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느님의 자녀다운 수행자, 성소자, 증언자의 삶-2023.1.15.연중 제2주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an 1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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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5.연중 제2주일                                                          이사49,3.5-6 1코린1,1-3 요한1,29-34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느님의 자녀다운 수행자, 성소자, 증언자의 삶-

 

 

 

“내 주여, 내 기쁨은 당신 뜻을 따름이오니,

 내 맘속에 당신 법이 새겨져 있나이다.”(시편40,9)

 

참으로 오랜만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마 많은 국민이 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안중근 의사 주인공의 영화, ‘영웅’을 보면서 마지막으로 사형을 앞둔 아들 안중근 도마에게 보낸 그의 어머니 조마리아의 편지입니다. 동영상을 대할 때 마다 코끝을 찡하게 하며 눈물짓게 하는 장면입니다. 너무 감동스러워 두 번째 강론에 인용합니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 거리가 될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 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를 위해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天父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제가 주목하는 것은 조마리아 어머니의 신앙입니다. 흡사 마리아 성모님과 예수님 모자사이처럼 느껴지는 조마리아와 안중근 도마 모자의 관계입니다. 주님께 대한 깊은 믿음없이는, 사랑없이는 이런 마지막 편지를 쓸 수 없을 것입니다. 안중근 도마 역시 얼마나 신앙으로 무장된 인물인지 도처에서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대로 안중근 도마 의사의 죽음은 말그대로 순교殉敎의 죽음, 순국殉國의 거룩한 죽음입니다.

 

또 한 분의 삶과 죽음이 우리에게 영원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바로 작년 2022년 12월31일 향년 95세로 선종한 전임 교황 베네딕도 16세입니다. 아마 참 좋은 선종의 죽음보다 이웃에 줄 수 있는 더 좋은 선물도 없을 것입니다. 이런 선종의 죽음은 그대로 은총의 선물이자 평생 삶의 요약입니다.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교황님께서 마지막 남긴 임종어로 그의 평생 삶을 요약합니다. 소화 데레사의 임종어도 이와 똑같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자녀로, 주님의 증언자로 일관된 삶을 사신 성인같은 교황님입니다. 프란치스코 현임 교황님과의 형제적 우정의 사랑도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베네딕도 교황의 ‘나의 영적 유언서’ 내용도 감동적입니다. 겸손과 진실, 사랑이 가득 담겨 있는 유언입니다. 하늘을 우러러 주님의 증언자로 한점 부끄럼없는 최선을 다한 삶이셨습니다.

 

-“1.감사입니다. 

우선 언급되는 것이 하느님께, 부모님께, 이웃에게 감사드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용서입니다.

알게 모르게 잘못한 모든 이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내용입니다.

3.믿음입니다.

교회의 모든 이에게 믿음에 대한 당부입니다. “믿음을 굳게 지키십시오. 여러분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마십시오. 예수 그리스도는 진정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며, 교회는 모든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그의 몸입니다.”

4.기도입니다.

마지막으로 겸손되이 요청합니다. 나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그러면 주님께서 나의 모든 죄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나를 영원한 거처로 맞이해 주실 것입니다. 내게 맡겨진 모든 이에게 날마다 나의 진심어린 기도가 향할 것입니다.”-

 

참 겸손하고 아름다운 평생 삶이 요약된 유언입니다. 우리에게 참 좋은 삶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참으로 발광체 주님을 잘 반사한 반사체 증언자의 삶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남긴 유언이 평생 삶을 요약합니다.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마침 예전에 어떤 자매가 들려준 임종시 남편의 고백, 세 말마디가 생각납니다. “1.고맙다, 2.미안하다, 3.사랑한다” 얼마나 멋진 고백인지, 모든 앙금은 눈녹듯이 사라지고 사후에 더욱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는 고백입니다. 그런데 이 세가지 고백은 마지막 임종시 하느님께 드려도 참 좋겠다 생각되어 나누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느님의 자녀답게, 참으로 내적으로 아름답고 행복하게, 자유롭고 부요하게 살 수 있을까요? 저는 세가지 답을 찾아 냈습니다.

 

첫째, 주님 사랑의 수행자修行者로 사는 것입니다.

바오로, 세례자 요한은 물론 모든 성인들의 예외없는 공통점입니다. 베네딕도 성인 역시 당신 수도승들에게 세상에 그 무엇도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보다 앞세우지 말라 하셨습니다. 바로 이의 모범이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입니다. 

 

그분은 자신의 신앙과 신학에 있어 항상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에 모시고 살려고 노력한 분이고, 언제나 그리스도의 현존을 ‘지금 여기에’ 현재화하려고 노력한 가톨릭교회를 너무나 사랑하셨던 분입니다. 교황님은 진리의 협조자라는 주교 문장처럼,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믿고 사랑하며 그분의 협조자로 사는 것이 삶의 전부였습니다. 

