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3.10.사순 제4주일(Laetare 주일)
2역대36,14-16.19-23 에페2,4-10 요한3,14-21
구원의 행복은 선택이자 은총이다
-회개하자, 감사하자, 믿자-
“지상 천국의 삶”
“즐거워하여라, 예루살렘아,
그를 사랑하는 이들아 모두 모여라
슬퍼하는 이들아,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위로의 젖을 먹고 기뻐 뛰리라.”(이사66,10-11참조)
입당송 이사야서 말씀이 우리를 한껏 고무합니다.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워하십시오, 기뻐하고 즐거워하십시오. 사순시기 절제와 금욕, 극기의 생활을 한다 하더라도 어둡고 우울하고 심각하게 지내는 시기가 아니라 부활의 기쁨을 앞당겨 즐겁고 기쁘게 지내는 것이 합당하며 주님의 뜻이기도 합니다. 장미색 기쁨으로 즐겁게 지내라 오늘 사순 제4주일은 장미주일이자 일명 “래타레(Laetare:즐거워하여라) 주일”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늦깎기로 40세에 서품되어 75세이르기까지, 두배로 성실히 살겠다 다짐하며 사제서품후 만35년동안 거의 날마다 강론을 써왔어도 첩첩산중 산을 넘듯 늘 처음처럼 힘듭니다. 강론 걱정 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고, 강론꿈꾸다 일어난 적도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어떤때는 이렇게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아붓고 이정도 강론뿐이 안되나 하는 좌절감에 불암산에 오른적도 있습니다. 때로는 강론의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일기쓰듯 쓰고 싶다는 생각에 그렇게 쓰기도 합니다.
꼭 한달 남은 4월10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국내 여야의 상황이 흡사 생사가 달린 듯 격렬한 내전상태를 방불케 합니다. 새삼 가톨릭교회의 은총의 3월 사순시기가 어지럽고 혼란한 나라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는 생각과 더불어 감사하는 마음 가득합니다. 참으로 하느님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라와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 회개와 은총의 3월 사순시기 힘껏 기도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겠습니다.
3월 사순시기, 서사가 사라진 몰역사의 시대, 국어(나라 말)을, 국사(나라 역사)를 공부하는 마음으로 “문신”이란 소설집을 틈틈이 읽고 있습니다. -“박경리문학상 수상, 집필부터 탈고까지 25년, 거장 83세 윤흥길 필생의 역작, ‘언제나 큰 문제에 대해 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남은 생애 다시 이런 작품은 쓰지 못할 것이다.’”- 표지글 그대로 목숨을 걸고 혼신의 힘을 다해 쓴 치열한 작품입니다.
또 하나 이미 오래전 품절된 <김점선 10cm 예술>을 수도형제의 도움으로 간신히 구입해 읽고 있습니다. “천사의 집(Angel Home)은 상품판매를 주목적으로 하는 곳이 아닙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천사의 마음으로 신뢰, 믿음, 희망, 소망을 나누는 곳입니다.”라는 발송처의 소개도 이채로웠습니다. 이어지는 책의 표지글과 박완서의 소개글도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한국의 조르바 김점선, 그의 인생은 예술이다. 그는 온몸으로 그림을 한다. 그리는 것이 아니라 행하는 것이다....나는 그 여자처럼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여자를 본적이 없다. 아무도 그 여자를 길들이지 못한다. 그 여자는 어떤 권위도 인정하지 않으니까.”
화가이자 작가인 참 자유인 김점선은 이미 15년전 2009년 타계했습니다. 작년 광복절이후 계속되는 저의 만세육창 기도와 행복기도 앞부분입니다.
“하느님 만세! 예수님 만세! 대한민국-한반도 만세! 가톨릭교회 만세! 성모님 만세! 요셉수도원 만세!”
