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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5.수요일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사도22,3-16 마르16,15-18

 

 

 

회심(回心)의 여정

-만남, 회심, 선포-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으니, 

 가서 열매를 맺어라. 

 너희 열매는 길이 남으리라.”(요한15,16)

 

요즘 들어 최고의 강추위지만 오늘 밤하늘은 참 청명(淸明)하여 별들도 유난히 영롱합니다. 마음 하늘의 믿음의 별, 희망의 별, 사랑의 별도 저리 맑고 밝았으면 좋겠습니다. 회심한 마음 하늘의 별들이 그러할 것입니다.

 

오늘은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이자 제 서원 37주년이 되는 날이라 감회가 깊습니다. 감사(感謝)와 더불어 회심(回心)하는 마음이 됩니다. 1982년 수도원 입회하여 1985년 한해 수련을 마치고 1986년 1월25일 첫서원을 했고, 1988년 요셉수도원에 부임했으며, 다음해 1989년1월25일 종신서원을 했으니 요셉수도원 1호 종신서원자입니다.

 

우리 믿는 이들의 영성생활에 회심은 얼마나 결정적으로 중요한지요! 문득 요셉수도원의 제1호 순교자와도 같은, 배밭 노동중 불의의 사고로 2013년 8월17일 선종한 정훈만 요한 세례자 수사가 생각납니다. 바로 수도원 정자를 지날 때마다 요한 수사의 작품인 “회심정(回心亭)”이란 현판 글씨를 만나게 됩니다. 앉아 쉴 때마다 회심하라는 회심정이란 명칭이 참 기발합니다.

 

제 좌우명이 “하루하루 살았습니다”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하루단위의 삶을 살아가는 상징적 표현이 서품이후 하루하루 날마다 봉헌한 미사에 써온 강론입니다. 또 2주 단위로 토요일마다 삭발하니 2주 단위로 사는 느낌이며 매월 첫 수요일 병원 진료차 가니 1개월 단위로 사는 느낌입니다. 저절로 이 날을 감사와 더불어 회심의 계기로 삼게 됩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수도원의 일과표는 그대로 ‘회심의 시스템’과도 같습니다. 평생 하루하루 매일 여덟번 성전에 공동전례기도를 바치러 갈 때 마다 찬미와 감사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회심의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공동전례기도의 은총이 회심의 일상화, 회심의 생활화를 이뤄주니 참 감사한 일이지요.

 

제가 요즘 특히 강조하는 바, “선택-훈련-습관”입니다. 날마다 회심을 선택하여 훈련하여 습관화하는 것이 영성생활에 얼마나 결정적으로 중요한지요. 회심도 의식적 훈련입니다! 도대체 훈련 아닌 것이 없습니다. 믿음도 희망도 사랑도 감사도 기도도 모든 수행이 훈련입니다. 

 

마침내 훈련으로 습관화될 때 성격도 운명도 바뀌어 점차 주님을 닮게 되어 참으로 자유롭고 행복한 은총충만, 성령충만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작년 12월에 이어 2023년 1월까지 제가 면담고백성사시 써드리는 보속 처방전 말씀 역시 참 좋은 영성 훈련이 됩니다. 

 

“주님과 함께 항상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 사랑하는 형제님(자매님)!”(필립4,4)

 

써드린후 “1.화내지 말고, 2.기쁘게, 3.웃으며, 4.감사하며, 5.평화롭고, 6.행복하게 살라”고 권고합니다. 이 또한 의식적 노력의 선택이자 훈련으로 습관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어제의 각별한 체험도 길이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제 애송하는 행복기도 첫 연에 “주님” 다음 “참회합니다”를 붙였기 때문입니다. 비로소 행복기도가 완성된 느낌이었습니다. 반드시 “주님” 다음 “참회합니다”가 나와야 합니다. 첫 연을 다시 나눕니다.

