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8.주님 공현 대축일 후 수요일                                                    1요한4,11-18 마르6,45-52

 

 

 

삶의 중심中心 잡기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어제는 수도원에서 매월 첫주 화요일 모임을 갖는 코이노니아 자매회 회원들의 만남이 있었던 날입니다. 새삼 매월 하루 피정중 기도하면서 삶의 중심을 잡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은총은 아름다움의 동의어랍니다. 은총을 가득히 받아 자매님들 모두가 참 아름답네요!”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나눈 덕담입니다. 기도와 삶은 하나이자 함께 갑니다. 기도없는 삶은 공허空虛하고 삶이 없는 기도는 맹목盲目입니다. 기도하는 만큼 살고 사는 만큼 기도합니다. 기도해야 충만한 삶, 눈밝은 삶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잠시 주님 안에서 멈추어 기도하며 삶의 중심을 잡는 일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너희는 멈추고 하느님 나를 알라”

 

시편 구절도 생각납니다. 잠시 멈추어 주님을 뵙고 말씀을 묵상하라고 수도원 십자로 중앙 예수님 부활상 아래 바위판에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씀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참으로 우리를 눈멀게 하는 유혹들이 너무 많은 세상입니다. 무지, 탐욕, 질투, 분노, 슬픔, 두려움등 우리를 눈멀게 하는 것은 끝이 없습니다. 하여 주님 안에서 잠시 기도하며 머물러 주님을 만날 때 비로소 눈이 열려 ‘있는 그대로’의 실재를 직시합니다. 참나를 발견합니다. 이래서 주님 안에 머무는 피정을 권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그 모범입니다. 어제 복음의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에 이어지는 오늘 복음입니다. 기적후 즉시 제자들을 떠나 보낸후 삶의 중심을 잡으며 자신을 추스르는 예수님의 신속한 대처가 참 지혜롭습니다. 자칫하면 군중들의 인기에 편승해 흥분하다보면 눈이 멀어 자기를 잃을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노자老子에 공을 이루면 거기 머물지 말고 과감히 떠나라는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라는 말씀도 생각납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병이어의 기적후 즉시 제자들과 작별하신 뒤에 기도하시려고 산에로 가셨습니다. 

 

기도와 삶은 예수님께는 너무나 자연스런 삶의 리듬이셨습니다. 하루의 활동후에는 어김없이 외딴곳에서의 아버지와 일치의 관상기도시간이 뒤따랐습니다. 기도의 열매가 놀랍습니다. 주님 안에서 완전히 아버지와 일치 되었기에 그 멀리서도 제자들의 위험에 직면한 곤궁한 처지를 알아봤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마침 맞바람이 불어 노를 젓느라 애를 쓰는 제자들을 보시고 새벽녘에 호수 위를 걸어 그들 곁을 지나시려 하십니다. 순간 제자들은 유령인줄 알고 겁에 질려 삶의 중심을 잃고 비명을 질렀고 이어지는 주님의 사랑이 가득 담긴 말씀입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바로 오늘날 삶의 중심을 잃고 위기를 겪는 모든 분들에게 주시는 복음 말씀입니다. 그대로 수도원 중앙 예수님 부활상 아래 바위판에 새겨진 말씀과도 일치합니다. “나다(I AM)”, 바로 하느님이신 예수님의 신원을 드러냅니다. 바로 ‘우리와 함께 하시는(I AM with us)’, ‘우리를 위한(I AM for us)’ 하느님이신 예수님이란 참 은혜로운 말씀입니다.

 

이어 주님께서 제자들이 탄 배에 오르시니 바람은 멈췄고 제자들은 여전히 놀라 넋을 잃고 있었다 합니다. 빵의 기적을 잃고 마음이 완고해졌던 탓에 두려움에 눈이 멀었던 것입니다. 제자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처럼 깨어 기도하며 주님 사랑 안에 머물렀다면 결코 이렇게 두려움에 눈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참으로 주님과 상호내주相互內住의 사랑의 일치만이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삶의 중심을 잡고 안정과 평화의 삶을 살게 합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마음은 중심을 잃어 저절로 굳어져 완고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끊임없는 기도를 통한 삶의 중심의 회복과 더불어 주님과 사랑의 일치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사랑의 사도, 요한의 말씀이 참 적절하고 힘이 됩니다.