이어 행복기도 일명 예닮기도 앞부분입니다. 그동안 참 많이도 나눴던 지금도 즐겨 외우는 자작 기도문입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찬미합니다. 감사합니다. 기뻐합니다. 차고 넘치는 행복이옵니다. 이 행복으로 살아갑니다. 주님, 눈이 열리니 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 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늘나라 천국이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쁘고 즐겁게 지상 천국의 삶을 살 수 있을까요? 구원의 행복은 선택이자 은총입니다. 바로 -“회개하자, 감사하자, 믿자”-의 구체적 실천이 지상 천국의 하늘나라 삶을 살게 합니다.
첫째, “회개하자!”입니다.
회개가 답입니다. 사순시기 3월은 무엇보다 회개와 정화의 시기입니다. 부단한 회개의 선택, 회개의 은총입니다. 인간 무지의 병에 대한 근원적 치유도 회개입니다. 회개를 통해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아는 겸손과 지혜입니다. 제1독서 이스라엘 백성의 유배에 이르기까지 과정의 그 마음 상태가 악순환의 반복처럼 인간의 치부를 보여줍니다.
배신하고, 부정하게 만들고, 조롱하고, 무시하고, 비웃고...참으로 구제불능 상태의 백성들이고 이어지는 주님의 심판입니다. 주님의 심판이라지만 자업자득 스스로 초래한 심판이요 이래서 회개입니다. 그러나 자비하신 하느님은 때가 되자 페르시아 임금 키루스의 마음을 움직여 회개한 백성들에게 구원을 베푸십니다.
“주 하늘의 하느님께서 세상의 모든 나라를 나에게 주셨다. 유다의 예루살렘에 당신을 위한 집을 지을 임무를 나에게 맡기셨다. 그분 백성에 속한 이들 누구나 주 그들의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기를 빈다. 그들을 올라가게 하여라.”
둘째, “감사하자!”입니다.
감사의 선택, 감사의 은총입니다. 바오로 사도로부터 배우는 감사의 고백입니다. 회개에 이어 감사의 자발적 선택, 감사의 훈련, 감사의 습관화가 하느님의 자녀로서 존엄한 품위의 삶을 살게 합니다.
“자비가 풍성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으로, 잘못을 저질렀던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습니다...우리는 믿음을 통하여 은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인간의 행위에서 나온 것이 아니니 아무도 자기자랑을 할 수 없습니다. 이는 우리에게서 나온 것이 아나라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우리는 선행을 하도록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창조되었습니다.”
바로 이 구원에 대한 자발적 감사의 응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부단한 감사의 삶이 구원의 기쁨을, 구원의 행복을 살게 합니다.
셋째. “믿자!”입니다.
불신이 아닌 믿음을, 어둠이 아닌 빛을, 거짓이 아닌 진리를 선택, 훈련, 습관화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역시 믿음의 선택과 결단을 강조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복음의 핵심진리를 선포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아들을 믿는 사람은 심판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믿지 않는 자는 이미 심판을 받았다.”
심판도 구원도 선택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믿을 때 영원한 생명의 구원입니다. 주님을 믿지 않을 때 빛보다는 어둠을, 진리보다는 악을 사랑하게 되니 바로 이것이 어리석게 스스로 자초한 심판입니다. 악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나 빛을 미워하고 빛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갑니다.
그러니 주님을 믿으십시오. 참으로 위대하고 결정적 구원의 선택이자 은총입니다. 주님은 우리 삶의 목표, 삶의 방향, 삶의 중심, 삶의 의미이니 주님은 우리 삶의 모두라 할 수 있습니다. 주님만이 우리의 길이요 빛이요 힘이요 진리요 생명이요 희망이요 기쁨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믿을 때 생명의 빛, 진리의 빛, 희망의 빛 속에 길을 잃지 않고 온전한 참삶을, 성화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아, 이런 주님이 없다면 어떻게 이 험난하고 어둡고 삭막한 광야여정 살아낼 수 있을런지요!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 회개의 삶, 감사의 삶, 믿음의 삶을 통해 주님과 일치된, 기쁘고 즐거운 구원의 행복을, 지상 천국의 하늘 나라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 사랑의 고백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주님, 당신은 저의 모두이옵니다.
저의 길, 저의 빛, 저의 힘,
저의 사랑, 저의 생명, 저의 희망, 저의 기쁨, 저의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와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당신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하루이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