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소망이자 우리의 평생과제 -성인聖人이 되는 것- “사랑밖엔 길이 없네”2023.2.19.연중 제7주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Feb 1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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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19.연중 제7주일                                                 레위19,1-2.17-18 1코린3,16-23 마태5,38-48

 

 

 

하느님의 소망이자 우리의 평생과제

-성인聖人이 되는 것-

“사랑밖엔 길이 없네”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내 안의 모든 것도 거룩하신 그 이름 찬미하여라.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그분의 온갖 은혜 하나도 잊지 마라.”(시편103,1-2)

 

밤12시 30분쯤 일어나 보니 방금 보낸 감동적인 메시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카톡에 적힌 시간을 보니 제가 일어나는 시간에 이 형제는 하루의 일을 끝내고 잠자리에 들면서 보낸 메시지입니다.

 

-“하루의 병원 진료 끝내고, 오후 교구 신부님이 집에서 돌보고 계신 파킨스에 알츠하이머 앓고 있는 어머님 잇몸 체크(핸드 스케일링) 해 드리고 왔어요. 원룸 오피스텔 환자용 침대에 누워 계세요. 벌써 몇 년 되셨는데 2년전부터 급격히 악화되셔서 힘든 간병을 하고 계시죠. 어머님에 대한 사랑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극진하신 신부님입니다. 

 

내일 주일은 여주 라파엘의 집에 진료가요. 주말과 주일에도 하느님께서 주신 저의 달란트를 누군가를 위해 나눌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네요. 이제 신부님은 기상할 시간에 저는 오늘을 마감하며,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서야할 내일 진료를 위해 잠들려 합니다.”-

 

세상 한복판에서 수행자요 구도자처럼 성인다운 삶을 살아가는 어느 치과의사의 일화입니다. 이분이 보낸 어제 메시지도 잊지 못합니다.

 

-“저도 개원하고 27-8년 동안 넘도록 제대로 휴가를 간적이 없네요. 오래 전 여름 휴가 시즌에 진료차 오셨던 젊은 수사님 두분이 ‘원장님은 휴가 안가세요?’ 라고 묻기에 제가 ‘천국에서 세상으로 휴가를 왔는데 무슨 휴가를 또 갑니까?’라고 했더니 무척 놀라는 표정을 짓더군요. 사실 그때는 약간 놀리노라 그랬는데...”-

 

천국에서 세상으로 휴가 나온 삶이라 하니 진리같은 유머가 참 기발하고 놀랍습니다. 문득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읽을 때 마다 늘 새롭고 좋아 다시 인용하여 나눕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성인들처럼 아름다운 세상 살라고 천국에서 세상 휴가 나온, 소풍 나온 우리들입니다. 과연 세상 휴가 끝내는 날,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겠는지요. 각자 성인이 되라고 불림 받은 우리들이요 세상에 파견된 우리들입니다. 비상한 성인이 아니라 주님을 닮은 각자 고유의 참나의 성인입니다. 

 

그러니 이런 성인이 되는 것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우리 각자의 거룩한 의무요 책임이요 권리입니다. 참행복도 참기쁨도 참자유도 참평화도 성인이 될 때 있습니다. 그래서 믿은 이들 삶의 여정은 날로 하느님을 닮아 성인이 되어 가는 하닮의 여정, 또는 날로 예수님을 닮아 성인이 되어 가는 예닮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 성인이 될 수 있고 되어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이유에 의미요 보람입니다.

 

우리 인간에 대한 주님의 신뢰와 기대는 얼마나 간절하고 원대한지요! 우리만 하느님을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십니다. 당신의 사람, 모세를 통해, 또 예수님을 통해 당신의 속내를 드러내신 하느님이십니다. 말 그대로 하느님의 간절한 소망이자 우리의 평생과제는 거룩한 사람, 완전한 사람,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요 한마디로 성인이 되는 것입니다.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19,2)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5,48)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가6,36).

 

바로 이것이 하느님의 우리에 대한 소망이요 우리에게 주어진 참으로 중요하고 본질적인 평생과제입니다. 거룩한 사람이, 완전한 사람이, 자비로운 사람이 즉 성인이 되는 것은 막연하거나 추상적이지 않습니다. 아주 구체적이요 현실적입니다. 

