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기도 -기도가 답이다-2023.6.22.연중 제11주간 목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un 2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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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6.22.연중 제11주간 목요일                                                               2코린11,1-11 마태6,7-15

 

 

 

주님의 기도

-기도가 답이다-

 

 

 

"새벽부터 자비를 베푸시어,

 우리 한생 즐겁게 하소서."(시편90,14)

 

저는 책을 참 좋아합니다. 사랑합니다. 책읽기는 저에겐 밥먹는 것과 같고 숨쉬는 것과 같습니다. 새책만 보면 설레는 마음에 욕심도 사라지고 마냥 행복해집니다. 한때는 바둑이 그러했습니다. 날마다 삶의 새책 첫쪽을 열 듯이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바로 기도의 은총입니다. 정말 잘 읽어야 할 책은 삶의 책입니다. 이래서 내 삶의 성서 렉시오 디비나, 성독이 중요하다 강조하는 것입니다.

 

사랑만 아니라 기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기도가 답입니다. 기도밖엔 길이 없습니다. 사랑엔 영원히 초보자이듯 기도에도 바로 그러합니다. 기도는 사랑입니다. 기도는 테크닉이 아니라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잘하는 비법은 따로 없습니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기도도 깊어집니다.

 

진리는 반복해 읽어도 들어도 늘 새롭습니다. 성서가, 고전이 그렇고 좋은 시나 강론이 그렇습니다. 베네딕도 규칙이 바로 그러합니다. 새벽 일어나 강론을 준비하고자 베네딕도 규칙을 펼치는 순간 주옥같은 말씀들이 처음 만나는 듯 반가웠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과 그분의 천사들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시편을 외울 때는 우리의 마음이 우리 목소리와 조화되도록 할 것이다.”(성규21,6-7).

 

“모든 것에 앞서 모든 것 위에 병든 형제들을 돌보아야 한다. 참으로 그리스도께 하듯이 그들을 섬길 것이니, 이는 그분이 친히 말씀하시기를 ‘내가 병들었을 때 너희는 나를 찾아 주었다’하시고 ‘너희가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다’라고 하셨기 때문이다.”(성규36,1-3)

 

“만물의 주님이신 하느님께는 온갖 겸손과 순결한 경건심으로 간청해야 할 것이다. 많은 말로써가 아니라, 마음의 순결함과 통회의 눈물로써 우리 간청이 들어 허락되는 것임을 알 것이다. 그러므로 기도가 하느님의 은총에서 영감을 받은 열정으로 길어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도는 짧고 순수해야 한다. 모든 이가 모여 있을 때 기도는 짧게 할 것이며,”(성규20,2-5ㄱ)

 

고전중의 고전이 베네딕도 규칙입니다. 1500년전 작품이 오늘 현대인의 감각에도 무리없이 마음에 와 닿아 감동을 줍니다. 이 모두의 답이 기도로 수렴됩니다. 참으로 기도가 모두의 기초임을 깨닫습니다. 기도하는 인간, 바로 인간의 정의입니다. 기도없는 인간 상상할 수 없습니다. 피정지도때 참 많이 강조하는 것도 기도입니다. 우리 수도자의 삶이 기도로써 시작되어 기도로써 끝나듯 피정도 그러합니다.  

 

기도는 공기와 같습니다. 기도를 숨쉬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기도와 삶은 하나입니다. 기도없는 삶은 공허하고 삶이 없는 기도는 맹목이요 광신이 되기 십중팔구입니다. 기도하는 대로 살고 사는 대로 기도합니다. 나중에 남는 얼굴은 기도한 얼굴인가 기도하지 않은 얼굴인가 둘 중 하나입니다. 하느님과 생명의 소통이 사랑입니다. 그러니 이런 기도가 없는 삶은 살아있다 하나 실상 죽어있는 삶입니다. 

 

참으로 살기 위해, 영혼이 살기 위해 기도입니다. 정신건강, 영혼건강, 마음건강을 위한 우선적 수행이 기도입니다. 기도 역시 선택이요 훈련이요 습관입니다. 참으로 기도맛으로 살아갈 때 영육의 건강입니다. 무지와 허무에 대한 답도 기도뿐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기도요 설명하기로 하면 끝이 없습니다. 

 

며칠전 들은 감동적인 일화도 나눕니다. 눈만 열리고 마음만 열리면 늘 새로운 기적의 연속인 삶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젊은 천문학자들 모임에서 결코 “놀라움의 감각(sense of wonder)”을 잊지말라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니 환경에 앞서 기도로 마음을 늘 새롭게 바꿔야 합니다. 제 신심 깊은 60대말 동창 신부에 대한 일화입니다. 34년전 수녀원 입회부터 지금까지 영적아버지로 모시는 어느 수녀님이 들려준 내용입니다. 34년간 두분의 한결같은 영적우정이라니 참 놀라운 기적이요 기도의 힘임을 깨닫습니다.

 

“신부님의 별명은 ‘베들레헴(배둘레햄-배둘레가 햄이라는 아주 배가 나온 비만을 빗댄 말)’이었습니다. 항암 30차례로 끝났고 배는 없어졌고 완치되었습니다. 항암 투병중에도 기쁘게 살면서 본당 소임에 마지막처럼 생각하고 책임을 다했습니다. 배가 없이 마른 분이었다면 벌써 항암치료중에 돌아가셨을 것입니다.”