 

아마 예수 그리스도를 참으로 사랑했던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은 물론 모든 성인들이 다음 제 기도문의 고백에 공감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은 저의 전부이옵니다.

저의 사랑, 저의 생명, 저의 기쁨, 저의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와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당신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하루이옵니다.”

 

둘째, 하느님께 불림 받은 주님의 성소자聖召者로 사는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존재이유이자 존재근거입니다. 우리는 우연한 존재가 아니라 불림받은 존재로 하느님 뿌리에 닿아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의 존엄한 품위의 근거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화답송 후렴이 불림 받은 우리의 성소를 새삼 확인하게 합니다. “주님, 보소서, 당신 뜻을 이루려 제가 왔나이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하는 수행자의 삶에 항구할 때 우리가 결코 우연적 존재가 아닌 불림 받은 성소자임을 깨달을 것입니다. 사도로 부르심을 받은 바오로가 그 성소의 그 좋은 모범이며 다음 사도의 말씀은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우리 모두를 대상으로 합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거룩하게 되어 어디에서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모든 이들과 함께,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여러분에게 인사합니다.” 

 

이사야서에 나오는 주님께 불림받은 주님의 종은 예수님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해당됩니다. 우연적 존재가 아니라 우리 또한 불림받은 성소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성소를 깨닫는 주님의 종의 고백은 바로 우리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나를 모태에서부터 당신 종으로 빚어 만드셨다. 나는 주님의 눈에 소중하게 여겨졌고, 나의 하느님께서 나의 힘이 되어 주셨다.”

 

어제 연중1주간 토요일 아침성무일도시 베드로 2서 독서 말씀도 은혜로웠습니다. 새삼 우리의 성소가 얼마나 큰 은총의 선물인지 깨달았습니다.

 

“형제 여러분,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불러 주시고, 뽑아 주셨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더욱 확실히 깨닫도록 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절대로 빗나가는 일이 없을 것이고, 또한 여러분에게는 우리의 주님이시며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한 나라로 들어가는 문이 활짝 열릴 것입니다.”(2베드1,10-11)

 

셋째, 예수 그리스도의 증언자證言者로 사는 것입니다.

성령은 사랑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할 때 성령의 은총으로 주님을 알게 되어 저절로 주님의 증언자로 살 수 있습니다. 주님의 성소자에 이어 주님의 증언자로 사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요한 세례자가 그 좋은 증언자의 모범입니다. 

 

우리는 태양처럼 결코 스스로 빛을 발하는 발광체가 아니라 태양 빛을 반사하는 달처럼 발광체의 빛을 반사하는 반사체일뿐입니다. 주님을 증언하는 삶은 바로 발광체 주님을 반사하는 반사체의 삶입니다. 사랑의 수행자의 삶에, 주님의 성소자의 삶에 충실할 때 저절로 따라오는 증언자의 삶, 반사체의 삶입니다. 바로 이사야서의 주님의 종이 그 좋은 모범입니다. 주님을 증언하는 모든 성인들은 물론 우리 역시 이스라엘입니다.

 

“너는 나의 종이다. 이스라엘아, 너에게서 내 영광이 드러나리라.”

 

과연 주님의 영광을 잘 반사하는 반사체로서의 증언자의 삶인지 반성하게 합니다. 오늘 복음의 요한 세례자는 참으로주님을 잘 반사하는 증언자입니다. 얼마나 주님을 사랑한 요한 세례자인지 사랑의 눈이 활짝 열려 주님을 알아보고 고백하며 이웃들을 주님께로 인도합니다. 감격에 벅찬, 주님의 빛을 찬연히 반사하는 요한 세례자의 증언입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나도 저분을 알지 못하였다. 내가 와서 물로 세례를 준 것은, 저분께서 이스라엘에 알려지시게 하려는 것이었다.”

 

“나는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하늘에서 내려오시어 저분 위에 머무르시는 것을 보았다. 나도 저분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물로 세례를 주라고 나를 보내신 분이 나에게 일러 주셨다. 과연 나는 보았다. 그래서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증언하는 것이다.”

 

증언자의 모범이 주님의 종인 복음의 요한 세례자, 그리고 바오로 사도입니다. 주님의 증언자되기에 앞서 참으로 주님을 사랑했던 사랑의 수행자였고, 자신의 성소를 깊이 깨달아 알았던 주님의 성소자들이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 수 있는 길이 확연해 졌습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사랑의 수행자, 주님의 성소자, 주님의 증언자로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이 거룩한 미사중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 주님께서 우리 교회에 주신 엄중하고도 영광스러운 사명입니다.

 

“나의 구원이 땅끝까지 다다르도록, 나는 너를 민족들의 빛으로 세운다.”(이사49,6ㄷ).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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