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7.연중 제5주간 수요일 1열왕10,1-10 마르7,14-23
하느님 중심의 마음 관리
“회개의 여정, 자아초월의 여정”
삶은 은총의 선물이자, '부단한 선택-훈련-습관'의 평생과제이다
"네 앞길 주께 맡기고 그를 믿어라.
몸소 당신이 해주시리라."(시편37,5)
다산 정약용의 2월7일자 어록 말씀이 새롭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일년 열두달 매일 접할 수 있는 다산의 지혜입니다.
“일의 본질을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일을 맡아도 정상의 자리에 설 수 있다.”
이어지는 맹자의 공자에 대한 평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공자는 곡식 창고 관리가 되어서는 ‘회계를 정확하게 했을 뿐이다’라고 하시고, 가축을 기르는 관리가 되어서는 ‘소와 양이 잘 자라게 했을 뿐이다’라고 하셨다.”
오늘 지금 여기 내 삶의 자리, 꽃자리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제몫의 삶에 최선을 다할 때, 하느님 중심의 회개의 여정에 충실할 때, 마음의 순수요 저절로 샘솟는 기쁨과 행복에 아름답고 품위있는 삶이겠습니다. 어제 선물처럼 흰눈에 봄꽃(春花)이 아닌 나무마다 눈꽃(雪花)이 만발했지만 눈이 녹으면서 완연해진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봄이 들어가는 말마디들-봄꿈, 봄길, 봄밤, 봄비, 봄향기, 봄바람, 봄빛등-, 다 예쁘고 마음을 따뜻하고 푸근하게 합니다. 말그대로 파스카의 봄이며 다음 주 부터는 사순시기에 돌입하니 계절과 전례주기가 너무 잘 어울리는 우리의 사계절입니다. 어제 안개꽃과 후리지아가 잘 어울리는 꽃꽂이 생일 선물을 받고 다음 시로 화답했고 행복했습니다. 참 은은하고 그윽한 꽃향기입니다. 자주 인용하지만 늘 마음 설레게 하는 “꽃”이란 시입니다.
“꽃이
꽃을 가져오다니요?
그냥 오세요.
당신은
꽃보다 더 예뻐요!”
사실이 그러하니 꽃보다 더 예쁜 영혼의 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 모두가 꽃보다 더 예쁜 영혼의 소유자들입니다. 얼마전 참 많이 나눈 “봄길”이란 시도 또 예전에 나눴던 “봄비”란 시도 제가 참 좋아하는 시입니다.
“한겨울
봄꿈을 꾸고나니
봄길이
열렸어요.
봄향기 맡으며
봄님 예수님과 함께
봄빛을 받으며
봄길을 하늘길을 걷습니다.”
지금도 수도원 봄길을 걸을 때 마다 외워보는 마음 행복하게 하는 시입니다. 이어 봄비가 내릴 때 마다 생각나는 20여년전의 “봄비”란 시입니다.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봄비!
하늘 은총
내 딸 아이 하나 있다면
이름은
무조건 봄비로 하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마음 관리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평생 하루하루 날마다 시편을 노래하는 찬미와 감사의 공동성무일도와 미사 공동전례기도는 마음 관리에 얼마나 기막힌 축복의 선물인지요! 끊임없는 기도와 함께 가는 회개와 마음의 순수요, 주님과는 물론 형제들과의 우정도 날로 깊어져 갑니다. 바로 이런 전례기도은총이 우리 삶의 부패를 막아 부패인생이 아닌 향기로운 발효인생으로 만들어 줍니다.
오늘 열왕기상권의 솔로몬의 삶의 시작은 참 좋았습니다. 아직은 삶이 부패하기 전이라 순수한 마음에서 샘솟는 지혜를 지닌 분이었고, 스바 여왕과의 우정의 시작도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스바 여왕의 찬탄은 우리가 들어도 기분이 좋습니다.
“내가 임금님의 업적과 지혜에 관하여 내 나라에서 들은 소문은 과연 사실이군요. 이제 직접 보니, 내가 들은 이야기는 사실의 절반도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임금님의 부하들이야말로 행복합니다. 언제나 임금님 앞에서 임금님의 지혜를 듣는 이 신하들이야 말로 행복합니다.”
