 당신 백성에게 평화의 복을 주시리라.”(시편29,11ㄴ)

 

오늘 방금 부른 화답송 후렴 곡도 가사도 정말 흥겹고 은혜롭습니다. 사실 성탄시기 축일미사시 ‘손상오’곡 화답송 후렴들은 언제 들어도 좋아, 제가 자주 산책중 노래로 바칩니다.

 

1.“땅끝마다 우리 주의 구원을 모두가 우러러 보았도다.”(성탄 낮미사)

2.“주님의 집에 사는 자, 얼마나 행복되리.”(성가정 축일)

3.“하느님 우리를 어여삐 여기소서, 우리에게 복을 내리옵소서.”(천주의 모친 대축일)

4.“하느님 만백성이 당신께 조배하리이다.”(주님 공현 대축일)

 

어제 2023년1월8일 주일에 우리는 주님 공현 대축일을 지냈고, 오늘 1월9일에 주님 세례 축일은 지내지만,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지난 6일에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를, 그리고 어제 주일인 1월8일에 주님 세례 축일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특히 교황님께서는 어제 주님 세례 축일에는 유서깊은 아름다운 시스티나 경당에서 교황청 직원들의 아기들 13명의 세례를 주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1981년 주님 세례 축일부터 시행되온 참 아름다운 관습입니다. 1787년 독일의 세계적 시성詩聖 괴테가 시스티나 경당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화를 보고 남긴 말입니다.

 

“시스티나 경당을 보지 않고서, 한 인간이 어느 정도의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직관적으로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시스티나 경당에 관해 공부하고자 자료를 출력했는데 무려 31쪽의 방대한 분량이니 참 대단히 놀랍습니다. 오늘 공부하는 마음으로 그림과 더불어 읽어보려 합니다. 이날 세례받은 부모들을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님 강론중 일부를 인용합니다.

 

“여러분 자녀들에게 그들의 세례 날짜를 가르쳐라. 세례와 더불어 크리스찬 삶으로 재탄생했으니, 이날은 생일과 같다. 이들이 좋은 크리츠찬이 되도록 배우게 하라. 오늘은 여러분의 아이들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돕게 될 아름다운 크리스찬 삶의 여정이 시작되는 참 좋은 축일이다. 이들을 세례받도록 한 여러분의 결정에 감사한다.”

 

흡사 주님 세례 축일이 우리 하나하나의 축일처럼 생각됩니다.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났다는 사실은 얼마나 일생일대의 획기적 놀라운 은총의 사건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아마 우리의 세례시 듣지 못했을지 몰라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 들려온 말씀도 분명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딸), 내 마음에 드는 아들(딸)이다!”(마태3,7)

 

참으로 세례 받아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난 우리들은 과연 하느님의 자녀답게 존엄한 품위의 삶을 살고 있는지 자문하게 됩니다. 삶이 은총의 선물이자 과제이듯이 우리의 세례 역시 은총의 선물로 평생 이뤄가야할 의로움의 과제입니다. 

 

바로 그 빛나는 모범이 오늘 겸손히 세례를 받으신 주 예수님입니다. 요르단강에서 죄인들과 똑같이 세례를 받으시는 예수님 모습이 흡사 말구유에서 태어나신 강생의 신비의 연장인 듯 싶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이루시고자 친히 요한 세례자에게 겸손히 세례를 받으시는 의로운 모습이 감동스럽습니다.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오시다니요?”

예수님의 모습에 당황하는 요한에 대한 주님의 겸손한 반응 자체가 말그대로 의로움의 표현입니다.

“지금은 이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

 

새삼 우리 믿는 이들에게 매사 최종의 판단 잣대는 하느님의 의로움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예수님의 하느님의 의로움에 맞갖는 처신에 즉시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처럼 내려 오는 것을 예수님은 보셨고 이어 하늘에서 들려오는 하늘 아버지의 음성을 듣습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3,7)

 

아마 이보다 예수님의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평생 신원 확립에 결정적인 말씀 체험도 없었을 것입니다. 하늘과 땅이, 하느님과 사람이 완전히 하나로 통교됨을 상징하는 놀라운 구원 사건이자, 세례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의 복된 운명을 예감케 하는 장면입니다. 

 

특히 어제 주님 세례 축일날 삼종기도후 교황님의 강론 말씀에 감동했습니다. 계속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인해 죽은 아이들과 병사들의 어머니들을 결코 잊지 말고 기도해달라는 당부였습니다. 예수 아기를 키운 마리아 성모님을 생각하며 사랑하는 자녀들의 죽음으로 고통받는 또 하나의 성모님들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어머니들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사실 아무리 못나고 악한 사람들일지라도 그들의 어머니들을 생각하면 이들을 보는 눈도 달라질 것입니다. 누가 뭐래도 어머니들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자녀들이었을 것이고, 바로 이 측은히 여기는 어머니의 마음은 자비로운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이기도 할 것입니다.

 

참으로 교황님의 강론 내용이 시의적절했습니다. 중심 주제는 하느님의 의로움이었고 죄인들을 구원하는 자비로 의로움을 요약했으며, 우리가 주님의 자비로움을 본받아 자비로운 사람이 될 때 우리의 의로움도 완성될 것이란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니 세례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의 삶의 여정은 날로 주님을 닮아 자비로워지는 의로움의 여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새삼 이런 의로움의 여정을 통해서 우리 삶은 은총의 선물이자 과제임을 깨닫게 됩니다. 세례받았다 하여 자비로운 자녀들이 아니라 평생 자비의 여정의 과제에 충실할 때 비로소 하느님의 의로운 자녀가, 자비로운 자녀가 되겠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떠오르는 산상설교 참행복 선언 말씀입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마태5,6)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5,10).

 

바로 오늘 이사야 예언자가 ‘주님의 종’의 첫째 노래를 통해 의로운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잘 밝혀주고 있습니다. 그대로 예수님 삶의 요약처럼 생각되는 주님의 의로운 종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은 물론 세례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 모두가 평생 배워 닮아가야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바로 우리 하나하나에 대한 말씀으로 읽으시길 바랍니다.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가 붙들어 주는 이, 내가 선택한 이, 마음에 드는 이다. 내가 그에게 나의 영을 주었으니, 그는 공정을 펴리라. 그는 외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으며, 그 소리가 거리에서 들리게 하지도 않으리라.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그는 성실하게 지치지도 않고 기가 꺾이는 일 없이 성실하게 공정을 펴리라. 내가 너를 빚어 세상의 빛이 되게 하였으니, 보지 못하는 눈을 뜨게 하고, 갇힌 이들을 감옥에서, 어둠 속에 앉자 있는 이들을 감방에서 풀어 주기 위함이다.”

 

얼마나 자비롭고 섬세하며 온유하고 겸손한, 이웃을 자유롭게 하는 주님의 종의 모습인지요! 이래야 비로소 사랑의 관상가, 사랑의 신비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참으로 우리 주 예수님은 이렇게 자비하신 아버지를 닮은 주님의 종을 롤모델로 삼았음이 분명합니다. 예수님뿐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 모두에게 평생 닮아가야 할 롤모델인 주님의 종,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오늘은 주님의 세례 축일이자 세례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의 축일로 여겨도 무방할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날로 자비하신 주님을 닮아감으로 우리를 통해 당신의 의로움을 완성해 갈 것입니다. 아침성무일도시 아름다운 즈카르야 후렴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그리스도 세례를 받으심으로 온 세상이 성화되었니,

 그분은 우리 죄를 사해 주시어, 

 물과 성령으로 우리 모두 깨끗하여 졌도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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