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錦衣還鄕) 2015.3.1. 사순 제2주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r 0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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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1. 사순 제2주일 

                                                                                                   창세22,1-2.9ㄱ.10-13.15-18 로마8,31ㄴ-34 마르9,2-10

 

                                                                                 금의환향(錦衣還鄕)

 

감사합니다.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형제자매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안식년을 맞이하여 수도원을 떠나 하루하루 하느님 향해 흐르는 강으로 살다가 마침내 다시 수도형제들과 함께 불암산이 되어 살고자 '아버지의 집' 요셉수도원에 돌아왔습니다. 어제 2월28일 오후 수도원에 도착하여 불암산과 수도형제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니 흡사 금의환향한 기분이었습니다. 하여 강론 제목은 지체없이 '금의환향'으로 정했고, 이렇게 비단옷 금의 대신 자색 고운 옷을 입고 3월 첫날, 사순 제2주일 감사미사를 봉헌합니다.

 

장충동 수도원을 떠나기전 마음은 자못 착잡했습니다.

"떠나기 싫죠.“

한 수도형제가 웃으며 넌지시 던진 말이었습니다. 흐르는 강처럼 좀 자유롭게 살다가 다시 산이 되어 살게 되니 답답할 거란 예상하에 한 말이 분명합니다.

"예, 신병 훈련소에 입대하는 기분입니다.“

웃으며 화답하니 모두가 빙그레 웃음지었습니다. 와보니 신병훈련소 입대가 아니라 고향집에로의 금의환향입니다. 마치 물을 떠난 물고기가 맑은 물의 호수로 돌아온 듯 온 몸과 맘에 활력이 넘칩니다. 

 

이제 다시 새로운 시작입니다. 오자마자, 배려 깊으신 주님은, 3월1일 사순 제2주일, 저와 여러분 모두에게 불암산에서 당신의 변모체험 미사에 참여시켜 주십니다. 지난 주일에는 광야에서의 유혹체험에 이어 이번 주일은 불암산에서의 변모체험입니다. 광야와 산이 대조가 참 의미심장합니다. 광야가 상징하는바 수평의 세상살이라면 산이 상징하는 바 수직의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그러니 수평의 밋밋한 광야인생에 지쳤을 때는 지체없이 수직의 산을 찾아 주님을 만나야 합(삽)니다. 1독서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이 주님의 시험에 합격하여 주님의 축복을 받은 곳 역시 모리야 땅에 있는 산이었습니다. 불암산을 배경한 요셉수도원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닫습니다. 아, 이런 주님과의 만남이란 신비체험이 있어야 광야인생 살아낼 수 있습니다. 사랑의 주님과 만나야 비로소 해갈되는 영혼의 목마름입니다. 오늘 복음의 서두 장면은 정말 환상적인 아름다움입니다. 광야인생에서의 오아시스체험이요,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의 환대를 상징합니다.  

 

'그 무렵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다. 그분의 옷은 이 세상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났다. 그때에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중에 재현되고 체험되는 장면입니다. 주님은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당신의 변모체험 미사에 초대해 주십니다. 하느님의 환대의 사랑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사한지요. 이런 주님의 환대 신비체험이 우리를 살게 하는 힘입니다.

 

삶의 본질은 광야입니다. 세상도 광야요 내 마음도 '보이는 것이 없는' 광야입니다. 바로 여기 '보이는 것 없는' 광야에서 주님을 만나야 비로소 샘솟는 희망이요 기쁨입니다. 하느님은 희망과 기쁨의 원천이요, 이 하느님을 만나야 광야인생 살아낼 수 있습니다. 광야인생 잘 살면 성인이요 못 살면 괴물이나 폐인입니다. 성인, 괴물, 폐인 이 셋 뿐입니다. 아브라함, 바오로, 복음의 세 제자들은 주님을 만났기에 성인들이 되어 희망과 기쁨 가득한 광야인생 살았습니다. 로마서의 바오로의 고백은 그대로 우리의 고백입니다. 주님을 만났기에 이런 감동적인 고백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신데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습니까? 당신의 친 아드님마저 아끼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를 위하여 내어 주신 분께서, 어찌 그 아드님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선택된 이들을 누가 고발할 수 있겠습니까? 누가 우리를 단죄할 수 있겠습니까?“

 

아, 바로 돌아가셨다가 참으로 살아나신 분, 또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아 계신 분, 그리고 우리를 위하여 간구해 주시는 분, 또 대사제가 되시어 이 거룩한 미사를 집전해 주시는 분이 바로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을 만났기에 이런 감동적인 고백을 토해내는 바오로입니다.

 

주님을 만나는 길은 사랑과 기도와 순종뿐입니다. 사랑의 기도요, 사랑의 순종입니다. 주님 사랑의 환대에 대한 응답이 사랑의 기도요 사랑의 순종입니다. 주님과 우정을 깊이하는데는 사랑의 기도가, 사랑의 순종이 제일입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산에 초막 셋을 지어드리겠다는 베드로는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한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신비체험에 집착하지 말고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일상의 광야 삶에 충실하라는 말씀입니다. 순종의 성인들입니다. 겸손의 빛나는 표지가 순종입니다.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독점적 사랑을 받았던 것도, 하느님의 벗이 되어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것도 순종임을 깨닫습니다. 억지로의 순종이 아니라 자발적 사랑의 순종입니다. 진정 아브라함은 순종의 모범입니다.

 

"예, 여기 있습니다.“

하느님이 부르실 때 마다 즉각 응답하여 순종했던 아브라함에 대한 하느님의 넘치는 축복입니다.

"네가 하느님을 경외하는 줄을 이제 내가 알겠다. 네가 나에게 순종하였으니,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 너의 후손을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아니 비단 아브라함뿐이 아닙니다. 우리 역시 주님을 경외하여 주님의 말씀에 순종할 때 주님은 우리를 통해 형제자매들에게 넘치는 축복을 주십니다.

 

우리 모두 주님의 집에 금의환향한 마음으로 주님의 환대를 받으며 이 거룩한 주님의 신비로운 변모체험 미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를 거룩하게 변모시켜 주시어 희망과 기쁨 충만한 광야인생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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