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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10. 사순 제3주간 화요일                                                                                                                                  다니3,25.34-43 마태18,21-35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몇가지 예화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평범한 듯 하지만 각별한 체험입니다.


귀원하는날 김금자(세실리아) 자매로부터 작고 아담한 화분에 담긴 수국을 선물받았습니다. 약 일주간 잊고 지내다 보니 완전히 시들어 죽은 듯 한 모습을 보니 참 난감했습니다. 혹시나 하여 즉시 물을 흠뻑 준후 다음날 새벽에 보니 활짝 살아났습니다.

'아, 생명의 물이요 사랑이구나. 영혼도 하느님 자비를 흠뻑 흡수해야 살 수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가슴을 쳤습니다.


새벽마다 잠깨면 민경숙(루시아) 자매로부터 받은 '무념(無念)'이란 그림 선물을 보게 됩니다. 마침 예전 김미숙(카타리나) 자매로부터 받은 '기도하는 파티마의 성모상'이 생각나 무념 그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참 잘 어울렸습니다. 그대로 성모님의 무념의 겸손(謙遜)과 자비(慈悲)가 은은히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이었습니다.


어제의 녹색평론에서 읽은 '우리의 밥상에 차려진 아시아의 비참'이란 기사가 충격이었습니다. 일부 소개합니다.


-'밥상의 근원, 그 눈물의 뿌리'. 우리 시대는 부지와 불식간에 가혹하다. 누군가의 일상이 누군가의 비참에 뿌리박고 영위된다는 사실은 모질고 혹독하다. 일상을 떠받치는 '비참의 메카니즘'이 진보, 발전의 '불가피'로 용인되는 세계는 잔인하다. '편안한 평소'를 구성하는 '가혹한 현실'을 발견해내는 것이 이 시대 언어와 문자의 최전선이다. 

밥상은 일상의 최소와 기본이다. 최소와 기본이 위협받을 때 일상은 흔들린다. 한국인의 밥상은 세계체제 안에 들어와 있다. 식재료가 다국적이란 뜻만은 아니다. 우리의 밥상은 배고픈 나라에서 온 '맏딸들의 밥상'이 떠받치고 있다. 한국 맏딸들의 자리에 이젠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의 맏딸들'이 들어와 채우고 있다.-


우리가 실천해야 할 자비는 가까운 이웃 동포만 아니라 이국에서 온 노동자들은 물론 생명을 지닌 모든 피조물에까지 확대되어야 함을 깨닫습니다.


마지막 어제의 아름다운 일화입니다. 지난 주일 청담동 신자분들(김애순 세실리아)로부터 선물받은 눈부시게 곱고 향기로운 튜립과 후리지아를 문도미니코 수사가 꽃꽂이하여 집무실에 갖다 놨습니다. 찬란한 봄이 드디어 집무실에 도래한 느낌이었습니다. 후리지아는 어제 독일에서 교육후 귀원하는 빠코미오 원장 집무실에 선물로 갖다 놓고 튜립은 내 집무실에 놓아두니 참 마음 흐뭇했습니다.


"이 꽃처럼 아름답게 사십시오. 보속입니다.‘

마침 오전에 면담고백성사보러 오랜만에 온 최 세라피나 수녀에게 튜립 한송이를 뽑아 말씀 처방전과 함께 주니 기발한 착상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런 생각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했습니다.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오늘 복음과 관련되는 말씀의 처방전입니다. 당신 사제를 통해 아름다운 꽃 한송이와 말씀처방을 보속으로 주시니, 하느님은 이토록 좋으시고 자비하신 분입니다. 순간 고백성사는 '심판의 성사'가 아니라 '자비의 성사'임을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하느님인 내가 이토록 자비롭게 너희를 용서하니 너희도 자비롭게 이웃을 용서하라는 성사가 바로 고백성사입니다.


은총 중에 은총이 하느님 자비를 깨닫는 것입니다. 하느님 '자비의 바다'중 우리가 깨달아 아는 자비는 몇 방울의 자비에 불과할 뿐입니다. 하느님 자비의 탐구가 우리의 평생과제입니다. 만 탈렌트 빚진이를 다 탕감해 준 주인은 바로 무한한 자비의 하느님을 상징합니다. 우리 역시 만탈렌트 사랑의 빚을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의 탕감받은 죄인은 이런 무한한 '사랑의 빚진 자'임을 까맣게 잊고 자기에게 빚진 자에게 너무 가혹했습니다. 아, 이 또한 우리의 모습입니다. 


"이 악한 종아, 네가 청하기에 나는 너에게 빚을 다 탕감해 주었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


그대로 자비하신 하느님의 심중을 반영합니다. 진정 하느님의 자비를 깨달아 알수록 하느님을 닮아 자비로운 사람이 됩니다. 아, 이게 우리 궁극의 삶의 목표입니다. 이런 하느님의 자비를 깨달아 알아 갈수록 끊임없는 용서, 끊임없이 바치는 '사랑의 찬미'에 '겸손의 감사'입니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자비로운 사랑은 끊임없이 용서하는 사랑입니다. 주님 친히 모범을 보여주십니다. 일흔일곱 번이 아니라 평생 고백성사와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를 용서해주시니 주님의 용서는 끝이 없습니다. 


바로 1독서 다니엘서의 아자르야가 자비로운 사람의 모델입니다. 자신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유배중인 불쌍한 백성들을 위한 진정성 가득 담긴 기도입니다. 우리 수도자들 역시 이런 마음으로 세상 백성을 위해 매일 성무일도를 바치며 미사를 봉헌합니다. 하느님의 자비로 충만한 삶과 기도이기에 이렇게 타는 불가마 속에서 건재함을 깨닫습니다. 불가마 같은 생존경쟁 치열한 세상에서 살 길을 보여주는 다니엘의 기도입니다. 부서진 영혼, 겸손해진 정신으로 기도하는 다니엘입니다.


"당신의 벗 이브라함, 당신의 종 이사악, 당신의 거룩한 사람 이스라엘을 보시어 저희에게서 당신의 자비를 거두지 마소서. 이제 저희는 마음을 다하여 당신을 따르렵니다. 당신을 경외하고 당신의 얼굴을 찾으렵니다.“


구구절절 아름답고 감동적인 기도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기도하는 하느님은 대자대비하신 하느님이십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한량없는 자비를 베푸시어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십니다. 아멘.



  • ?
    부자아빠 2015.03.10 05:42
    아멘! 오늘도 신부님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오늘도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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