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중심(中心)의 영적 우정 -마리아와 엘리사벳-2024.5.31.금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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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31.금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                                       스바3,14-18 루카1,39-56

 

 

주님 중심(中心)의 영적 우정

-마리아와 엘리사벳-

 

 

근래 보기드문 참 좋은 계절의 5월 성모성월이었습니다. 밭에 채소 모종후 때에 맞게 비가 와서 물주는 일이 없었다 합니다. 우리가 순리대로 살면 하늘 은총도 이와 같으리라 생각됩니다. 어제 피정중인 자매로부터 레지오 마리애 협조단원이 되어 달라는 부탁과 더불어 기도 주문을 받았습니다. 시작기도 부분이 좋아 나눕니다.

 

“성부와 성자의 이름으로. 아멘.

 오소서, 성령님.

 저희 마음을 성령으로 가득 채우시어,

 저희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

 주님의 성령을 보내소서.

 저희가 새로워지리이다.

 또한 온 누리가 새롭게 되리이다.

 하느님, 성령의 빛으로

 저희 마음을 이끄시어 바르게 생각하고

 언제나 성령의 위로를 받아 누리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참 아름다운 기도문입니다. 주님 중심의 영적 우정에 이런 성령의 도움은 절대적입니다. 오늘 5월 31일, 성모성월 마지막날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입니다. 이제 5월 30일 요셉수도원 성전 대축일 다음에는 어김없이 이 축일이 자리잡고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수도원 방문하는 이를 대할 때 마다 “오늘은 형제님, 또는 자매님 수도원 방문 축일입니다.” 덕담을 드릴 때 기뻐하는 모습들이 눈에 선합니다.

 

삶의 여정에 참 좋은 도반과의 영적 우정은 필수입니다. 혼자의 여정이 아니라 더불어의 여정입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머나먼 인생 여정 함께 가야 끝까지 갈 수 있겠습니다. 언제든 눈감으면 생각나는, 또 반가운 소식이 있으면 함께 나눌 분, 또 답답한 일이 있거나 보고 싶을 때 언제나 찾아 나설 분이 있으신지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친구에 대한 정의도 새롭습니다.

 

“친구는 또 하나의 자아다. 사귀는 벗들의 무늬와 무심코 뱉는 말의 결이 그를 말해 준다.”

“친구와 사귀는 것은 또 하나의 세상과 만나는 일이다. 나 역시 다른 세상을 보여줘야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참 좋은 영적 우정의 모범이 마리아와 엘리사벳입니다. 마리아가 예수님의 탄생 예고를 듣고 찾은 분이 바로 사촌 언니 엘리사벳이었습니다. 두분의 영적 우정을 짐작하게 하는 사건입니다. 복음 서두가 엘리사벳을 찾는 마리아의 절박한 심정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무렵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각자 삶의 자리에서 제자리 삶에 충실한 정주의 여인들이었음을 봅니다. 역시 성령의 도움은 결정적입니다. 성령의 사람,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외칩니다. 이어지는 영적 도반 엘리사벳의 격려 말씀은 마리아의 내면의 어둠을 환히 밝혔을 것입니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두 영적친구의 만남입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우연은 없습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섭리안에 있습니다. 두분의 만남을 통해 이미 태중의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마리아 성모님의 엘리사벳 방문은 태중의 예수님께서 겸손히 세례자 요한을 찾아 나섰음을 암시합니다. 섬김을 받으러 오신분이 아니라 섬기러 오신 분임이 이미 태중에서부터 드러납니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에게 활짝 마음을 여니 이에 화답하여 마리아도 활짝 마음을 열어 감사찬미가를 쏟아냅니다. 이어지는 감격에 벅찬 마리아의 노래는 우리 가톨릭교회 신자들이 저녁성무일도때 마다 바치는 마니피캇 감사찬미가입니다. 교회의 가난한 영혼들이 성모님과 함께 부른 아나뷤의 노래, 마니피캇이요 세상 끝날까지 계속될 감사찬미기도입니다. 새삼 가난한 영혼들에게 감사찬미기도 “노래의 힘”이 얼마나 지대한지 깨닫게 됩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로 시작되는 마니피캇은 개인의 노래이자 우리 모두의 노래임을, 감사찬미가임을 깨닫습니다. 삶의 중심인 주님과의 깊어지는 우정과 더불어 도반들과의 깊어지는 우정임을 깨닫습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영적우정에 전제되는바 두분 각자의 주님과의 깊은 우정임을 깨닫습니다. 

 

주님과의 우정과 함께 가는 도반들과의 우정입니다. 이래서 공동체 형제자매들이 함께 바치는 감사와 찬미의 시편공동전례기도가 그리도 중요합니다. 일치의 중심이신 주님과는 물론 서로간의 우정을 날로 깊이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과의 견고한 우정의 기초위에 서로간의 우정도 깊어집니다. 믿는 친구간은 물론 부부간의 우정도 이러합니다. 

 

바로 이것이 영적우정의 원리입니다. 마리아는 석 달 가량 엘리사벳과 함께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에서 두분의 주님 안에서 우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태중의 예수님 태교에도 참 좋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스바니야 예언서에 등장하는 딸 시온이, 딸 예루살렘이 상징하는 바, 오늘 복음의 마리아와 엘리사벳, 그리고 하느님의 가난한 사람들인 아나뷤의 후예인 우리 모두입니다. 

 

“딸 시온아, 환성을 올려라. 이스라엘아, 크게 소리쳐라. 딸 예루살렘아, 마음껏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이스라엘 임금 주님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니, 다시는 네가 불행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시온아, 두려워하지 마라. 힘없이 손을 늘어뜨리지 마라. 주 너의 하느님, 승리의 용사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다. 그분께서 너를 두고 기뻐하며 즐거워하신다. 당신 사랑으로 너를 새롭게 해 주시고. 너 때문에 환성을 올리며 기뻐하신다. 축제의 날인양 그렇게 하시리라.”

 

그대로 오늘 가난한 영혼의 아나뵘인 우리에게 주시는 위로와 격려의 말씀입니다. 새삼 삶의 중심인 주님과의 우정이 기쁨과 즐거움의 원천이되고 형제들간의 우정의 기초임을 확인하고 깨닫습니다. 말그대로 고해인생을 축제인생으로 바꿔주는 공동체 형제들이 하루하루 날마다 평생 함께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공동전례기도 은총이 얼마나 고맙고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날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주님과의 우정은 물론 형제자매들 서로간의 우정도 날로 깊이해 줍니다. 

 

“오소서, 오 창조자 성령이요, 

 우리의 마음을 찾으소서. 

 당신이 창조하신 마음을 천상은총으로 채우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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