 

“누구든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고백하면, 하느님께서는 그 사람안에 머무르시고, 그 사람도 하느님 안에 머무르십니다.---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

 

참으로 예수님이 주님이심을 고백하며 사랑의 수행에 전념할 때 저절로 하느님과의 상호내주의 일치라는 것입니다. 바로 사도 요한은 이런 주님과 일치의 사랑이 두려움에 대한 근원적 처방임을 천명합니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쫓아냅니다.---두려워하는 이는 아직 자기의 사랑을 완성하지 못한 사랑입니다.”

 

이래서 우리는 모두 사랑의 초보자입니다. 인생은 사랑의 학교요, 사랑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두려움에 대한 처방의 답은 사랑뿐입니다. 기도는 테크닉, 기술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기도와 삶’의 리듬에 항구하고 충실할 때 주님 중심의 삶중에 주님과 우정의 사랑도 날로 깊어질 것이며 비로소 두려움의 무지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날로 당신과 우정의 사랑을 깊이해 주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20.01.08 08:52
    사랑하는 주님, 매일
    어둠을 밀어내고 밝은 아침을 주신 주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주님사랑을 기억하며
    오늘 저희가 세상속에서 겪는 아픔과
    어려움을 주님사랑으로
    이겨내게 하소서.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04 떠남의 여정 -파스카의 삶, 파스카의 꽃, 주님의 전사-2023.10.3.연중 제26주간 화요일(개천절) 프란치스코 2023.10.03 205
3203 “가장 작은 사람이 가장 큰 사람이다” -침묵이 가르쳐 주는 진리-침묵 예찬 2023.10.2.연중 제26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3.10.02 212
3202 삶의 중심인 예수님 -사랑하라, 배우라, 실천하라-2023.10.1.연중 제26주일(군인주일) 프란치스코 2023.10.01 216
3201 희망의 여정 -희망의 표징, 회개의 표징-2023.9.30.토요일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347-420)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9.30 224
3200 “하늘에 보물을 쌓으라!” -참 거룩하고 아름다운, 부유하고 자유로운, 지혜로운 삶-2023.9.29.금요일 한가위 프란치스코 2023.09.29 224
3199 하느님 중심의 공동체 삶 -중심, 질서, 균형-2023.9.28.연중 제25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3.09.28 212
3198 하느님 중심의 참 멋지고 아름다운 신자의 삶 -회개의 삶, 무소유의 삶, 복음선포의 삶-2023.9.27.수요일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1581-1660)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9.27 221
3197 주님 중심의 참가족 교회 공동체 -"주님의 전사답게, 학인답게, 형제답게, 자녀답게 삽시다"-2023.9.26.연중 제25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3.09.26 233
3196 살아 계신 하느님은 우주 인류 역사의 중심이시다 -“우연은 없다”-2023.9.25.연중 제25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3.09.25 217
3195 하느님 사랑, 예수님 마음 닮기 -“주님 사랑, 주님 시야 지니기, 하늘나라의 실현”-2023.9.24.연중 제25주일 프란치스코 2023.09.24 217
3194 절망은 없다 -한결같은 ‘하느님 중심’의 삶-2023.9.23.토요일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1887-1968)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9.23 214
3193 선교 여정중인 교회 공동체 삶의 기본 원리들 -중심, 비전, 치유, 섬김-2023.9.22.연중 제24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3.09.22 210
3192 “나를 따라라.” -홀로와 더불어, 따름의 여정-2023.9.21.목요일 성 마태오 사도 복음 사가 축일 프란치스코 2023.09.21 226
3191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순교적 삶-2023.9.20.수요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1821-1846)와 성 정하상 바오로(1795-1839)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3.09.20 224
3190 인간미(人間味) 넘치는 예수님 닮기 -인간미 넘치는 사람-2023.9.19.연중 제24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3.09.19 211
3189 예수님파 사람 -참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2023.9.18.연중 제24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3.09.18 213
3188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좌파나 우파가 아닌 예수님파로 삽시다”-2023.9.17.연중 제24주일 프란치스코 2023.09.17 208
3187 좋은 사람이 되길, 반석위의 인생집을 원하십니까? “주님의 가르침을 실행하십시오!” -늘 깨어 한결같이-2023.9.16.토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253)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258)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9.16 212
3186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삶 -성모님과 함께-2023.9.15.금요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9.15 220
3185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사랑합시다” 십자가 예찬 -한반도의 십자가-2023.9.14.목요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프란치스코 2023.09.14 228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