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3.9.사순 제3주간 토요일 호세6,1-6 루카18,9-14
주님께서 원하시는 의롭고 겸손한 기도와 삶
-회개와 겸손, 진실과 사랑-
“나는 착한 목자이다(I am the Good Shepherd).”(요한10,11ㄱ)
교황청 설교가의 세 번째 사순강론 주제 성구입니다. 이어지는 구절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요한10,11ㄴ)는 주님 말씀이 깊은 위로와 평화, 치유를 줍니다. 착한목자대신 어진목자 예수님이라하면 더 좋겠습니다.
강론을 듣는 분들 맨 앞자리 중앙에 앉아 있는 흰 교황복을 입은 교황님의 겸손한 모습도 좋았습니다. 며칠전에는 고해소 앞에서 흰 교황복을 입은채 무릎 꿇고 고백성사를 보는 모습 역시 너무 거룩하고 아름다워 스크랩하여 렘브란트의 “자비로운 아버지” 그림 위에 붙여 놓았습니다. 참으로 회개와 겸손, 진실과 사랑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모습들이 감동을 줍니다. 새삼 주님께서 원하시는 바, 겸손하고 의로운 기도와 삶임을 깨닫습니다.
“장상이란 생각하지 말고 목자라 생각하십시오.”
30년전 분원장 시절, 장상 아빠스님 말씀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교회나 수도회의 모든 장상들에게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모든 신자들이 보고 배울 신망애(信望愛)의 모범이 예수님을 닮은 어진목자들입니다. 3월8-9일 양일 사이 대만의 가톨릭 대학에서는 “가톨릭과 유교와의 대화 모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톨릭과 유교는 서로 배울 것이 참 많다”라는 말마디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늘 다산 정약용의 어록과 논어의 공자 말씀을 통해서도 참 많이 배웁니다.
“모두가 각자의 전장(戰場)에서 힘들게 싸우고 있으니, 비록 타인에게서 지옥을 마주할지라도 그에게 친절을 베풀라.”-다산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관대하면 원망받는 일이 없다.”-논어
참으로 이런 이들이 회개와 겸손, 진실과 사랑, 자비와 지혜의 어질고 의로운 사람들입니다. 우리를 회개와 겸손으로 초대하는 제1독서 호세아를 통한 시처럼 아름다운 주님의 말씀이 참 눈물겹도록 감동스럽고 고맙고 위로가 됩니다.
“자, 주님께 돌아가자.
주님을 알자. 주님을 알도록 힘쓰자.
그분의 오심은 새벽처럼 어김없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비처럼,
땅을 적시는 봄비처럼 오시리라.
에프라임아, 유다야, 내가 너희를 어찌하면 좋겠느냐?
너희의 신의는 아침 구름 같고, 이내 사라지고 마는 이슬같다.
정녕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신의다.
번제물이 아니라 하느님을 아는 예지다.”
이 거룩한 은총의 사순시기 주님께서 우리를 향한 회개와 겸손, 신의와 예지의 촉구입니다. 봄비하면 즉시 떠오르는 19년전 봄철의 자작시 “봄비”입니다. 늘 읽어도 따뜻한 위로에 미소짓게 하는 시입니다.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봄비!
하늘 은총
내 딸 아이 하나 있다면
이름은 무조건
봄비로 하겠다.”-2005. 봄철
회개하여 겸손과 온유, 진실과 사랑에 이른 이들이 바로 봄비같은 영혼들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세리와 같은 이들입니다. 세리의 회개와 겸손, 진실과 사랑의 기도가 가슴을 칩니다. 성전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못하고 가슴을 치며 말합니다. 바로 우리가 미사시작전, 미사중에 자주 바치는 자비송도, “예수님 이름을 부르는 기도”도 여기서 유래합니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바로 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정말 회개해야할 사람이 바리사이입니다. 하느님도 모르고 자기도 모르는 참 무지의 바리사이입니다. 하느님을 알고 자기를 아는 회개와 겸손의 사람, 세리와의 대조가 참 극명합니다. 성전 앞에서 꼿꼿이 서서 “오, 하느님!”으로 시작되는 대화의 기도가 아닌 자기도취의 독백이며 온통 남판단하고 자기자랑하는, 전혀 불필요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정말 낯뜨겁고 부끄러운 자기과시의 내용들입니다. 이것은 정말 기도가 아닙니다.
회개의 기도라면 겸손하고 절실하고 절박해야 하는데 세리와는 너무나 다른 기도입니다. 스스로 의롭다 자부, 자신하는 이런 이들의 회개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너무나 자기중심으로 완고하게 굳어진 무지의 마음입니다. 봄비 은총이 참으로 절실한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무지하고 완고한 마음입니다.
새삼 평상시 회개의 여정에 충실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를 통한 겸손과 온유,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랑의 삶입니다. 기도와 삶 역시, 선택이자 은총입니다. 회개와 겸손의 삶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당신을 닮은 회개와 겸손, 진실과 사랑, 자비와 지혜의 사람들로 변모시켜 줍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가 의롭고 겸손한 삶을 살라고 촉구하십니다. 쟁취(爭取)가 아닌 회개한 영혼들에게 주님으로부터 하사(下賜)되는 의로움과 겸손, 온유의 은혜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 바리사이가 아니라 이 세리가 의롭게 되어 돌아갔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18,14).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