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3.25.토요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이사7,10-14;8,10ㄷ 히브10,4-10 루카1,26-38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

-사랑과 겸손, 경청과 순종, 찬미와 감사-

 

 

 

가톨릭 교회의 전례가 참 고맙고 절묘합니다. 이 또한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입니다. 교회의 전례를 통해서 참으로 디테일에 강한 하느님의 사랑이 잘 드러납니다. 사랑할 때 아름답습니다. 전례의 아름다움은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광야의 사순시기, 올해 사순 제4주간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기쁨의 축제들로 가득합니다. 

 

기쁨의 장미주일에 이어 월요일은 성 요셉 대축일, 화요일은 사부 성 베네딕도 별세 축일, 그리고 오늘 토요일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특히 매해 광야의 사순시기에 맞이하게 되는 성 요셉 대축일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의 선물이 참 고맙습니다. 벌써 만개滿開하기 시작한 온갖 봄꽃들이 대축일을 경축하며 이미 부활의 기쁨을 앞당겨 선물하기 시작했습니다.

 

매해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강론을 준비하며 늘 영문 주석을 읽을 때 마다 주석 앞부분 말씀이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인도의 시성, 기탄잘리의 시인, 우리나라를 “동방의 등불”이라 격찬했던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861-1941)'가 한 말입니다. 

 

“모든 아기의 탄생은 하느님께서 세상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희망의 표지이다.”

 

그러니 모든 아기의 탄생은, 특히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을 통해 태어나게 될 그리스도 예수님은 얼마나 큰 축복의 선물인지 깨닫습니다. 그대로 제1독서 이사야서의 예언의 실현입니다.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함께 계시다라는 뜻의 “임마누엘” 이름은 얼마나 멋지고 은혜로운지요! 비단 예수님뿐 아니라 우리 하나하나가 또 하나의 임마누엘입니다. 하느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타고르의 말씀과 오버랩되어 얼마전 읽은 기사 내용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세계 최저 출산율 0.78 시대! 가임기 여성 한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숫자가 0.78명이라는 것이다. 외국인 유입이 없이 인구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합계 출산율이 2.1명을 넘어야 한다. OECD 가입 국가 중 합계 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모든 아기의 탄생은 하느님께서 세상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희망의 표지인데 웬지 불길한 느낌을 주는 한국의 현실입니다. 아이들 보기 참 힘든 시절입니다. 저의 1970년대 초등학교 교사시절 80-90명의 참 다양한 한반 아이들이 함께 즐거이 뛰놀던 모습이 이제는 아득한 꿈처럼 생각됩니다. 불암사 개 선재가 아침 일찍 수도원을 방문하여 수도원 동생 개들 다섯을 만날 때 반갑게 뛰노는 모습이 역시 함께 뛰어 노는 아이들의 기쁨을 연상케 하니 더욱 아이들이 그리운 시절입니다.

 

예전 학교나 마을은 언제든 아이들 노는 소리로 왁자지껄했습니다. 이젠 학교 운동장도 마을도 아이들 소리 들어보기 힘든 텅 빈 침묵의 무덤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들 대신 등장한 무수한 애완견, 반려견들의 기이한 병리적 현상이 편만한 뭔가 이상한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마침 일제 치하에서 신음하던 조선을 위해 1929년에 동아일보에 기고했던 인도의 시성 타고르의 “동방의 등불”이란 시가 좋아 오늘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선물로 나누고 싶습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마음에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스럽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은 곳,

 진실의 깊은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

 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 벌리는 곳,

 무한히 퍼져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 

 그러한 자유의 천당으로 나의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다시 깨어나소서.”

 

참 고무적이고 위로가 되는 시요 우리를 참으로 분발케 하는 내용들로 가득합니다. “다시 깨어나” 오늘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 주님께서 주시는 가르침을 배우고 싶습니다. 

 

첫째, 하느님의 사랑과 겸손을 배웁니다.

