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승리의 삶 -“늘 깨어 기도하여라”-2023.12.2.연중 제34주간 토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Dec 0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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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연중 제34주간 토요일                                                       다니7,15-27 루카21,34-36

 

 

영적승리의 삶

-“늘 깨어 기도하여라”-

 

 

"주님은 어지시다, 찬양들 하라,

 당신의 자비는 영원하시다."(시편136,1)

 

새벽독서기도시 시편136장 26절까지 매구절마다 반복되는 "당신의 자비는 영원하시다" 후렴이 참 마음을 상쾌하게 합니다. 참 좋은 주님을 닮아갈수록 자비와 지혜, 온유와 겸손의 삶입니다. 오늘 저녁기도부터는 대망의 대림시기가 시작됩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전례주기이지만 늘 새롭습니다.

 

단조로운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반복, 거룩한 반복, 날로 내적으로 깊어지는 반복입니다. 초겨울을 맞이한 배밭의 배나무들, 초겨울 새벽 밤하늘, 늘 반복하여 봐도 언제나 새롭습니다. 텅빈 허무가 아닌 텅빈 충만의 배밭을 거니는 느낌입니다. 얼마전 써놓은 “정주의 겨울 배나무들” 시는 흡사 대림을 맞이한, 그대로 하느님을 찾는 수도자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 싶습니다. 사실 마음 깊이에서는 모두가 하느님을 찾는 수도자들입니다.

 

-“열매들

나뭇잎들

다 떠나 보내고

본질(本質)의 깊이로 남아

 

동안거(冬安居)에 

들어 간

늘 깨어 기도하는

정주(定住)의 겨울 배나무들

 

희망과 기쁨

인고(忍苦)와  침묵의

겨울

긴 기다림후에

 

꽃피고

푸른잎

파어나는

부활(復活)의 봄, 생명(生命)의 봄이다”-2023.11.27.

 

궁극의 영적승리를 상징하는 부활의 봄, 생명의 봄을 기다리며 희망과 기쁨중에 늘 깨어 기도하는 겨울 정주의 배나무들 같습니다. 언젠가의 궁극적 승리가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하루하루 날마다 죽을 때까지 영적승리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11.29일 입적한 불교계의 전 총무원장이었던 자승 스님의 죽음을 앞두고 썼다는 열반송이 생각납니다.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가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 구나”

 

이런 결론의 삶이라면 웬지 허망, 허탈합니다. 다 사라져도 하느님은 영원하십니다.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은 영원하신 하느님뿐입니다. 하느님께 궁극의 희망을 둘 때 영원한 삶에 샘솟는 기쁨과 평화입니다. 언젠가의 하늘나라가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하늘나라를 사는 것입니다. 궁극의 승리를 앞당겨 희망과 기쁨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영적승리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침묵의 겨울 정주의 배나무들이 주는 가르침이자 깨우침입니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언젠가 써놓은 주님과 함께 할 때의 기쁨을 노래한 시가 생각납니다. 

 

-“햇빛 

  밝은 날은

  햇빛 밝은 날대로

 

  비오는 

  날은 

  비오는 날대로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더운

  날은

  더운 날대로

 

  추운

  날은

  추운 날대로

 

  모든 

  날이 다 좋다

  주님께서 늘 함께 계시기에”-2023.10.21

 

오늘 말씀도 이런 우리를 격려합니다. 오늘 제1독서 다니엘서는 어제 내용의 반복이지만 천사가 다니엘에게 환시의 뜻을 풀어주는 내용으로 하느님의 궁극의 승리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하느님 앞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영원할 것 같은 막강한 세력을 구가하던 바빌론 제국, 메디아 제국, 페르시아 제국, 그리스제국, 로마제국도 사라지고 마침내 하느님의 궁극의 승리입니다. 바로 그리스도의 승리, 그분 나라의 승리입니다. 

 

“그러나 법정이 열리고 그는 통치권을 빼앗겨, 완전히 패망하고 멸망하리라. 나라와 통치권과, 온 천하 나라들의 위력이, 지극히 높으신 분의 거룩한 백성에게 주어지리라. 그들의 나라는 영원한 나라가 되고, 모든 통치자가 그들을 섬기고 복종하리라.”

 

이런 궁극의 승리에 희망을 두고 날마다 이런 영적승리의 삶을 앞당겨 사는 우리들입니다. 제1독서 다니엘서 마지막 대목이 대림을 앞둔 우리에게 용기백배, 힘을 줍니다. 바로 우리가 지극히 높으신 분의 거룩한 백성이요 우리들의 나라, 그리스도의 나라는 영원합니다. 이미 이 나라를 앞당겨 하루하루 영적승리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오늘 복음이 영적승리의 삶의 비결을, 대림시기를 앞둔 우리 삶의 자세를 가르쳐 줍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대림시기를 앞둔 우리 모두에게 주님 친히 주시는 다음 주님의 충고 말씀이 참 고맙습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지지 않게 하여라. 그날을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 닥칠 것이다.”

 

희망을, 길을, 빛을 잃었을 때 방황이요 혼란이요 죄와 병들입니다. 그러니 그날의 불행이 오늘이 되지 않도록, 유비무환, 길이자 진리요 생명이자 빛이신 주님께 희망을 두고, 스스로 조심하여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할 때 날마다 영적승리의 삶이 될 것입니다. 언젠가의 그날, 죽음의 날, 종말의 날이 와도 결코 당황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대림시기 동안 늘 우리 모두 마음에 담고 살아야 할 주님의 다음 말씀입니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21,3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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