 

모세는 하느님을 닮은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시며, 동족의 잘못을 서슴없이 꾸짖어야 하며, 동포에 앙갚음하거나 앙심을 품지 말라 하시며 결정적 결론 같은 말씀을 주십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나는 주님이다.”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은 이웃을 내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나는 주님이다” 도장을 찍듯한 말씀이 이웃 사랑이 주님의 명령임을 확실히 드러냅니다. 사랑밖엔 길이 없습니다. 이웃을 내 자신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거룩한 사람, 완전한 사람, 자비로운 사람, 아름다운 사람, 성인입니다. 

 

은총과 더불어 평생 분투의 노력과 훈련을 다해야 하는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새삼스레 깨닫는 사실은 사랑 역시 항구하고 한결같은 훈련이란 것입니다.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속내도 똑같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로 포문을 열 듯 구체적 사랑 실천을 명령하시는 주님이십니다.

 

1.“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져 돌려 대어라.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누가 천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

 

보복의 악순환을 끊어버리는 사랑이요 악을 완전히 무장해제 시켜버리는 사랑입니다. 이것은 비겁한 무저항의 사랑이 아니라 하느님 사랑으로 무장한 적극적 사랑의 저항입니다. 참으로 내적으로 강한 용기 있는 사랑의 사람들입니다. 이런 영웅적 사랑의 실천 역시 의식적 훈련입니다.

 

2.“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주신다.”

 

이런 공평무사하신, 대자대비하신 주님을 닮아 완전한 사람, 자비로운 사람, 성인이, 참 아름다운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좋아하라’ 하신 것이 아니라 ‘사랑하라’ 하셨습니다. 좋아하기는 힘들어도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싫어도 하느님을 닮은 마음은 연민의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 사랑을 닮은 아가페 사랑입니다. 

 

내 눈에 원수와 박해자이지 그만의 고통도 있을 것이며 하느님만이 아시는 그만의 까닭이 있을 것이기에 깊은 연민의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이래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하십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폭포수 같이 쏟아지는 말씀이 우리의 말문을 완전 닫아 버립니다.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 그리고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 그런 것은 다른 민족들도 한다.”

 

바로 이것이 바리사이들이나 율법학자들의 의로움을 능가하는 우리들의 의로움입니다. 동문이나 동호회 사랑같은 유유상종의 끼리끼리 사랑을 완전히 넘어서라는 주님의 참 강력한 말씀입니다. 이래야 편애와 차별이 없는 완전한 사랑, 완전한 의로움, 보편적 사랑, 깨어 있는 사랑, 용기있는 사랑, 부단한 자기초월의 사랑입니다. 이 또한 의식적 훈련의 사랑이겠습니다. 

 

이런 사랑 실천의 자리는 바로 우리가 몸담아 살고 있는 그리스도 중심의 공동체입니다. 놀랍게도 이런 공동체는 하느님의 성전이기도 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우리에게는 깊은 가르침이자 깨우침이 됩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것을 모릅니까? 누구든지 하느님의 성전을 파괴하면 하느님께서도 그자를 파멸시키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성전은 거룩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하느님의 성전 공동체에 속한 사람 하나하나의 형제자매들이니 이들을 소중히 여겨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이들중 하나라도 파괴하거나 다치게 하는 자는 본의 아니게 하느님의 성전을 파괴하거나 다치게 하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그리스도 중심, 하느님 중심의 공동체임을 환기시킵니다. 

 

“아무도 인간을 두고 자랑해서는 안됩니다. 사실 모든 것이 다 여러분의 것입니다. 바오로도 아폴로도 케파도, 세상도 생명도 죽음도, 현재도 미래도 다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입니다.”

 

거룩한 성전 공동체에 속한 우리들이요 공동체의 중심인 그리스도께, 하느님께 날로 깊이 뿌리 내려가는 우리의 사랑입니다. 바로 이런 사랑의 샘인 주님으로부터 샘솟는 사랑이 밑빠진 독에 물붓듯 끊임없는 아가페 사랑의 실천을 가능하게 합니다. 참으로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거룩한 성전 공동체로 날로 성장 성숙하게 하시고 우리 모두 날로 당신 사랑을 닮아 거룩한 사람, 완전한 사람, 자비로운 사람, 즉 아름다운 성인이 되게 하십니다.

 

“주님은 자비롭고 너그러우시며, 

 분노에는 더디시나 자애는 넘치시네.”(시편103,8).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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