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공동체에 뿌리 내린 -“개인 신앙”-2023.1.13.연중 제1주간 금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an 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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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3.연중 제1주간 금요일                                                                히브4,1-5.11 마르2,1-12

 

 

 

교회 공동체에 뿌리 내린

-“개인 신앙”-

 

 

 

어제 요셉 수도 공동체 형제들은 참 좋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마르코 수사님의 예언이 적중하고 말았습니다. “요셉 수도원의 수도형제들은 순수하다.” 말한마디 천량 빚을 갚는다 했습니다. 한달 가량 피정을 마치고 떠나면서 왜관 수도원의 박알렉시오 신부님이 감사카드와 더불어 주신 덕담입니다. 이에 마르코 수사님은 웃으며 “프란치스코 수사님이 강론에 인용할 것 같다” 예언 하였고, 저는 곧장 오늘 강론 서두에 인용하게 되었습니다.

 

“순수하다!”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마디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듣고보니 우리 요셉 수도 공동체 형제들의 빛나는 특징은 ‘순수’입니다. 순수한 마음, 순수한 믿음, 순수한 희망, 순수한 사랑은 그대로 ‘주님의 빛’을 반영합니다. 예수님 역시 순수한 이들에게 축복을 전해 주셨습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5,8)

 

알렉시오 신부님의 “순수하다!”란 말마디와 카드 내용을 듣고 후에 게시판에서  읽으면서 새삼 “신부님 역시 순수한 분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마음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수행의 목적도 마음의 순수에 있습니다. 예전 읽은 대목도 생각났습니다.

 

“기적이나 신비체험에 집착하지 않고 순수한 믿음을 지향하는 것은 종파를 초월한 모든 영성가들의 공통점이다. 비밀스런 능력에 관심을 갖는 인간은 신의 임재속에 살 수 없게 된다. 그러한 현상들이 네 안에 생겨나더라도 조금도 주의를 기울이지 마라. 비밀스런 능력을 획득하기는 쉽지만, 마음의 순수에 이르는 길은 몹시 힘들다. 순수함을 소유한 자는 종교의 진정한 모습을 안다.”

 

인도 힌두교의 신비가 라마크리슈나의 말이지만 참으로 공감이 가는 진리말씀입니다. 이렇게 수도원에 머물다 떠나는 수도형제가 이런 순수한 친필의 카드를 전하기도 처음입니다. 카드에 그림과 더불어 성탄 미사시 입당송인 이사야 9장5절 말씀도 은혜로웠습니다.

 

 

“Puer natus est nobis”(한 아기가 우리에게 태어나셨다)

 

이어지는 신부님의 순수한 마음이 그대로 표현된 친필 내용 전문을 인용하여 나눕니다.

 

“+주님의 평화

요셉 수도원의 여러 형제 수사님들께!

한달 가량 요양하러 온 알렉시오가 진심으로 감사와 새해(설날) 인사를 이렇게 글로나마 올립니다. 지내는 동안 요셉성인상(특히 정문옆 성가정상과 주차장 앞 아기 예수님을 안은 요셉상)에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성전 출입구 신장 맞은편 창문턱에 편안하게 잠든 작은 요셉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 수사님들이 이런 요셉 상에 잘 어울리고 물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불암산보다 옛 이름인 천보사天寶山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늘이 보호하는, 하늘의 보화인 이 산속에서 부디 묻혀 있는 보물을 찾으시기를 빌며 감사드립니다. Alex”

 

얼마나 멋진 순수한 편지글인지요! 하늘의 보물같은 정주의 천보산天寶山처럼 순수한 믿음의 정주의 삶을 사는 것은 우리 베네딕도회 정주 수도자들의 소망이기도 할 것입니다. 더불어 생각나는 천장암天藏庵이란, ‘하늘 보물을 감추고 있는 암자’란 이름의 서산 개심사에 있는 불가의 유명한 선사 경허 스님이 머물더 암자이름도 생각났습니다. 한때는 제 집무실 명칭도 천장암天藏庵이라 불렀습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중풍병자 동료들의 믿음은 얼마나 순수한지요! 말그대로 순수한 마음, 순수한 믿음, 순수한 희망, 순수한 사랑의 결정체같은 동료들의 믿음입니다. 여기서 착안한 강론 제목이 바로 “교회 공동체 안에 뿌리 내린 개인 신앙”입니다. 무한한 믿음의 살아 있는 보물창고가 바로 교회 공동체입니다. 개인의 믿음은 약해도 공동체의 믿음은 무궁무진한 힘이 있습니다. 혼자서는 결코 순교의 죽음 못합니다. 교회 공동체에,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에 깊이 뿌리 내릴 때 비로소 가능한 사랑의 순교, 순교의 죽음입니다. 이래서 순교는 성체와의 결합이라 하는 것입니다. 

 

교회 공동체에 날로 깊이 뿌리내릴 때 튼튼히 성장, 성숙하는 순수한 믿음입니다. 공동체에서 뿌리 뽑힌 개인신앙은 쉽게 변질되며 얼마 못가 시들어 죽어버립니다. 이래서 평생 날마다 끊임없이 성전에서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시편성무일도와 미사의 공동전례기도가 그렇게 고맙고 소중한 것입니다. 기도도. 믿음도, 삶도 반드시 하느님 중심에 더불어와 홀로, 공동체와 개인이 조화와 균형을 이뤄야 함은 영적 삶의 필수적 리듬이기도 합니다. 제 좋아하는 미사경문중 한 대목도 이와 일치합니다. 영성체 예식중 주님의 기도후 평화예식중 경문의 일부입니다.

