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은총과 훈련 -두려움에 대한 답은 믿음뿐이다-2023.1.28.토요일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1225-1274) 기념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an 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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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8.토요일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1225-1274) 기념일 

히브11,1-2.8-19 마르4,35-41

 

 

 

믿음의 은총과 훈련

-두려움에 대한 답은 믿음뿐이다-

 

 

 

“굳건한 믿음으로 간구하오니

당신의 빛으로서 채워주시어

우리가 맞이하는 그모든날을

흠없는 참삶으로 이끄옵소서.”

 

어제 새벽 성무일도시 마음에 새롭게 와닿은 찬미가 한연입니다. 믿음이 답입니다. 하나를 청한다면 믿음뿐이겠습니다. 믿음의 은총입니다. 은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믿음 역시 다른 수행처럼 부단한 훈련의 노력이 필수입니다. 평생, 하루하루 날마다 바치는 시편성무일도와 미사 공동 전례기도 역시 참 좋은 믿음의 훈련입니다. 개인 신앙은 약하고 부족합니다. 공동전례기도를 통해 교회 공동체 믿음에 뿌리 내릴 때 건강하고 안전한 신앙입니다.

 

저희 요셉 수도원 십자로 중앙에 위치한 예수 성심상이 찾아오는 모든 이를 언제나 환대하고 있습니다. 바로 예수성심상을 떠받치고 있는 바위판에 새겨져 있는 예수님 말씀입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14,27)

 

두려움에 대한 답은 믿음뿐입니다. 제 행복기도중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하겠습니다. 반드시 “참회합니다” 다음 “믿습니다”를 넣어 다음과 같이 하시기 바랍니다.

 

“주님,

참회합니다

믿습니다

사랑합니다

찬미합니다

감사합니다

기뻐합니다

차고 넘치는 행복이옵니다

이 행복으로 살아갑니다.”

 

아주 예전 왜관 수도원에서 저녁기도 전, 어둠이 짙어질 때 노수사님들 모습이 참 초라하고 한생이 덧없어 보였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순간 깨달음을 잊지 못합니다. 그대로 믿음이 걸어다니는 모습들처럼 보였습니다. 한생을 믿음으로 살아온 분들입니다. 노년에 남는 것은 하느님 믿음과 밥뿐인데 믿음은 없고 밥의 욕망만 남아있다면 얼마나 허무할까 하는 생각을 잊지 못합니다. 

 

믿음없는 탐욕만 남은 삶, 그대로 노추, 노욕의 삶이겠습니다. 참으로 존엄한 품위의 삶에 믿음이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날로 깊어가는 “믿음의 여정”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깨달음과 더불어 그동안 자주 인용했던 두 말마디가 새롭게 떠오릅니다.

 

“노년의 품위 유지에 우선 순위는 하느님 믿음, 건강, 돈이다. 이 셋의 우선 순위가 절대로 바뀌어선 안된다. 하느님 믿음이 있을 때 마음의 평화에 자연스레 따라오는 영육의 건강이요 돈에 대한 탐욕도 절제할 수 있다.”

 

어찌 노년뿐이겠습니까? 존엄한 인간 품위의 기반이 되는 믿음입니다. 

 

“물보다 진한게 피이고 피보다 진한게 돈이고 돈보다 진한게 하느님 믿음이다. 돈앞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혈연관계는 얼마나 많은가! 하느님 믿음만이 돈의 유혹을 넘어 건실한 인간관계를 맺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믿음은 얼마나 허약한지요! 바로 오늘 복음의 제자들 모습이 그대로 믿음 약한 우리들 모습의 반영입니다. 예수님을 모신 배가 돌풍으로 위기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믿음 좋은 예수님은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시자 제자들은 울부짖습니다.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그대로 박해와 온갖 어려움으로 곤경에 처한 당시 초대교회 공동체를 상징합니다. 오늘날 역시 인생 항해 여정중 얼마나 많은 공동체나 개인들이 조난과 파선의 위협을 겪고 있는지요? 당시 제자들의 모습은 그대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말그대로 믿음의 시련입니다. 바로 공동체의 중심에, 내 삶의 중심에 자리잡고 계신 살아계신 주님을 잊은 탓입니다. 그대로 믿음 부족의 반영입니다. 위기에 처했을 때 드러나는 허약한 믿음의 실상입니다.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잠에서 깨어나신 주님의 말씀의 위력에 바람이 멎고 아주 고요해지자 예수님은 재차 이들의 믿음 약함을 책하십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그대로 우리의 믿음의 현실을 바라보게 하는 말씀입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제자들의 다음 물음이 오늘 화두처럼 마음에 자리잡습니다.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바로 오늘 지금 여기 우리 삶의 중심에 늘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 이름 ‘나다’라는 이름의 임마누엘 그리스도 예수님입니다. “나다(I AM)”, 영문으로 하면 이해가 확연해집니다.

