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7.수요일 성 안토니오 아빠스(251-356) 기념일
1사무17,32-33.37.40-51 마르3,1-6
평생 현역
-주님의 전사, 믿음의 전사-
“나는 주님의 집에서 푸르른 올리브같이
언제까지나 주님의 자비에 의탁하리라.”(시편52,10)
믿는 이들 누구나의 공통적 신원은 평생 현역의 주님의 전사, 믿음의 전사입니다. 성서와 사막수도자들의 전통은 믿는 이들의 삶을 영적전쟁이라 일컬어 왔습니다. 영적전쟁에 주님의 전사로서 우리 믿는 이들의 신원은 제가 수도사제생활 초창기부터 참 많이 강론 주제로 인용했고 또 앞으로도 계속 인용할 주제입니다.
“신부님, 오늘 아침 강론 중에 살아있을 때 기도와 회개, 공부와 사랑, 찬미와 감사이지 죽으면 모두가 끝이라는 말씀을 깊이깊이 간직하고 곰곰이 묵상하며 오후 5시경 시점에 살고 있는 저도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어제 새벽 수도원 홈페이지에 올린 강론을 보고 즉시 저에게 카톡 메시지를 보낸 70대 후반의 형제입니다. 참으로 하루하루 영원한 현역으로 주님의 전사다운 삶을 사는 형제입니다. 살아 있는 그날까지 영적전투를 치러야 할 우리 믿는 이들입니다.
“영적전투 치열한 하루의 삶이었군요! 오늘 하루 영적승리의 삶을 축하드립니다! 예수님께서도 기뻐하시며 만족해 하십니다.”
하루 치열한 영적전투에 영적승리의 삶을 산 형제에게 예수성심상 사진과 더불어 보낸 위로와 격려의 덕담 메시지입니다. 참으로 주님의 전사, 믿음의 전사로서 최선을 다해 영적승리의 삶을 사는 형제자매들의 삶이 참 고귀하고 거룩하고 아름답습니다.
제 경우는 날마다 밤 12:30분쯤 일어나 영적전투에 돌입한후 하루를 마감하는 끝기도후 오후 8:30분 잠자리에 들 때가 하루중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하루의 영적전쟁을 끝난후의 휴식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끝기도시 독서도 기도도 참 적절하여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깨어 있으십시오. 여러분의 원수인 악마가 으르렁대는 사자처럼 먹이를 찾아 돌아다닙니다.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악마를 대적하십시오,”(1베드5,8-9ㄱ)
역시 불퇴전의 주님의 전사, 베드로 사도가 영적전쟁중인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격려 말씀입니다. 이어지는 참 아름다운 마침기도후 잠깨어 일어나 강론을 쓰며 새롭게 시작하는 하루입니다.
“주님, 자비로이 이 밤을 비추어 주시고, 밝아오는 아침에 당신 이름으로 다시 일어나, 건강한 몸과 기쁜 마음으로 새날 빛을 볼 수 있도록, 오늘 평화 속에 쉬게 하소서,”
영원한 빛이신 그리스도의 빛속에 시작된 새날입니다. 오늘은 사막수도자들의 아버지요 영적전투의 달인이자 주님의 전사인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입니다. 105세까지 장수를 누리셨으니 아마 성인중 가장 장수한 분임에 속할 것입니다. 그 치열한 영적전투에 주님의 전사로 빛나는 공훈을 세우며 장수했다는 사실이 참 불가사의입니다.
이분에 대한 성 아타나시오 주교의 저서인 ‘성 안토니오의 생애’는 수도자들의 교과서와도 같았습니다. 그분을 회심으로 이끈 말씀에 즉각 순종으로 응답한 성인의 삶이 신선한 충격입니다. 복음의 부자청년은 실패했지만 안토니오는 곧장 실행으로 옮김으로 성공합니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태19,21)
성 안토니오가 우유부단한 수도자들에게 주는 깨우침이 참 큽니다. 이어 삶의 지혜가 가득 담긴 마르지 않는 샘같은 ‘사막교부들의 금언집’ 중에는 늘 읽어도 늘 새로운 안토니오 아빠스에 관한 주옥같은 일화도 참 많습니다. 그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1.“사막에 살던 거룩한 안토니오 압바가 ‘권태accidie’에 사로잡혀 있었고, 무수한 죄스런 생각들에 공격을 받던중 기도합니다. ‘주님, 저는 구원받고자 하나 이런 나쁜 생각들이 저를 홀로 놔두지 않습니다. 저는 이 고통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요?’
