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 -우리의 존재 이유-2024.5.4.부활 제5주간 토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0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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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4.부활 제5주간 토요일                                                                사도16,1-10 요한15,18-21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

-우리의 존재 이유-

 

 

“온 누리 반기어 주님께 소리쳐라.

 기쁨으로 주님 섬겨 드려라.

 춤추며 그분 앞에 나아가라.”(시편100,1-2)

 

오늘 복음은 짧지만 초대교회같은 박해상황이 아니기에 이해하기도 어렵고 좀 불편합니다. 현재 우리 교회가 제대로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성찰하게 합니다.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은 우리의 신원이자 존재이유이기도 합니다. 과연 교회가 세상과 동화(同化)되어 점차 세상과 하나되어 부패(腐敗)되어 가는 경향은 아닌지 성찰하게 됩니다. 세상을 성화(聖化)해야할 교회가 세상에 속화(俗化)되어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 역할을 상실한다면 존재이유의 상실일 것입니다. 세속화로 무디어져 교회 감각을 많이 상실한 현대 교회가 아닌가 생각될 때도 많습니다.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또 세상 한복판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속에서 참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분들의 고백을 통해, 말그대로 총체적 위기의 현실처럼 느껴집니다. 어디서부터 손대야할지 참 막막하게 생각됩니다.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습니다. 긍정적으로, 낙관적으로 보려해도, 부정적이, 비관적이 됩니다. 각자도생의 사회, 국내의 정치현실, 사회현실, 교육현실, 군대현실, 모두가 소리없이 무너져 내리는 현실같습니다. 다 서로 하나로 연결되어 일어나는 현실입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교회는 과연 책임이 없나 묻게 됩니다. 길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학자의 현실 진단에 공감했습니다.

 

“위기의 본질은 가치와 지향, 비전과 신뢰의 상실에 있다. 그러면 남는 것은 눈먼 탐욕뿐이다.”

다음 독일의 문호, 괴테의 말도 잊지 못합니다.

“지옥에는 한계가 없다”

무한한 욕망따라, 한계없는 삶이 지옥이라는 것이며 오늘의 현실에 대한 진단같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물음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렇게 살아도 되나?" 교회가 과연 예언자적 사명에 충실함은 물론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살았는지 묻게 됩니다. 세상과 사이좋게 평화로운 공존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과연 옳은지 묻게 됩니다. 참으로 제대로 된 신자 정치가들이요 정당이라면 교회의 가르침이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제대로 된 에언자적 교회라면 세상과의 적당한 불편은 필수라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박해도 받고 때로 순교자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사실 세상과 하느님의 적대적인 대립은 구원 역사의 근본적인 면을 이룹니다.

 

“세상이 너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는 것을 알아라. 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너희를 자기 사람으로 사랑할 것이다.”

 

요한복음의 배경을 이루는 박해시대에는 세상의 미움의 대상이 된 예수님의 제자들이었는데 현재 우리는 세상의 미움을 받지 않습니다.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자기 사람으로 사랑한다 말씀하시는데 과연, 하느님께 속한 우리 삶인지, 또는 세상에 속한 우리 삶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정작 무서운 것은 외부의 박해하는 적이 아니라, 내부의 배신과 변절, 분열의 적임을 역사를 통해 배우고 현재에도 목격하곤 합니다. 그래서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에 따라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는 내적일치의 공동체가 우선임을 깨닫게 됩니다.

 

교회에, 하느님께 속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세상에 속한 사람들처럼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분명한 것은 우리가 세상의 사랑을 받는다면 뭔가 문제가 있음에 분명합니다. 정말 세상의 소금이요 세상의 빛의 삶이라면, 세상을 떠난 삶이 아니라 세상 속의 삶이라면, 때로 세상과의 불화와 불편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현상일 것입니다. 