참행복의 소재를 말해줍니다. 지혜로운 사람이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매일 미사에 참석하는 우리에 빗대어 저는 이렇게 바꾸어 말하고 싶습니다. “주님의 제자들인 저희야말로 행복합니다. 언제나 주님 앞에서 주님의 지혜를 듣는 저희 제자들이야말로 행복합니다”, 바로 이런 솔로몬과 우리의 심정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화답송 시편 37장이 참 은혜롭습니다.
“의인의 입은 지혜를 자아내며,
그의 혀는 옳은 것을 말하느니라.
하느님의 법이 그의 마음에 있어,
그의 걸음이 흔들리지 않으리라.”(37,30-31)
바로 이것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본래 우리 인간 본연의 순수한 모습입니다. 또 시편 40장중 다음 구절도 제가 참 좋아하는 구절이며 우리의 참기쁨도 주님의 뜻을 행함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내 주여, 내 기쁨은 당신 뜻을 따름이오니,
내 맘속에 당신 법이 새겨져 있나이다.”(시편40,9)
바로 우리 마음 속에 새겨져 있는 하느님의 법이기에 하느님의 뜻을 벗어나서는, 한마디로 하느님을 떠나서는 결코 행복도 기쁨도 없다는 것입니다. 잠시 어제 읽은 어느 분의 지혜로운 훈육에 대해 자녀교육은 물론 제자들 교육에 지침이 될 듯하여 나눕니다.
“1.칭찬하라, 2.선을 그어라(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3.야단처라.”
그리고 야단치는데 세원칙을 지켜라.
“1.일관성있게, 2.화내지 말고, 3.짧은 시간에 끝내라”
정말 지혜로운 훈육이라 공감했습니다. 참으로 절제와 중용의 지혜를 지닌 현자라면 이런 자녀훈육, 제자훈육이겠습니다. 타고난 선한 마음도 없습니다. 성선설도 성악설도 아닌 선과 악이, 밀과 가라지가 혼재한 마음입니다. 아무리 좋은 옥토도 방치하면 잡초밭의 박토가 되는 마음밭의 이치와 똑같습니다. 새삼 마음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이래서 제가 참 많이 강조하는 선택-훈련-습관의 도식입니다. 방심과 나태는 금물입니다. 부단한 기도와 회개의 선택과 훈련, 습관이 마음의 순수를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이 좋으면 삶도 글도 말도 행위도 좋습니다. 먹는 음식은 물론 밖에서 우리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누가 뭐래도, 어떻게 하든 하느님 앞에서 나는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 나일뿐입니다.
그러나 진짜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마음에서 안에서 나오는 것들입니다. 아래 항문에서 나오는 것은 화장실을 통해 정화조로 가서 정리되는데, 위의 입으로부터 배설되는 다음 오물같은 부끄러운 것들은 자신은 물론 주변을 오염시켜 더럽힙니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고정불변의 순수한 마음은 없습니다. 이래서 끊임없이 부단한 좋은 수행 덕목의 선택-훈련-습관화를 통한 마음의 순수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순수한 마음에서 찬미와 감사, 희망과 기쁨, 온유와 겸손, 자비와 지혜가 샘솟아 자신은 물론 이웃을 깨끗하게 하지만 쓰레기통과도 같은 불순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들은 자신은 물론 이웃을 더럽힙니다.
이래서 삶은 은총의 선물이자 '부단한 선택이자 훈련이요 습관'의 평생과제입니다. 매일 과제의 실행으로 희망과 기쁨, 생명과 빛, 온유의 겸손의 주님을 선택하여 주님과의 일치의 훈련과 습관화에 전념하는 것이며 하루하루 날마다 계속되는 공동전례기도 수행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적은, 경쟁자는 공동체의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부단히 우리를 정화, 성화시켜 주시고, 부단히 나를 뛰어넘어 주님을 닮아가는 자아초월의 여정, 회개의 여정에 항구하도록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주님은 내 등불을 밝혀 주시고,
당신은 내 어둠을 비추시나이다."(시편18,29).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