 

“주님,

 참회합니다

 사랑합니다

 찬미합니다

 감사합니다

 기뻐합니다

 차고 넘치는 행복이옵니다

 이 행복으로 살아갑니다”

 

오늘은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입니다. 성 바오로 회심 축일을 별도로 지내는 이유는 사도의 회심이 인류에 대한 하느님의 큰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이방인들의 사도로 변화시켜주신 하느님의 놀라운 업적을 찬양하기 위해 이미 10세기 말경부터 축일을 지내게 된 것입니다. 

 

얼마나 바오로를 눈여겨 봐온 주님인지 깨닫습니다. 오늘 전격적인 주님과 바오로 사도의 만남의 은총이 참 신비롭습니다. 은총의 만남에 자연스럽게 뒤따른 바오로의 회심임을 깨닫습니다. 바오로는 디아스포라 유대인인 사울의 다른 이름입니다. 마치 사울이 바오로로 바뀐 것처럼 잘못 이해해선 안됩니다. 주님과 바오로의 만남의 장면이 너무 눈에 보이듯 실감적입니다.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

 “나는 네가 박해하는 나자렛 사람 예수다.”

 “주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어나 다마스쿠스로 들어가거라. 장차 네가 하도록 결정되어 있는 모든 일에 대하여 거기에서 누가 일러줄 것이다.”-

 

바오로 사도의 주님과의 만남과 회개가 참으로 전격적으로 이뤄집니다. 바오로만 몰랐지 이미 주님의 계획표에는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아마 우리의 경우도 그럴 것입니다. 주님의 계획표대로 전개되는 주님 섭리 은총의 삶이라는 것입니다. 주님 섭리 은총에 잘 화답할 수 있도록 침묵과 경청, 그리고 순종의 겸손한 자세가 절대적임을 깨닫습니다. 위의 주고 받은 대화중 주님의 다음 말씀이 의미심장합니다.

 

“나는 네가 박해하는 나자렛 사람 예수다.”

 

주님을 믿는 제자들 하나하나와 자신을 동일시한 주님이시니 제자들에 대한 박해는 바로 주님께 대한 박해라는 놀라운 사실입니다. 그러니 이웃 하나하나가 주님의 현존이니 얼마나 존엄한 품위의 사람인지요! 이어 바오로는 주님의 사람, 하나니아스를 만나 회심에 이어 그를 통해 주님의 은혜로운 말씀을 듣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선택하셨습니다. 당신이 보고 들은 것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그분의 증인이 되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무엇을 망설입니까? 일어나 그분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며 세례를 받고 죄를 용서 받으십시오.”

 

이제 예전의 사울이 아니라 새롭게 태어난 사울이요 바오로 사도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이 그대로 바오로를 통해 실현되어 이제 회심에 이어 본격적 복음 선포의 삶이 펼쳐집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모두가 바오로일수도 없고 바오로가 될 필요도 없습니다. 바오로처럼 비상한 회심 체험에 비상한 선교활동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그 회심과 복음선포의 양상은 다 다릅니다. 오늘 지금 여기가 내 삶의 자리가 세상의 중심이요, 주님과 만남의 자리이자 회심의 자리이며, 복음 선포의 자리입니다. 

 

한 두 번으로 끝나는 주님과의 만남이나 회심이나 선포가 아니라 평생 과정임을 깨닫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주님과 만나야 하고, 회심해야 하고, 복음을 선포하는 삶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신자들의 삶은 주님과 만남의 여정, 회심의 여정, 선포의 여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바로 여기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참으로 하루하루 날마다 한결같이 만남의 여정, 회심의 여정, 선포의 여정에 항구할수 있게 해주는 주님의 미사은총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날마다 새하늘 새땅을, 영원한 삶을 살게 해주는 미사은총입니다. 

 

“주님 사랑 우리 위에 꿋꿋하여라.

 주님의 진실하심 영원하셔라.”(시편117,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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