 

신부님뿐 아니라 이해인 수녀님도 그 혹심한 항암치료를 견뎌내고 완치될 수 있었음도 비만이었다니 하느님의 섭리가 참 오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분에게 비만은 그분들을 살리기위한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의 배렸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두분의 치유에 결정적인 처방약은 기도였음을 깨닫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기도가 그처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기도중의 기도가 오늘 복음의 주님의 기도입니다. 주님의 기도에 앞서 주님의 충고 말씀이 참 적절합니다. 기도는 짧고 순수해야 한다는 베네딕도 성인과 일치합니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 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을 닮지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왜 주님이 다 아시는데 기도합니까? 우리가 아쉬워서, 필요해서, 참으로 살기 위해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기도할 때 하느님께 의존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며 참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말 필요한 것 하나는 하느님 한분 뿐임을 깨닫기 위함입니다.

 

예수님은 당대의 제자들은 물론 후대의 제자들인 우리들에게 당신의 노하우인 당신의 기도를, 주님의 기도를 전수하십니다. 예수님의 단순하고 본질적인 가난과 겸손,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압축 요약된 기도입니다. 전반부 셋은 하느님 중심의 삶을 확고히 하는 수직적 차원의 기도요 후반부 넷은 일상생활에서 본질적 필요로 하는 수평적 차원의 내용들입니다.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홀로 바치는 기도가 아닙니다. 나만의 아버지가 아니라 모두의 아버지입니다. 그러니 모두는 하느님의 자녀들이 되고 서로간에는 형제들이 되니 하나의 인류가족이 형성됩니다. 말그대로 하느님의 자녀들이 바치는 기도요 바로 이 기도가 날로 예수님을 닮아 우리 모두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게 해줍니다. 

 

우선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청원입니다. 하느님께 일방적으로 맡겨드리는 무책임한 기도가 아닙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임하도록, 아버지의 뜻이 이뤄지도록 우리의 분투의 노력을 다한 협조가 필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100% 하느님 손에 달린 듯이 기도하고 100% 나한테 달린 듯이 노력하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마침내 우리 하나하나가 하늘 나라의 실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어지는 넷은 우리의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에 기본적 필수 요소들입니다. 참으로 군더더기 없이, 환상이나 허영없이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살게 하는 위의 체 청원과 후반부의 네 청원입니다.

 

바로 “1.일용할 양식, 2.잘못의 용서, 3.유혹에 빠지지 않음, 4.악에서의 구원”이란 네 본질적 청원입니다. 참으로 끊임없이 기도하면서 거품이나 환상은 사라지고 이 넷만 또렷이 남게 됨을 볼 것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간절한 청원과 더불어 우리의 협조가 또 필수입니다.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한, 이웃을 용서하기 위한,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한, 악에서 구원되기 위한 분투의 노력이, 수행이 함께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진인사대천명, 지성이면 감천이라 말마디가 모두 이를 요약한 말마디입니다. 제가 평전을 읽으면서 이들의 천재성을 부러워하면서도 이들이 노력에 천재였다는 사실을 통절히 깨닫습니다. 타고난 천재가 노력에도 천재니 타고난 천재는 아니라도 노력에는 천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대표적인 조선의 대학자 퇴계, 율곡, 다산의 평전을 읽으면서 참 감동했고 많이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그러니 하느님께 참 좋은 반려자가, 협조자가 되자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보시는 것은, 하느님을 감동시키는 것은 우리의 책임에 최선을 다하는, 목숨을 내놓은 헌신적 노력의 모습니다.  “주님의 기도”에 용서가 또 첨가됩니다. 그토록 용서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용서에 앞서 잘못한 형제들의 허물에 대한 용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살기위해서도 용서가 필수입니다. 용서하지 못하면 내가 몹시 불편하고 자유롭지 못합니다. 평화도 기쁨도 없습니다. 마음이 따라가지 못해도 용서의 지향으로 먼저 용서를 던져놓고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체를 모시세요. 때가 되면 은총으로 용서하는 마음이 찾아 옵니다. 

 

기도중의 기도가 주님의 기도입니다. 날로 하느님 중심의 참삶을 살게하고,  하느님 아드님, 예수님을 닮아가면서 본질적 깊이의 참나를 살게하는 기도입니다. 이의 빛나는 모범이 가장 예수님을 닮은 제1독서의 바오로 사도입니다. 감동적인 대목 일부를 나눕니다.

 

“나는 하느님의 열정으로 여러분을 위하여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이 미혹되어 그리스도를 향한 성실하고 순수한 마음을 저버리지 않을까 두렵습니다...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았습니다.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여러분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자제하였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내안에 있는 그리스도의 진리를 걸고 말하는데,... 나의 이런 자랑을 아무도 막지 못할 것입니다...내가 왜 그렇게 하였겠습니까? 내가 여러분을 사랑하지 않아서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아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아십니다!”, 얼마나 깊이 그리스도를, 형제를 사랑하며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과 얼마나 깊은 일치의 관계에 있는지 깨닫습니다. 참으로 주님의 기도를 체화體化한 바오로 사도임이 분명합니다. 

 

성서의 요약이, 모든 기도의 요약이, 예수님의 전삶의 요약이 주님의 기도입니다. 평생 공부해도 여전히 초보자임을 깨닫게 하는 주님의 기도입니다. 주님의 기도와 미사의 관계는 절대적입니다. 주님의 기도의 ‘원(原)자리’는 미사전례중임을 깨닫습니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실현되는 주님의 기도요, 무엇보다 주님의 성체은총이 우리 모두 주님의 기도를, 하늘나라를 살게 하십니다.

 

"하느님 우리 주님 어지심이,

 우리 위에 내리옵소서

 우리 손이 하는 일에 힘을 주소서

 우리 손이 하는 일에 힘을 주소서."(시편90,1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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