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25.화요일 성 마르코 복음 사가 축일 1베드5,5ㄴ-14 마르16,15-20ㄴ
복음 선포의 삶
-“주님의 복음 선포자, 주님의 전사, 믿음의 전사”-
“주님, 당신 자애를 영원히 노래하오리다.
제 입은 당신의 진실을 대대로 전하오리다.”(시편89,2)
오늘은 성 마르코 복음 사가 축일입니다. 그는 사도 베드로의 제자였으며 성 베드로는 오늘 제1독서 베드로 1서에서도 그를 애정 깊게 ‘나의 아들 마르코’(1베드5,13)라고 언급합니다. 전승에 의하면 그는 사도 베드로에게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합니다.
성 마르코는 60-70년 사이에 이방인 출신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주로 사도 베드로의 가르침을 기초로 하여 처음으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복음서를 쓴 것으로 전해집니다. 알렉산드리아의 글레멘스나 리옹의 주교 이레네오는 성 마르코를 사도 성 베드로의 통역관으로 성 베드로의 순교 이후 복음서를 썼다고 전합니다.
교회 전승에 의하면 성 마르코는 성 베드로에 의해 이집트로 파견되어 그곳에 처음으로 복음을 전함으로 알렉산드리아에 교회를 세우고 초대 주교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신자들과 함께 부활절 미사를 드리던 도중 이교도들의 습격을 받아 붙잡혀 밧줄에 목이 묶인채 거리를 끌려다니다가 순교했다고 전해집니다.
그의 상징으로 날개 달린 사자가 주로 등장하는데 그의 복음서를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로 시작하자 예술적으로 그 소리를 포효하는 사자와 비교하면서 생겼다고 합니다. 바로 오늘 마르꼬 복음서의 저자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였습니다. 오늘 마르코 복음 후반부 말씀을 통해 부활하신 주님은 당대의 제자들은 물론 시공을 초월하여 예외없이 우리 모두에게 복음 선포의 사명을 부여합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복음의 골자는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이요 복음 선포에 대한 반응은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받아 들이는 결단입니다. 복음 선포에 앞서 우리 자신의 믿음을 뒤돌아 보게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늘 새로운 결단으로 선택하는 믿음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믿음은 선택의 결단임과 동시에 은총임을 깨닫게 됩니다.
믿는 이들의 삶은 기적입니다. 우연이 아닌 섭리의 삶이 펼쳐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친히 복음선포의 삶을 통해 믿는 이들에게 일어나는 기적을 다섯가지 현상들로(구마이적, 언어이적, 독사이적, 치유이적, 음독이적) 소개합니다. 비단 이뿐만 아니라 알게 모르게 우리 믿는 이들의 삶은 기적의 연속임을 깨닫습니다. 복음의 마지막 대목이 기적의 정체를 밝혀 줍니다.
‘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다음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 제자들은 떠나가서 곳곳에 복음을 선포하였다. 주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일하시면서 표징들이 뒤따르게 하시어, 그들이 전하는 말씀을 확증해 주셨다.’
하느님 오른쪽에 계시면서 동시에 늘 우리와 함께 일하시면서 표징이 뒤따르게 하시는 초월과 내재의 부활하신 파스카 예수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얼마나 위로와 격려가 되는 진리인지요! 시공을 초월하여 여전히 초월과 내재의 주님으로서 지금도 우리와 함께 일하시는 주님이십니다.
복음 선포의 양상은 다 다릅니다. 바로 믿는 이들은 누구나 그 삶의 자리가 세상의 중심이자 복음 선포의 현장입니다. 평생 늘 거기 그 자리의 수도원에서 정주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요셉수도원은 환대를 통한 복음 선포의 선교라 말하기도 합니다. 저 또한 인터넷을 통해 날마다 강론을 나눔으로 전 세계에 복음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캐나다에서 51년동안 살다가 잠시 수도원에 피정중인 노부부의 이야기도 감동스러웠습니다. 캐나다 해밀턴에서 수년 동안 굿뉴스를 통해 제 강론을 매일 읽었고 이번 12년만의 한국 방문때 수도원을 찾았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어느 치과의사와 하루 일과가 끝나고 12:30분쯤 받은 카톡메시지에 대해 황매화꽃과 더불어 주고 받은 내용입니다.
-“오늘 참 수고많으셨습니다. 형제님의 일터인 치과병원이야말로 생업의 현장이자 복음선포의 현장이요 영적전투의 현장이네요. 늘 거기 그 자리의 느티나무처럼 한결같은 정주 삶의 현장이기도 하구요. 황매화꽃 위로의 축복인사 받으시고 이밤도 주님 사랑의 품 안에서 편히 쉬세요. 사랑하는 형제님! 형제님 취침시간에 저는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네요. 주님의 전사로서!”
“예, 감사합니다. 편히 푹 잘 듯 하네요.”-
오늘 복음이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를 향한 복음 선포의 명령이라면, 제1독서에서 예수님의 수제자인 베드로는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복음 선포의 구체적 지침을 주십니다. 흡사 생생한 영적전쟁의 상황임을 연상케 합니다. 예나 이제나 믿는 이들의 삶은 영적전쟁의 삶임을 통절히 깨닫습니다.
복음 선포의 책임과 사명을 부여 받은 우리 믿는 이들은 죽어야 끝나는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전사들, 믿음의 전사들이라는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가 가르쳐 주는 바, 주님의 전사, 믿음의 전사로서 주님의 은총 안에서 굳건히 서 있으면서 복음 선포의 삶을 위한 필수적 요소 둘이 바로 겸손과 깨어 있음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겸손의 옷을 입고 서로 대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교만한 자들을 대적하시고 겸손한 이들에게 은총을 베푸십니다. 하느님의 강한 손 아래에서 자신을 낮추십시오. 때가 되면 그분께서 여러분을 높이실 것입니다. 여러분의 모든 걱정을 그분께 맡기십시오. 그분께서 여러분을 돌보십니다.”(1베드5,5ㄴ-7)
참 좋은 겸손입니다. 참된 복음 선포의 일꾼에게, 전사에게 우선적 자질이 겸손임을 깨닫습니다. 겸손의 선택과 은총, 훈련, 습관화로 주님의 겸손의 전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어지는 깨어 있음에 대한 강조입니다. 매주간 화요일 끝기도 때마다 나오는 성구입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깨어 있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의 적대자 악마가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누구를 삼킬까 하고 찾아 돌아다닙니다. 여러분의 믿음을 굳건히 하여 악마에게 대항 하십시오. 온 세상에 퍼져 있는 여러분의 형제들도 고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각자 삶의 자리가 복음 선포의 현장이자 치열한 영적전투의 자리입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초월과 내재의 부활하신 파스카 예수님께서 늘 함께 하시며 도와 주십니다.
오늘은 34년째 요셉수도원에 정주중인, 농장 책임과 순대방 책임을 맡은, 주님의 믿음의 용사 마르코 수사님의 영명축일이기도 합니다. 1990년대 초에는 이때 목련꽃이 만발했는데 지금은 한달 가량 빨리 폈다 지니 봄이 그처럼 짧아진 것입니다. 또 오늘 11년전쯤 왜관수도원에서 부임하여 살던 안토니오 수사가 잠시 자리를 바꿔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뉴튼수도원에 파견됩니다.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우리 모두 하루하루 날마다 복음 선포의 삶에 충실할 수 있도록, 또 주님의 전사로서 영적승리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이 거룩한 미사축제중 주님의 자비를 청합시다.
“행복하여라, 축제의 기쁨을 아는 백성!
주님, 그들은 당신 얼굴 빛 속을 걷나이다.”(시편89,16).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