참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복음입니다. 하느님 친히 주도권을 잡으시고 그 존엄하신 분이 이름도 없는 나자렛 고을의 마리아를 당신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찾아 나서는 겸손이 감동입니다. 말그대로 사랑의 겸손입니다. 

 

참으로 눈밝으신 사랑의 하느님이시기에 그 촌구석에 있는 마리아를 눈여겨 보신 것입니다. 그러니 절대 누구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좌절할 것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눈여겨 주목하시다 때가 되면 개입하셔서 큰 도움을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를 찾아냈을 때 하느님의 기쁨은 얼마나 컸겠는지요! 바로 다음 인사말이 이를 입증합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감격에 벅찬 하느님의 환호소리처럼 들립니다. 바로 이 말씀은 제가 고백성사시 보속 처방전으로 자주 써드리는 말씀입니다. 언젠가 이 처방을 받았을 때 “보속補贖이 아니라 보물寶物입니다!” 환호하던 어느 수녀님의 기뻐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연거푸 하느님의 사랑을 전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참으로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 그리고 하느님의 총애를 받는 것은 믿는 이들 누구나의 깊은 영적 소망일 것입니다.

 

둘째, 마리아의 경청과 순종을 배웁니다.

주님 천사의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마음에 담아두고 생각하는 마리아의 침묵과 경청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마음의 귀를, 마음의 눈을 활짝 열고 주님께 온전히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도 혼자 일방적으로는 일을 못하십니다. 상대방 인간의 협력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십니다. 이어지는 마리아의 경청의 겸손한 믿음에 마음이 놓이신 주님은 당신 속내를 다 드러내십니다. 이 또한 모험입니다만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한없이 사랑하시고 신뢰하신 것입니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이어 하느님은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당신 속내를 완전히 다 밝히십니다. 그처럼 마리아를 사랑하고 신뢰하셨던 것입니다. 시종일관 겸손히 침묵중에 경청하던 마리아의 “예스(YES)”의 순종의 응답입니다. 말그대로 사랑의 순종, 믿음의 순종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한번으로 끝난 믿음의 순종이 아닙니다. 시종여일, 늘 아드님과 함께 하시며 믿음의 순종으로 일관하신 영원한 “예스맨(YES-MAM))”성모님이십니다. 참으로 위대한 믿음은 끝까지 순종하며 책임을 다하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아드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셔서 죽으실 마지막 순간까지 온전히 함께 하시며 책임을 다하신 마리아 성모님이셨습니다. 

 

부전자전이란 말도 있지만 저는 모전자전이라는 말마디가 더 적절하다 생각됩니다. 제2독서 히브리서 아드님의 고백은 그대로 마리아 성모님의 고백을 닮았습니다. 

 

“보십시오, 하느님! 두루마리에 저에 관하여 기록된 대로,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

 

이게 바로 예수님뿐 아니라 우리 삶의 존재이유입니다. 주님의 뜻을 이루러 온 우리 인생이라는 것입니다. 과연 나에게 주님의 뜻은 무엇이며 주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사랑의 순종, 믿음의 순종을 다한 삶이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셋째, 우리의 찬미와 감사의 응답입니다.

우리는 오늘 하느님으로부터 사랑과 겸손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마리아 성모님으로부터 경청과 순종의 믿음을 배웠습니다. 이에 대한 우리의 당연스럽고 자연스런 응답이 찬미와 감사입니다. 찬미와 감사와 더불어 저절로 주님의 사랑과 겸손을, 마리아 성모님으로부터 경청과 순종을 배우게 됩니다. 알렐루야 찬미로 살다가, 아멘 감사로 마치는 인생이라면 얼마나 아름답겠는지요! 

 

삶은 선물입니다. 참 좋은 최고의 선물이 예수님이요 마리아 성모님입니다. 아니 우리 하나하나 역시 임마누엘 하느님의 귀한 선물입니다. 그러니 한결같이 주님의 사랑과 겸손, 마리아 성모님의 경청과 순종을 배우고, 찬미와 감사의 응답의 삶에 충실하도록 합시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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