잠시후 일어나 나가려했을 때 안토니오는 자기와 똑같은 사람이 앉아 일하다가 일어나 기도하고 그 다음 앉아서 밧줄을 꼬고 그 다음 일어나 다시 기도하는 것을 보았다. 그분은 바로 안토니오를 교정하고 격려하고자 보낸 주님의 천사였다. 그는 천사의 말을 들었다. ‘이대로 하라, 그러면 너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그러자 안토니오는 기쁨과 용기로 가득차서 이대로 행하였고 구원을 받았다.”
일상의 궤도에 충실함이 구원의 첩경이라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귀한 진리를 보여줍니다.
2.“성인은 또 말합니다. ‘유혹을 체험하지 않은 자는 그 누구도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 유혹없이는 어느 누구도 구원받을 수 없다.’”
그러니 유혹을 없게 해달라 기도할 것이 아니라, 유혹에 빠지지 않고 유혹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입니다.
3.“안토니오 압바는 악마들이 세상 곳곳에 쳐놓은 무수한 덫을 보며 ‘무엇이 이 덫들을 통과하게 할 수 있나?’ 탄식합니다. 그때 들려온 음성입니다.
‘겸손(Humility)’”.
참으로 모든 덕의 어머니인 겸손을 지닌자만이 악마의 덫을 벗어날 수 있음을 봅니다. 말그대로 ‘겸자무적(謙者無敵)’입니다.
4.“압바는 말합니다. ‘어떤 이들을 금욕생활로 자기 몸을 괴롭히고 있는데 이들은 바로 분별(discernment)이 결핍되어 있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떠나 있다.’”
새삼 영성생활에 분별의 지혜가 얼마나 필수 덕목인지 깨닫게 됩니다.
5.“해마다 세 제자들이 안토니오 압바를 찾아 토론도 하며 자기 생각을 펼쳤는데 그중 하나만은 언제나 침묵을 지켰고 자기에 관해서도 일체 함구할뿐이라 안토니오 압바가 물었을 때 다음 그 제자의 답변입니다.
‘사부님, 저에게는 당신만을 뵙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It is enough for me to see you, Father)’.
문득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의 일화도 생각납니다. 무엇이 부족한가 물을 때 마다 ‘Enough(인어프;충분하다)’ 한마디로 끝냈다는 일화입니다.
참 매력적인 사막교부들의 인품입니다. 참으로 명랑하고 지혜롭고 평화로우면 유머감각도 뛰어났던 영성대가들이 안토니오를 비롯한 사막교부들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 등장하기 시작한 다윗이야 말로 주님의 전사, 믿음의 전사의 모범입니다. 사울이 지는 해라면 다윗은 떠오르는 태양입니다. 주님의 용사, 소년 다윗의 다음 상대방의 거인 골리앗을 향한 호통은 얼마나 고무적인지요!
“너는 칼과 표창과 창을 들고 나왔지만, 나는 네가 모욕한 이스라엘 전열의 하느님이신 만군의 주님의 이름으로 나왔다...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 계시다는 사실을 온 세상에 알게 하겠다. 또한 주님께서는 칼과 창 따위로 구원하시지 않는다는 사실도, 여기 모인 온 무리가 알게 하겠다. 전쟁은 주님께 달린 것이다.”
주님의 용사, 믿음의 전사로서 다윗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모습이 참 감동적이요 역시 결과는 거인 골리앗에 대한 다윗의 승리로 끝납니다. 결국은 하느님의 승리입니다. 다윗의 승리야말로 영적승리의 빛나는 표지입니다.
오늘 복음은 육신으로는 다윗의 후손인 불세출의 하느님의 전사, 예수님이 또 바리사이들을 비롯한 적대자들에 대한 또 화려한 승리를 보여줍니다.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공동체 한 가운데 세우시고 일언지하로 적대자들의 말문을 막으시니 예수님의 승리요, 역시 영적승리를 상징합니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이미 질문안에 답이 있으니 이들은 묵묵부답이요 이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시며 주님은 재차 말씀하십니다. “손을 뻗어라.” 말씀하시니 그 손이 성하여집니다. 바리사이들은 나가서 곧바로 헤로데 당원들과 더불어 예수님을 없앨 모의를 하니 적대자들과의 영적전쟁은 계속되는 현실을 깨닫게 됩니다. 죽을 때가지 살아있는 동안 계속될 영적전쟁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오그라든 손을 활짝 펴 주신 하느님의 전사인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의 오그라든 마음을 활짝 펴주시고, 당신의 성령으로 우리를 완전무장시키시어 우리 모두 당신 믿음의 전사로 오늘 하루도 영적승리의 삶을 살게 해주십니다.
“의인에게는 빛이 솟아오르고,
마음 바른 이에게는 기쁨이 솟나이다.”(시편97,11).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