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과 만남의 여정 -늘 새로운 시작-2024.5.9.부활 제6주간 수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0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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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9.부활 제6주간 수요일                                                               사도18,1-8 요한16,16-20

 

 

주님과 만남의 여정

-늘 새로운 시작-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그분이 기적들을 일으키셨네.

 그분의 오른손이, 거룩한 그 팔이 승리를 가져오셨네.”(시편98.1)

 

하루하루가 주님 사랑의 기적입니다. 어제 69년도 교대 입학동기의 부음訃音 소식을 들었고 이에 대한 댓글도 읽었습니다. 55년 전이니 반세기 전에 만나 공부했고 그 이후로는 한번도 못만난 동기입니다. 댓글의 내용입니다.

 

“입학해 같은 반 친구가 되어 이승에서는 다시 볼 수 없는 먼길을 떠났군요. 그 먼길 편안히 가시게.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 이것이 인생이다. 

태어날 때는 어느 곳에서 왔으며 죽으면 어느 곳으로 가는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나 생기는 것이 태어남이고

한조각 구름이 흩어지는 것이 죽음이다

구름은 본래 그 실체가 없듯이 태어나고 죽음도 이와 같구나.”

 

참으로 죽음을 대할 때 마다 삶의 여정을 생각하게 됩니다. 날마다 죽음을 환히 두고 살라는 사부 성 베네딕도의 말씀과 더불어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참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무로 끝나는 여정이 아니라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 여정 인생이요, 날마다 주님과 만남의 여정에 충실해야 함을 배웁니다.

 

어제서야 1343쪽의 방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삼위일체론>을 독료했습니다. 2020년 10월부터 틈틈이 읽었으니 거의 4년이 걸렸습니다. 성인은 “젊어서 착수했는데 늙어서야 끝냈다” 고백하는데 399-425까지 집필했으니 20년 이상 걸려 집필한 대작입니다. 책 마무리의 기도 내용이 마음에 와닿아 일부 내용을 나눕니다.

 

“주 나의 하느님, 내 유일한 희망이시여, 빌건데 내가 기진하여 당신을 탐구하기 싫어하는 일이 없게 하시고,

항상 열렬히 당신 얼굴을 찾게 해 주십시오. 당신을 기억하게 해 주십시오. 당신을 이해하게 해 주십시오.

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당신께서 나를 온전히 고치시기까지 내 안에 이럴 능력들을 키워주십시오.

오로지 당신 말씀을 설교하고 당신을 찬미해서만 말을 하기가 소원입니다.

내 하느님 수다스러움에서 나를 구해주십시오.

내 영혼 저 속 깊이에서 이 병을 앓고 있으며, 당신 면전에 너무도 가련하여 당신의 자비로 피난하는 영혼입니다.”(삼위일체론, 성염 역주;1333,1335쪽)

 

 

시공을 초월하여 성인의 기도를 제 기도로 바치고 싶습니다. 만남중의 만남이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날마다 죽는 그날까지 늘 새롭게 주님을 만나 시작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후반부 제자들을 위로하시는 주님 말씀이 새롭게 들립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울며 애통해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슬픔도 기쁨도 지납니다. 늘 주님과 함께 한다면 슬픔이나 기쁨에 일희일비함이 없이 묵묵히, 한결같이 하루하루의 여정에 충실할 것입니다. 마음속 깊이에서는 샘물이 솟듯 맑은 기쁨이 솟아오를 것입니다. 주님을 만나야 할 자리는 오늘 지금 여기의 꽃자리임을 깨닫습니다. 요즘 담쟁이가 한창입니다. 26년전 담쟁이란 시가 여전히 좋습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작년가을 붉게 타오르다 사라져 갔던 담쟁이

 어느새 다시 시작했다

 

 초록빛 열정으로 힘차게 하늘 향해

 담벼락, 바위, 나무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붉은 사랑으로 타오르다 

 가을 서리 내려 사라지는 날까지 또 계속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제자리 삶에도

 지칠줄 모르는 초록빛 열정

 다만 오늘 하늘 향해 타오를뿐 내일은 모른다

 

 타오름 자체의 과정이 행복이요 충만이요 영원이다

 오늘 하루만 사는 초록빛 영성이다”- 1998.6.3.

 

읽을 때마다 영적전의가 새로워집니다. 참으로 주님을 믿는 이들이야말로 평생 주님의 학인이자 평생 주님의 전사입니다. 죽어야 졸업인 평생 주님을 사랑하여 공부하는, 영원한 현역의 학인이요, 죽어야 제대인 평생 싸워야 하는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전사입니다. 영적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죽어야 끝이라는 자각이 늘 깨어 하루하루 분투의 노력을 다하게 합니다. 결코 영적전의를 상실하거나 열정이 시드는 일이 있어선 안될 것입니다.

 

바로 제1독서의 선교 여정중인 바오로야 말로 주님의 전사의 모범입니다. 파란만장한 삶중에도 열정이나 영적전의가 시드는 일이 없습니다. 천막을 만드는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언제 어디서든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라고 증언하면서 말씀 전파에만 전념합니다. 바오로의 굽이굽이 곡선인생여정중에도 하느님은 똑바로 당신 글자를 써내려 가십니다. 우리 매일 삶의 체험중에도 이런 하느님의 분명한 손길을 보도록 합시다. 

 

바로 매일이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일희일비함이 없이, 각자 삶의 꽃자리에서 주님과 만남의 여정에 항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며, 늘 새로운 시작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많이 기뻐하며 주님 앞에서 노래하며 춤추는 마음으로 사시기 바랍니다. 멋지게 노래하며 춤추다 세상을 떠난 성인도 있다 합니다.

 

“온 세상아, 주님 앞에서 덩실덩실 춤추어라.

 즐기어라, 기뻐하라, 고에 맞춰 노래하라.”(98,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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