 

“I AM with you”(나는 너희와 함께 있다)

“I AM for you”(나는 너희를 위해 있다)

 

얼마나 위로와 격려가 되는 하느님이신 예수님인지요! 탓할 것은 주님이 아니라 우리의 약한 믿음입니다. 믿음이 여정입니다. 애당초 타고난 믿음은 없습니다.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 믿음의 성장과 성숙이요 오늘 복음의 제자들이 그러했을 것입니다. 육신은 노쇠해가도 주님과 신뢰와 사랑의 관계는 날로 깊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히브리서 11장이 참 좋은 믿음의 본보기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입니다. 사실 옛 사람들은 믿음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오늘 제1독서 히브리서는 믿음의 사람, 아브라함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이어 믿음으로 살다가 떠난 이들을 종합한 다음 말씀이 우리에게는 무한한 위로와 힘을 줍니다.

 

“이들은 모두 믿음 속에 죽어 갔습니다. 약속된 것을 받지는 못하였지만 멀리서 그것을 보고 반겼습니다. 그리고 자기들은 이방인이며 나그네일 따름이라고 고백하였습니다. 그들이 이렇게 말함으로써 자기들이 본향을 찾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실상 그들은 더 나은 곳, 바로 하늘 본향을 갈망하고 있었습니다.”

 

이래서 ‘고향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homesick at home) 역설적 존재의 인간입니다. 궁극으로 하늘 본향을 갈망하는 믿음입니다. 바로 이런 믿음이 이상주의적 현실주의자의 삶을 살게 합니다. 하늘 향할수록 더욱 깊이 현실에 뿌리내리는 나무를 닮은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참으로 강한 사람들이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믿음의 힘은 그대로 하느님의 힘입니다. 인간 품위의 기초가 믿음이요, 반석같은 믿음 위에 건축되는 인생집입니다. 오늘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 기념일입니다. 서방의 4대교부, 예로니모, 암브로시오, 아우구스티노, 교황 대 그레고리오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성인학자입니다. 가톨릭 신학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아우구스티노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대조도 흥미롭습니다.

 

“아우구스티노의 <신국론>과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을 읽어보면 ‘불꽃의 아우구스티노’와 ‘얼음의 토마스’가 느껴질 것이다.”

 

참 좋은 대조와 더불어 참 좋은 보완관계를 이루는 성인 학자임을 깨닫게 됩니다. 천사 박사라 칭하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49세 나이로 선종하기 까지 어떻게 그 많은 저술이 가능했는지 불가사의입니다. 성 토마스의 인품에 대한 설명과 그의 깨달음 및 어록도 감동적입니다. 

 

“그는 천품이 유순하고 통찰력이 날카로우며 무엇이든 쉽게 틀림없이 기억했으며, 더할 나위 없이 순결한 삶을 살았고 오직 진리만을 사랑하여, 신적학문과 인간의 학문을 두루 관통하여 통달하고 있었으며, 마치 태양처럼 자신의 성덕으로 세상을 뜨겁게 하고 자기 학문의 광채로 세상을 두루 비추었다.”

 

그가 신학대전 완성을 조금 남겨 두고 절필한 사유도 인상적입니다. 그가 1273년 12월 성 니콜라오 축일 미사를 끝마친후 절필하였는데, 조수가 그 이유를 묻자 다음같이 대답했다 합니다.

 

“나는 계속할 수가 없어. 내가 이제껏 쓴 것들을 내가 보았고, 나에게 계시된 것에 비하면 한낱 지푸라기에 불과해” 

 

성인의 깊은 겸손도 이런 하느님 체험에서 기인함을 봅니다. 성 토마스의 시성 심사와 관련하여 성인의 격에 어울릴만한 기적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지적에 당시 교황 요한 22세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이를 일축했다고 합니다.

 

“그가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그만큼의 기적들을 행한 것이다.”

 

얼마나 통쾌하고 멋진 답변인지요! 이어지는 어록도 인상적입니다. 

 

“성 토마스가 집대성한 철학적, 신학적 종합은 교회와 온 인류의 건실하고 항구한 자산이다.”

“인간 안의 이성은 세상 안의 하느님과 같다.”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설명이 필요없다.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인간의 구원에는 세가지가 필요하다. 믿을 것을 아는 것, 추구할 것을 아는 것, 해야 할 것을 아는 것이다.”

 

침대에 누운 채 하늘을 바라보며 말한 임종어도 그가 얼마나 분투의 노고로 가득한 삶이었는지 깨닫게 합니다.

 

“내 벗인 죽음이여, 어서 오게나. 기다리고 있었네.”

 

하느님이 교회에 주신 참 좋은 선물, 참으로 믿음의 성인이요 대학자인 성 토마스 아퀴나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부족한 믿음을 도와 주시어 믿음의 여정에 항구하게 하십니다. 

 

“주님은 당신 가족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을 세우셨네.”(루카12,4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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