 

“저희 죄를 헤아리지 마시고 교회의 믿음을 보시어 주님의 뜻대로 교회를 평화롭게 하시고 하나되게 하소서.”

 

이렇게 날마다 이 거룩한 미사공동전례기도를 통해 교회의 믿음에 깊이 뿌리 내릴 때 날로 성장, 성숙하는 오로지 주님 향한 순수한 믿음, 순수한 희망, 순수한 사랑입니다. 교회의 믿음에서 그 무엇보다 결정적 도움을 받는 것은 성모님의 전구입니다. 우리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가장 많이 청하는 것도 형제들의 기도와 성모님의 전구입니다. 

 

대림 제1주일부터 2월1일 까지 매일 잠자리에 들기전 바치는 성모찬송가는 곡도 가사 내용도 얼마나 아름답고 깊고 은혜로운지 요즘 새삼 깨닫습니다. 라틴어 가사를 해석한 우리말이 좋아 전문을 인용합니다.

 

“구세주의 존귀하신 어머니, 

 영원으로 트인 하늘의 문, 바다의 별이시여,

 넘어지는 백성 도와 일으켜 세우소서.

 당신의 창조자 주님 낳으시니, 온 누리 놀라나이다.

 가브리엘의 인사 받으신 그 후도 전과 같이 동정이신 이여,

 죄인을 어여삐 여기소서.”

 

우리 육신의 친모는 돌아가셨어도 우리의 영원한 마리아 성모님은 천군만마처럼 늘 우리를 위해 전구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성모님의 전구는 “영(0)” 순위일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복음의 중풍병자보다 행복합니다. 수도형제들의 믿음과 더불어 성모님의 전구가 늘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신 예수님을 감동시키는 것은 우리의 간절한 믿음, 순수한 믿음입니다. 참으로 소망이 간절하고 절실하고 절박할 때 믿음은 순수할 수 뿐이 없습니다. 궁즉통(窮卽通), 궁하면 통한다 했습니다. 동료들의 순수한 믿음의 눈은 활짝 열려 절망적 상황안에서 예수님께 도달할 길을 발견한 것입니다. 지붕을 뚫고 중풍병자를 들것에 실어 내리는 참으로 기발한 착상입니다.

 

어제는 푸근하기가 겨울속의 봄처럼 느껴졌습니다. 얼마전은 겨울눈이었는데 오늘 밤에 계속 내리는 겨울비는 흡사 봄비처럼 느껴져 참 푸근하고 상쾌했습니다. 겨울속의 봄이, 흡사 절망속의 희망, 죽음속의 생명, 어둠속의 빛처럼, 파스카의 신비를 연상케 했습니다. 결코 절망은 없다는 것입니다. 절망적 상황에서 순수한 믿음, 순수한 희망, 순수한 사랑을 지닌 중풍병자의 동료들은 예수님의 치유 구원을 체험한 것입니다. 

 

이들의 믿음을 보시고 감동하신 주님은 즉각적으로 중풍병자의 죄를 용서하심으로 영혼을 치유하시고 이어 일어나 들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게 함으로 육신을 치유해 주심으로 영육의 전인적 치유의 구원을 완성하십니다. 

 

-“예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동료들의 순수한 믿음으로 용서 받는 중풍병자처럼 우리는 이 거룩한 미사중 교회 공동체의 믿음으로 용서를 받습니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들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라.”

흡사 미사가 끝나고 치유 구원된 우리를 향한 파견 말씀처럼 들립니다.-

 

오늘 제1독서 히브리서 말씀은 오늘 복음과 연결되어 참으로 은혜롭습니다. 바로 파스카 예수님이,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가 우리의 영원한 안식처임을 깨닫습니다. 히브리서 말씀을 들어 보십시오.

 

“우리는 기쁜소식을 들었습니다. 믿음을 가진 우리는 안식처로 들어갑니다. 안식처는 물론 하느님께서 만드신 것들은 세상 창조 때부터 이미 다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불순종의 본을 따르다가 떨어져 나가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 저 안식처에 들어가도록 합시다.”

 

이미 히브리서 저자의 권고대로 이 거룩한 교회 공동체 미사를 통해 순수한 믿음으로 영원한 안식처를 앞당겨 체험함으로 복음의 중풍병자처럼 영육의 전인적 치유를 받는 우리들입니다. 이와 연관된 제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성가 177장 “만나를 먹은 이스라엘 백성” 성체성가 2절을 나눔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참 기쁨이 넘치는 그곳 내 주님 계신 곳,

 내 모든 근심 슬픔을 다 위로하여 주시네.

 약속한 땅이여 오 아름다운 대지여, 

 영원히 머무를 젖과 꿀이 흐르는 그곳,

 이 빵을 먹는 자는 그 복지 얻으리,

 아, 영원한 생명의 빵은 내 주의 몸이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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