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심부름꾼(2015.2.23. 사순 제1주간 월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Feb 2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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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23. 사순 제1주간 월요일                                                                  레위19,1-2.11-18 마태25,31-46


                                                                        사랑의 심부름꾼


위대한 심부름꾼은 주님의 사랑의 심부름꾼입니다. 진정 살 줄 아는 사람입니다. 심부름 잘 하는 사람은 섬기는 일을 잘 하는 사람입니다. 얼마전 읽은 '우리 마을 해결사, 신세대 이장님들'이라는 기사가 참신했습니다.


-'마을 이장' 하면 연륜 많은 어르신이 연상이 되는데 이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2~30대 이장이 속속 등장하면서 젊은이들이 떠나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혼자서 비료포대를 져 나르고, 할아버지 할머니 안마에 민원 해결까지, 젊은 새내기 이장의 활약에 마을 어른들은 요즘 신이 났다.


"마을의 파수꾼으로 어머니 아버지들 다 모시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야죠.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 달 전, 마을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이장에 추대된 경남 산청군 대장마을 37살 정원상 씨의 말이다. 토박이 농사꾼으로 마을현황을 잘 알고 있는 데다 소통 능력이 탁월했던 것이다.


"절을 해주고 싶더라고. 어찌나 고맙던지.“

한 마을 주민의 반응이다.


.산 너머 전남 구례군 피아골의 처녀 이장 29살 김미선 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을 누빈다. 대학 졸업 후 스스로 고향에 돌아와 이웃 간 크고 작은 갈등을 중재한 뒤 주민들의 요청으로 4년째 이장을 맡고 있다. 마을에선 척척박사, 똑순이로 불린다.


"지리산을 신랑 삼고 섬진강을 애인 삼아 살거든요. 그래서 도시로 떠나지 않고 여기서 제 꿈을 펼치기로 한 거고요.“


처녀 이장 김미선씨의 고백이다. 이처럼 전국 각지에서 고향을 지키는 20~30대 이장은 어느새 250명을 웃돌고 있다. 농촌 지역의 급속한 노령화와 귀농 귀촌 현상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되며 톡톡 튀는 신세대 이장들의 등장에 침체된 농촌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바로 이런 현상이 수도회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장상들이 40-50대 한창 심부름 하기에 좋은 연령대에 뽑힌다는 것입니다. 아주 긍정적 현상입니다. 장상은 바로 주님의, 공동체의 심부름꾼이기에 젊고 의욕있고 체력 좋고 똑똑하고 부지런해야 공동체 형제들의 심부름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아랫사람 심부름시키는 장상이 아니라 공동체의 잡다한 일들을 손수 심부름하기에는 아주 적격의 젊은 장상들입니다.


심부름은 비단 장상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공동체 곳곳에는 솔선수범의 사랑의 심부름꾼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런 사랑의 심부름꾼들이 공동체에 활력을 넣어주며 공동체가 원활히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줄 때 비로소 좋은 공동체가 됩니다. 그러니 심부름꾼이 되지는 못할망정 공동체에 짐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보이는 것이 없다.“

바로 광야인생의 특징입니다. 그러나 잘 깊이 들여다 보면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보이는 사람이 희망이자 기쁨입니다. 잘났든 못났든 사람들이 공동체의 살아있는 보물입니다. 모두의 얼굴이 다 다르지만 다 하느님의 모상들이기에 고유의 그 얼굴을 통해 하느님의 얼굴을 봅니다. 


하여 형제들의 얼굴을 바라볼 때 위로와 힘을, 희망과 기쁨을 체험합니다. 이건 제가 수도공동체에서 체험하는 귀한 진리입니다. 자연환경이, 건물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이 없으면 하나 쓸모가 없습니다. 보이는 희망이자 기쁨인 사람을 통해 비로소 보이지 않는 희망이자 기쁨의 원천인 하느님을 만납니다.  


오늘 1독서 중 세 구절이 위대한 심부름꾼의 특징을 말해 줍니다.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너희는 하느님을 경외해야 한다. 나는 주님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나는 주님이다.“

위대한 심부름꾼의 자질에 대한 묘사입니다. 하느님을 섬기고 형제들을 섬기는 경천애인의 사람이 진정 거룩한 사람이요 위대한 주님의 심부름꾼입니다. 오늘 복음 역시 주님은 위대한 사랑의 심부름꾼들에 대해 축복을 선언하십니다. 주고 받는 대화가 생생한 교훈입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주님의 이 말씀이 바로 최후심판의 잣대입니다. 이런 의인들이 진정 주님의 위대한 심부름꾼들입니다. 보이는 것이 없는 게 아니라 이런 곤궁중에 있는 보이는 이런 이들을 통해 하느님을 만납니다. 그러니 이런 곤궁중에 있는 이들이 바로 하느님께 닿아있는 희망과 기쁨의 원천임을 깨닫습니다. 


아, 바로 이런 사랑의 심부름꾼이 건강한 신비주의자입니다. 이래야 자기도취영성의 환상에, 착각에 빠지지 않습니다. 이런 곤궁중에 있는 형제들 하나하나가 주님의 현존이니 이들을 외면해선 희망도 기쁨도 구원도 없습니다. '주님, 저희가 언제-' 묻는 의인들에게 주님은 다음과 같이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바로 오늘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복음 말씀입니다. 주님은 성체에만 현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곤궁한 이들 안에 현존하시니 이들 또한 주님의 살아있는 성체입니다. 주님의 사랑의 심부름꾼이 되어 가장 작은 이들을 돌보라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사랑의 심부름꾼 역할에 충실할 때 비로소 미사의 완성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를 가득 채워 주시어 당신 사랑의 심부름꾼으로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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