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5.성주간 수요일 이사50,4-9ㄴ 마태26,14-25
배움의 여정
-우리는 모두 주님의 제자들이다-
한밤중 밤1시 기상하여 "자비의 집" 숙소문을 열고 나서니 반가운 봄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요즘 들어 온갖 파스카의 봄꽃들이 만발한데 봄비가 내리면 이어 신록의 기쁨으로 빛나는 파스카의 계절, 부활시기가 펼쳐질 것입니다. 봄비하면 즉시 떠오르는, 참 자주 인용했던 “내 딸아이 하나 있다면”이란 짧은 자작시입니다.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봄비!
하늘 은총
내 딸 아이 하나 있다면
이름은
무조건 봄비로 하겠다”-2005.4
무려 18년전 시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같은 심정입니다. 이어 “예수님은 봄이다”라는 24년전에 쓴 시도 생각납니다.
“예수님은 봄이다
봄은 사랑이다
봄은 생명이다
봄이 입맞춘 자리마다
환한 꽃들
피어나고
봄의 숨결 닿은 자리마다
푸른 싹들
돋아난다
예수님은 봄이다
봄은 사랑이다
봄은 생명이다”-1999.4
주님께서 선물하신 파스카의 봄 역시 저에겐 스승입니다. 눈만 열리면 곳곳에서 발견하는 삶의 스승들입니다. 선물임과 동시에 스승입니다. 눈이 닫혀 스승이 없다 탄식하는 것입니다. “저에게 가장 큰 스승은 여기 수도공동체입니다” 고백이 지금도 여전히 저에겐 유효합니다.
나이 불문하고 배움에는 위아래가 없습니다. 배움의 자세에 침묵과 경청, 겸손이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사실 겸손히 마음을 열어야 배웁니다. 평생 배움터의 인생학교에서 경청과 겸손은 필수입니다. 며칠전 컴퓨터 복구작업에 성공한 안토니오 후배 수사도 저에겐 스승이었고 공동대화란에 올린 격찬의 메시지와 답신이 생각납니다.
-“안토니오 수사님, 컴퓨터에 도사이자 천재입니다! 제 컴퓨터 복구에 성공했고 많이 감사했습니다.”
“컴맹입니다. 강론때 이야기하시는 거는 아니죠? 제 이야기는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에 일어나 강론을 쓰시는 프란치스코 신부님을 향한 하느님의 배려이십니다.”-
주고 받은 덕담에 행복했고, 수도공동체 스승에 감사했습니다. 예수님과 우리 사부 성 베네딕도도 배움에 대해 역설하십니다. 사실 배움의 여정에 우리는 언제나 초보자일뿐입니다. 평생 훈련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만 평생 배움도 얼마나 중요한지요! 기도도 사랑도 겸손도 섬김도...도대체 모든 수행이 훈련이자 배움임을 깨닫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마태11,29)
친히 제자들인 우리에게 주시는 스승 예수님 말씀입니다. 사부 성 베네딕도의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을 섬기는 학원을 설립해야 하겠다. 우리는 이것을 설립하는데 거칠고 힘든 것은 아무것도 제정하기를 결코 원치 않는다.”(성규,머리45-46)
우리가 주님의 학원에서 섬김을 배워야 할 평생 스승은 그리스도 예수님뿐입니다. 다음 복음 말씀이 이를 분명히 합니다.
“그러나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그리고 너희는 선생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선생님은 그리스도 한 분 뿐이시다.”(마태23,8.10)
얼마나 좋습니까? 얼마나 감사합니다? 평생 보고 배울 스승이자 선생님인 예수 그리스도를 모시고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여기에다 스승 예수님은 서로 사랑하면 당신의 제자이자 친구가 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스승이자 친구인 예수님! 얼마나 멋집니까? 얼마나 행복한 우리들입니까? 제 좌우명 기도중 제가 참으로 좋아하는 대목도 다시 나누고 싶습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주님의 집인 수도원에서
주님의 전사로, 주님의 학인으로, 주님의 형제로 살았습니다.
끊임없이 이기적인 나와 싸우는 주님의 전사로,
끊임없이 말씀을 배우고 실천하는 주님의 학인으로,
끊임없이 수도가정에서 주님의 형제로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받으소서.”
그러니 주님의 집 공동체는 전우애, 학우애, 형제애가 조화된 아름다운 공동체입니다. 제대가 없는 평생 현역의 영적 전우들이요, 졸업이 없는 평생 학우들이요 평생 함께 살아가는 형제들입니다. 이중 오늘 강조되는 부분이 주님의 학인이, 제자가 되어 배우는 신분입니다.
평생 배움의 여정중인 우리 믿는 이들입니다. 도대체 보고 배울 것은 끝이 없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사랑도 믿음도 희망도 평화도 기쁨도 감사도 섬김도 겸손도 침묵도 경청도 기도도 모두가 배워야 하는 수행들입니다. 아무리 배워도 영원한 초보자인 우리들입니다.
새삼 평생학인의 배움의 자세에 경청과 겸손, 샘솟는 열정과 순수가 얼마나 결정적으로 중요한지 회개하는 마음이 됩니다. 이런 이들이 참 매력적인 아름다운 참 사람입니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오늘 말씀을 대하면 그 이해가 확연해 집니다. 이사야서 주님의 종이 그 모범이요 우리는 그에게서 예수님을 봅니다.
“주 하느님께서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말로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그분께서는 아침마다 일깨워 주신다. 내 귀를 일깨워 주시어, 내가 제자들처럼 듣게 하신다. 주 하느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는다.”
이런 경청과 겸손의 주님의 종이, 주님의 제자가 되어 살 때 저절로 내적 확신에서 터져 나오는 고백입니다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 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나를 의롭다 하시는 분께서 가까이 계시는데, 누가 나에게 대적하려는가? 우리 함께 나서 보자. 누가 나의 소송 상대인가? 내게 다가와 보아라. 보라,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는데 나를 단죄하는 자 누구인가?”
그대로 예수님의 모습이요 우리가 소망하는 주님 제자로서의 참으로 자존감 높은 당당함이요 겸손함입니다. 이래야 열등감이나 우월감에서 벗어나 자유롭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종으로서 한결같이 충실하셨기에 만인의 스승이 되신 예수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의 종으로서 빛나는 예수님의 의연함과 당당함이 이를 입증합니다.
-예수님은 파스카 식탁에서 제자됨의 신원을 다시 확인시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 넘길 것이다.”
제자들은 몹시 근심하며 전전긍긍 저마다 주님께 묻습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예수님의 결정적 말씀에 이어 예수님과 당신을 팔아넘길 배반자 유다와의 대화입니다.
“사람의 아들은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
이에 대해 배반자 유다는 불안에 가득한 마음으로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 묻자 예수님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하고 화두같은 대답을 주십니다.-
이때라도 회개했어야 하는데 유다는 그 기회를 놓쳤고 결코 자기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평소 제자로서 스승이신 주님께 대한 경청과 겸손, 신뢰와 순종의 훈련과 배움이 참으로 부족했기에 이런 불행을 자초한 유다가 주님을 추종하는 우리 제자들에게는 시공을 초월하여 반면교사가 됩니다. 누구나의 가능성이 배반자 유다입니다. 오늘 하루도 주님의 제자직에 한결같이 충실할 수 있도록 이 거룩한 미사중 주님의 도움을 청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