 

정말 영향력있는 정치가들이 교회 지도자들을 찾았을 때 용기있게 쓴소리를 낼 수 있는 분들이 과연 몇이나 있겠는지요. 예전 김수환 추기경은 달랐습니다. 명실공히 시대의 어른이었고 추기경의 발언은 큰 반향을 일으키곤 했습니다. 당시 시국이 어려울 때는 추기경의 말씀을 기다렸습니다. 요즘 교회의 눈치를 보고 교회를 어려워하는 정치가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좌파나 우파가 아닌 진정 용기있고 정의로우며 평화를 사랑하는 예수님파 참된 교회 지도자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세상에서 너희를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를 미워하는 것이다.”

 

그대로 세상과 불편해야하고 불편할 수뿐이 없는 우리 예수님을 믿는 이들의 신원이 드러납니다. 세상 안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기에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의 존재로 예수님 친히 뽑아냈기 때문에 세상이 제자들을 불편해하고 미워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세상은 하느님의 창조한 본연의 좋은 세상에서 아니라 악으로 날로 부패해져가는 세상을 상징합니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고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을 기억하여라. 사람들이 나를 박해하였으면 너희도 박해할 것이고, 내 말을 지켰으면 너희 말도 지킬 것이다.”

 

정말 예수님의 제자라면 예수님과 운명공동체일 수 뿐이 없겠습니다. 주인이자 스승인 예수님따라 살다보면 예수님이 겪었던 박해와 고통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요, 이는 바오로 사도는 물론 초대교회 지도자들이나 무수한 순교자들이 그 좋은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사도행전의 바오로의 행적을 보면 그 고난의 파란만장한 삶중에도 참 자유로워 보입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씀대로 세상에 속하지 않고 진리이신 예수님께 속한 그 자유로움일 것이며 박해를 받거나 순교한 분들 역시 예수님께 속했기에 참으로 자유로웠습니다. 

 

이들 바오로 일행의 행로를 보면 성령의 인도에, 예수님의 영에 따른, 또 주님의 환시에 따른 삶이 바로 자유로운 삶의 비결이었음을, 또 아시아가 아닌 유럽에의 선교가 자유로운 하느님의 섭리이자 주님의 뜻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이 아닌 주님께 속한 자로서 우리 역시 성령께 귀기울이고 성령에 따라 살 때 참으로 자유로운 삶임을 봅니다. 정말 간절히 기도하고 주님을 찾아야 할 절박한 시절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의 마지막 말씀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내 이름 때문에 너희에게 그 모든 일을 저지를 것이다. 그들이 나를 보내신 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예수님을 보내신 분, 하느님을 알지 못한 무지에서 기인한 박해였음을 봅니다, 역시 무지가 문제입니다. 예수님의 행적을 통해 예수님을 보내신 분이 하느님이심을 알았더라면 이런 박해도 없었을 것이란 말씀입니다. 정말 열린 눈으로보면 예수님의 삶을 통해 환히 드러나는 하느님이신데 무지에 눈이 가려 예수님도 하느님도 몰랐던 것입니다. 예수님과 하느님 아버지와의 관계가 다음 한 마디로 정의됩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이 말씀을 믿어야 무지의 어둠에서, 미궁(迷宮)에서 벗어나 흔들림없이 예수님의 길을 통해 진리이자 생명이신 아버지께 이를수 있습니다. 아니 지금 여기서부터 예수님과 함께 우리도 하느님 아버지와 일치되어 진리와 생명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문득 개신교 칼바르트 신학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제가 잊지 않고 명심하는 말마디입니다.

 

“성서를 읽듯이 신문을 읽고, 신문을 보듯이 성서를 본다.”

 

성서를 읽는 마음으로 깨어 신문을 읽으며 하느님의 뜻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매일 미사라는 거울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며 미사를 봉헌하는 마음이 됩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세상 속에 살지만, 세상이 아닌 하느님께 속한 사람이 되어,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으로 살게 합니다. 

 

“주님은 하느님, 너희는 알라,

 우리를 지으셨으니, 우리는 그분의 것,

 그분 백성이어라, 기르시는 그 양 떼이어라.”(시편100,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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