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14.재의 수요일 요엘2,12-18 2코린5,20-6,2 마태6,1-6.16-18
하느님 중심의 참된 삶
-“회개하라, 사랑하라, 진실하라”-
오늘 재의 수요일부터 사순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영적 삶을 새롭게 확립하는 은총의 시기입니다. 오늘 본기도 또한 사순시기의 영적전투의 시작에 앞서 우리를 격려합니다.
“주님, 그리스도를 믿는 저희가, 거룩한 재계로 악의 세계와 맞서 싸우려 하오니, 극기의 보루를 쌓게 하소서.”
어떻게 극기의 보루를 쌓으며 영적승리의 삶을 살 수 있겠는지요? 베네딕도 규칙서 “제49장;사순절을 지킴에 대하여” 항목도 수도자뿐 아니라 모든 신자들에게 유익한 가르침을 줍니다.
“수도승의 생활은 언제나 사순절을 지키는 것과 같아야 하겠지만 이런한 덕을 가진 사람이 적기 때문에, 이 사순절 동안에 모든 이들은 자신의 생활을 온전히 순결하게 보존하며, 다른 때에 소홀히 한 것을 이 거룩한 시기에 씻어내기를 권하는 바이다.”
심기일전, 베네딕도 성인의 말씀대로 온전한 삶, 참된 삶을 다시 새롭게 살기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오늘 말씀이 답을 줍니다. 사순시기 하느님 중심의 참된 삶을 위한 세 지침입니다.
첫째, “회개하라!”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회개입니다. 하느님 안 제자리에 돌아와 제정신으로 제대로 제몫을 다하는 삶입니다. 한두번의 회개가 아니라 날마다 평생 회개의 삶, 회개의 여정에 충실해야 할 사순시기입니다. 기후위기는 물론 날로 복잡하고 혼란해지는 사회 현실을 대할 때 신자들은 물론 전 국민의 생태적 회개와 더불어 전방위적 회개가 급박한 위기의 시대처럼 생각됩니다. 베네딕도 성인도 그의 규칙서 제49장에서 사순시기, 회개에 우선적 강조를 둡니다.
“우리가 악습들을 멀리하고 눈물과 함께 바치는 기도와 독서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통회와 절제에 힘쓸 때, 합당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오늘 제1독서 요엘서 서두에서도 강조하는 바 회개의 촉구입니다.
“주님의 말씀이다. 이제라도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오너라.”
주님안 제자리로 돌아와 잃었던 나를 찾아 참으로 제정신으로 제대로 살아야 하는 사순시기입니다. 오늘 요엘서가 말하는 회개는 개인의 회개는 물론 전공동체적 회개의 실현입니다. 이런 이스라엘 전공동체적 회개에 응답하여 주님께서는 당신 땅에 열정을 품으시고, 당신 백성을 불쌍히 여기셨다 합니다.
하느님 중심의 참된 신자 삶에 우선적 조건이 회개입니다. 회개의 깊이에서 주님을 만날 때 비로소 겸손한 삶, 참된 삶의 실현입니다. 주님 역시 바오로 사도를 통해 사순시기는 하느님께 돌아오는 회개의 시기이자 화해의 시기임을 강조합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은혜로운 때에 내가 너의 말을 듣고, 구원의 날에 내가 너를 도와주었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요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사순시기 지금은 바로 은혜로운 때요 구원의 날이니 바로 회개를 통해 이뤄지는 구원의 현실입니다.
둘째, “사랑하라!”
회개의 진정성은 사랑의 실천으로 드러납니다. 내 중심에서 하느님 중심의 사랑의 삶에로 돌아가는 것이 회개요 오늘 복음은 사순시기 사랑의 세가지 실천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유다인들의 전통적 세가지 사랑의 수행은 오늘 우리에게도 적절합니다. 바로 자선과 기도와 단식이요, 모두가 사랑의 표현인 수행입니다. 이웃 사랑의 개방이 자선이요, 하느님 사랑의 개방이 기도요, 자기사랑과 개방이 단식입니다. 사랑의 기도는 단식으로 단식은 자선으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주실 것이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너는 단식할 때에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주실 것이다.”
하느님 중심의 숨겨진 삶! 참 영성의 진위를 판가름하는 잣대입니다. 이렇게 내적으로 사랑으로 활짝 열린 이들이 참으로 부요하고 자유로운 이들입니다. 이런 이들이 진짜 관상가, 신비가. 영성가입니다. 이런 하느님 중심의 자선이, 기도가, 단식이 참된 회개, 참된 사랑, 겸손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셋째, “진실하라!”
예수님이 참으로 혐오한 것은 안과 밖이 다른 표리부동의 진실치 못한 위선자 허영과 교만의 사람이었습니다. 다음 말씀 역시 자기 중심의 허영과 교만의 사람에게 주시는 질책이자 회개의 촉구이기도 합니다. 하느님 중심을 잃으면 누구나의 가능성이 이런 자기 중심의 위선적 삶입니다.
“네가 자선을 베풀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다 받았다.”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하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다 받았다.”
한결같이 역으로 진실하라, 정직하라, 솔직하라는 말씀입니다. 삶은 선택입니다. 좋은 삶, 참된 행복, 참된 사랑도 선택입니다. 부단한 회개로 내 중심의 삶에서 하느님 중심의 삶을 선택할 때 참된 사랑, 참된 행복, 안과 밖이 같은 진실한 삶입니다.
그러나 명심할 사항이 있습니다. 사순시기 과도한 절제나 극기, 고행으로 어둡게 우울하게 침통하게 심각하게 지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베네딕도 성인의 권고가 참 적절하고 고맙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사순시기를 보내라 하십니다.
“각자는 성령의 즐거움을 가지고 자기에게 정해진 분량 이상의 어떤 것을 하느님께 자발적으로 바칠 것이다. 자기 육체에 음식과 음료와 잠과 말과 농담을 줄이고 영적 갈망의 즐거움으로 거룩한 부활 축일을 기다릴 것이다.”
참 놀라운 것이 즐거움이란 말마디가 규칙서중 여기 <제49장; 사순절을 지킴에 대하여> 라는 장에서만 2회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사순시기, 부활의 기쁨을 앞당겨 즐겁게 수행생활에 충실하라는 충고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하느님 중심의 즐겁고 행복한 삶을 새롭게 선택하고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재의 예식중 다음 사제의 말씀을 상기하며 하느님 중심의 회개와 겸손의 삶에 항구하도록 합시다. 부단한 회개와 겸손의 삶에서 샘솟는 참기쁨, 참행복입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